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0대, 미만성거대B세포 림프종 4기 환자입니다. 지난 4월부터 투병을 시작했고, 일단 오늘 완전관해 판정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이 카페를 꽤 자주 왔습니다. 항암제가 잘 들을지, 재발은 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 공간을 수시로 드나들며 제 림프종의 아형이나 재발 확률, 재발 시 치료방법 등에 대해 열심히 캐고 또 캤습니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두려움만 커졌습니다. 이 공간에는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는 분들이 많기에, 다양한 불응/재발사례를 접할 수밖에 없죠. 그럴수록 병에 대한 공포가 저를 짓눌렀습니다. 차츰 이 카페 방문횟수를 줄였습니다. 재발 확률이 적다고 제가 재발안되는 게 아니고, 불응확률이 높다고 제가 불응하리란 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대다수는 평범한(검사 받고, 항암하고, 관해받고, 그래서 이 공간을 조용히 떠나는) 저같은 환자이리라 생각합니다. 이 공간을 찾는 상당수는 처음 진단 받은 환자들일 겁니다. 그래서 이 공간에 불응/재발 이야기만큼 관해/완치 이야기도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그러나 간단하게 제 투병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처음 병원을 찾게 된 건 충수염(맹장염)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CT검사 결과 큰 병원 전원을 권유받았고, 분서대, 아주대는 자리가 없다 하여 용인 세브란스로 전원했습니다.(저는 이 곳에 계신 분들처럼 발빠르지 못해 림프종으로 권위있는 병원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선택했고, 이 곳이 2차병원인 것도 나중에 알았습니다)
나중에 림프종 치료 경험 많은 교수님들이 계신 병원들(강남성모, 강남삼성, 아산 등)이 있음을 알게 됐지만, R-Chop이 표준화 된 치료라기에 그냥 용인세브란스에서 수술 및 항암을 시작했습니다.
4월, 원발부위(라고 추정)였던 대장, 충수에 있던 암세포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대장항문외과 교수님께서 담당하셨고, 이 수술로 떼어낸 세포로 조직검사를 했습니다. 이 때 제 병명을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5월, 수술 회복 후 혈액종양내과로 이동, 각종 검사 및 항암에 들어갑니다. PET CT, CT, 골수검사, 유전자검사, 혈액검사 등을 하고 1차 항암은 교수님 권유로 입원하여 받았습니다. 골수검사는 아프진 않은데 찝찝한 기분때문에 힘들었습니다.(골수검사 결과 암세포가 골수까진 침범하지 않았지만 전신에 퍼져 있어 4기라고 진단해 주셨습니다.) 케모포트 심는 것은 마취주사가 아팠고, 시술 자체는 아프지 않았지만 이 역시 목 바로 아래에서 교수님이 힘겹게 케모포트를 욱여넣을 때의 기분이 조금 찝찝했습니다. 1차 항암때는 리툭시맙 맞을 때 얼굴에 두드러기가 올라와서 항히스타민제를 한 번 투여하니 괜찮아 졌습니다. 이후 5일이나 입원해 있었는데, 별 이상이 없었습니다.
2차 ~ 6차 항암은 외래로 했는데, 맘테라를 피하주사(?)로 맞으니 항암치료 시간이 2시간이 채 되지 않아 편리했습니다.
항암제 맞은 날로부터 7일 ~10일동안은 몸이 축 늘어집니다. 아주 약간 속이 메스껍고, 아주 약간 어지럽습니다(아마도 이 부작용이 심한 분들이 오심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기간동안에는 산책, 운동 등 일절 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습니다. 이 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컨디션이 회복되어 산책도 열심히 하고, 가사일도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머리는 1차 항암 후 2주 지난 뒤부터 빠져 삭발했습니다. 지금 잔털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언제쯤 예전처럼 굵은 머리카가락이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또 다른 부작용은 손발저림(과 이로 인해 악력이 약해지는 것) 입니다. 손발 저린 건 항암차수가 진행될 수록 심해져서 마지막 항암 끝난지 한 달이 지났는데 차도가 거의 없습니다. 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악력이 약해져서 고기 구울 때 집게를 든다거나, 젓가락질 할 때 불편함이 있습니다. 상대도 되지 않았던 중학생 아들에게 팔씨름도 지더군요.ㅠㅠ
유튜브나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시던데, 일단 제 담당 교수님께서는 '별도로 유의할 건 없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암환자의 식생활 관련 유튜브를 보면 한의사들이 '암환자 지원'을 새로운 분야로 개척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영상 상당수는 한의사나 의사 자격이 없는 식품영양학자, 아니면 암과는 큰 관련 없는 신경외과 의사 등이 출연해서 이거 먹지 마라, 저거 먹지마라 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오히려 암 관련 전문의들은 식습관 보다는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자유롭게 지내라는 권유를 많이 하시더라고요.(이건 제 개인의견입니다). 저는 항암하는 동안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음식을 신경써서 가려먹지는 않을 생각입니다.(항암하는 동안 라면, 아이스크림, 커피, 피자, 고기 등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었습니다.)
3차 항암 후 중간 PET CT검사 결과 검게 나온 부위(암세포)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최종검사도 동일하게 나와 교수님께서 '이 정도면 1등급 ~ 2등급 수준의 완전관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직 불안감이 남아있긴 하지만, 지난 5개월간 육체적/정신적으로 험난했던 여정이 일단 마무리 됐습니다. 예전처럼 열심히 살다보면 5년 되고 10년 되리라 생각합니다.
불응, 재발 등으로 힘겨운 투병생활 하는 분들에게는 얼른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오길 기원합니다. 처음 진단받고 좌절에 빠진 분들은 저처럼 '평범한' 림프종 환자가 대다수이니 크게 걱정하지 말고 항암치료에 들어가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자책하지 마시고, 좌절하지 마세요.
첫댓글 정성스러운 글 감사드립니다. 완전 관해 축하드리고 앞으로 쭈욱~~~~ 유지하셔서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님도 남은 방사선치료 무사히 받고 암세포와 결별하시길 기원합니다.
좋은 말씀이십니다
공감하는바가 큽니다
쭈욱 이어가시길 바라고
오랫동안 만수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화이팅~!!!
ㅎㅎㅎ 제 나이에 '만수무강'이라는 말을 들으니 겸연쩍지만 싫지는 않네요. 감사합니다.
정말고생하셨어요~ 관해 축하드려요
첫 싸움처럼, 이번 싸움도 잘 이겨내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런 좋은 글이 힘이 됩니다..
간병하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겨우 표준항암 하는 것도 이렇게 괴로운데...대단하십니다.
관해 축하드립니다
글을 쓰신 취지가 너무나도 이해되고 힘이 되네요
항암치료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신지 모르겠네요. 잘 이겨내시길 진심으로 빌겠습니다.
관해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관해유지에 도움되는 글 종종 올려주세요~^^
부군께서도 항상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관해유지는 하늘의 뜻에 맡겨야죠.^^
글 감사합니다 👍
오늘 결과 들으러 가는데도 병원 소독약 냄새 때문에 들어가기 싫더군요. 고지가 머지 않았네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공감되는글입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관해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근력 운동도 살살하셔서
근육을 조금씩 키워가세요 ^^
네, 감사합니다.
관해 축하드립니다 저도 같은 아형인데 이제 3차 끝났습니다 저도 님처럼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 환자들처럼, 님도 잘 치료될 겁니다. 그러길 빌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항암 직후부터 7~10일까지 쭉 몸살기운이 계속 되는 건가요 아님 항암 후 7~10일 되는 시점에 컨디션이 확 안 좋아지는 건가요?
항암 직후부터 7~10일까지 안좋았다가 이후에 좋아졌어요.
안녕하세요. 스몰포워드님.
관해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이렇게 상세하고 정성스러운 글을 통해 환우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관해 유지 잘하셔서 완치 판정 받으시고, 또 다른 희망의 이야기를 전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와 원발 부위도 똑같고 치료 과정 밎 후유증 증상도 비슷하시네요. 손발저림은 막항 3개월 지나니 조금씩 나아집니다. 그리고 머리카락은 6 개월은 되어야 좀 채워지더군요. 어쨌든 부작용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사라집니다. 앞으로 관해 잘 유지하시고 꼭 완치 되시길 바랍니다.
아, 그렇군요. 제가 너무 조급했네요. 말씀처럼 느긋하게 기다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암치료중인 환우입니다. 저 역시 매일매일 치료가 잘안되면 어쩌지? 치료가된다 해도 재발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수시로 드는데요.. 힘이되는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잘 치료하시길 빌겠습니다.
저희 엄마도 같은 아형이었어요! 작년 12월에 최종관해 판정 받고 추적검사 받으며 관해 유지중인데 시간이 지나니까 머리카락도 많이 자라고 운동 하면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긍정적으로 지내고있습니다!스몰님도 유지 잘하셔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도할게요
저희는 구제항암 3년차인데 아직도 손발저림있습니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나아지는 느낌이라고는 하시더라구요 정기검진통과글 완치글도 기대해봅니다^^ 또 글 남겨주세요
관해 축하드려요.
저희 아버지도 어제부터 1차 항암시작하셨는데 글을 읽고나니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막 아버지가 말씀하신 병과 동일한 병을 진단 받았습니다. 무척이나 혼란 스럽고 어떻해야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올리신 글 보고 힘 내 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용세에서 6차 막항만 남겨두고있습니다
저랑 비슷하셔서 글보고 많은 힘을 얻었어요
감사합니다~ 치료종료후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지도 궁금하고 다른 면역치료같은 유지치료를 받고 계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