장관을 공항에서 자르는 나라...짤린 장관이 G20에 가서 무엇을 하나>>
최인식 대기자
승인 2026.08.3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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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무너진 인사 시스템…AI 시대, 대한민국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대한민국 경제부총리가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공항에 갔다. 그런데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자신이 교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출국을 취소하려 했다. 그러다 다시 결정을 바꿔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8월 30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후임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이 지명됐고, 구 부총리는 일정을 취소하려다 후임자가 정식 임명되기 전까지 현직이라는 점과 예정된 주요국과의 양자 면담 등을 고려해 결국 출국했다.
그러나 국민이 묻는 것은 구 부총리가 미국에 갔느냐, 안 갔느냐가 아니다.
왜 대한민국 경제 사령탑이 인천공항에 도착해서야 자신이 교체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했느냐는 것이다.
장관 교체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에게는 인사권이 있다. 필요하면 장관을 바꿀 수 있다. 문제는 인사의 방식이다.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한 경제부총리에게 그 자리에서 사실상 교체 통보가 전달되고, 국가의 공식 출장 일정이 한때 취소됐다가 다시 번복되는 상황은 정상적인 국정 시스템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그가 가려던 곳은 친선행사가 아니었다. 세계 주요국의 경제 수장들이 모이는 G20 재무장관회의다.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한 주요국 인사들과의 양자 면담도 예정돼 있었다. 국가 간 경제와 금융, 공급망과 투자 협력이 논의되는 자리다. 이런 회의에서 한국의 경제 수장이 언제 교체될지 모르는 상태로 움직이는 모습이 해외에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여기서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나온다.
교체가 결정된 경제부총리가 국제회의에서 무엇을 약속할 수 있는가.
국가 정책은 개인의 임기가 아니라 정부의 연속성으로 움직여야 한다. 물론 후임자가 취임하기 전까지 현직 장관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구 부총리가 G20에 참석한 결정 자체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비판받아야 할 것은 처음부터 이런 선택을 강요한 청와대의 인사 방식이다.
경제부총리가 공항에서 출국을 포기할 정도로 상황이 갑작스러웠다면, 인사권자와 대통령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인가. 국가의 경제·외교 일정과 장관 교체 일정을 사전에 조율할 시스템은 없었는가.
최근 통상 라인의 교체 문제까지 겹치면서 국민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적 안정을 즐길 만큼 한가한 나라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은 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로봇과 바이오 산업은 국가 간 생존 경쟁에 들어갔다. 글로벌 공급망은 하루아침에 바뀌고, 관세 한 번이 기업의 수출 전략을 뒤흔든다. 세계 각국은 경제안보를 외교의 중심에 놓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아직도 누가 장관이 되는가보다, 왜 이렇게 바뀌는가를 설명하지 못하는 인사를 반복하고 있다.
AI 시대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실수 자체가 아니다. 실수한 뒤에도 시간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한 나라의 산업 전략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초기화돼서는 안 된다. 통상 협상은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다시 설명해서는 안 된다. 경제 정책은 대통령의 정치 일정에 맞춰 흔들려서는 안 된다.
AI는 국무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세계의 자본은 청와대의 인사 발표를 기다리지 않는다.
기업의 경쟁자는 대한민국 정부의 시행착오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이재명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인사가 아니다. 더 정확한 인사 시스템이다.
누구를 자를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 왜, 무엇을 위해 바꿀 것인가다. 대통령의 인사는 개인을 바꾸는 행위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한 명의 장관을 바꾸는 순간 국가의 외교·경제·산업 정책이 흔들린다면 그것은 인사가 아니라 국가 리스크다.
공항에서 자신의 교체 소식을 듣고 발길을 돌린 경제부총리.
그리고 한 시간 뒤 국익을 위해 다시 비행기에 오른 경제부총리.
이번 사건은 한 사람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대한민국 국정 운영이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되고 있는지를 국민에게 묻는 장면이었다.
장관이 흔들려도 국가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민이 보는 것은 장관 교체와 함께 국가 일정까지 흔들리는 모습이다.
AI 시대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인사 실험을 반복할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
공항에서 시작된 이번 인사 소동이 이재명 정부에 남긴 가장 큰 경고는 분명하다.
대통령의 인사부터 국가 경쟁력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I 시대의 경쟁자들은 대한민국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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