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뒤의 얕은 물목에서
넓은 강물 위로 화려하게 장식된
뾰족한 뱃머리의 배들이 떠나오네
맨 앞의 배에는 스텐카 라진이
페르시아 공주를 곁에 앉히고
새로운 혼례를 즐기며 흥겹고 술에 취해 있네
뒤쪽 배들에서는 수군거림이 들리네
"우릴 여자 하나와 바꿔버렸군
겨우 하룻밤을 함께 보내더니
아침이 되자 아예 여자에게 홀려버렸어"
이런 수군거림과 비웃음을
무서운 아타만(카자크 우두머리)은 들었네
그는 힘센 팔로 페르시아 공주의 허리를 감싸네
검은 눈썹이 찌푸려지고 폭풍이 몰려오는 듯하네
격정으로 그의 눈은 핏빛으로 물드네
"모든 것을 내놓겠다 아낌없이 이 목숨까지 바치겠다"
우렁찬 그의 목소리가 강가에 메아리치네
공주는 눈을 내리뜨고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아닌 듯
말없이 술 취한 우두머리의 말을 듣고 있네
"볼가여 볼가여 나의 어머니
러시아의 위대한 강이여
돈 강의 카자크가 드리는 이런 선물은
아직 받아본 적 없었을 테지
우리 자유로운 형제들 사이에
다시는 불화가 없도록
볼가여 볼가여 나의 어머니
이 아름다운 여인을 받아다오"
그는 힘차게 팔을 들어
아름다운 공주를 번쩍 들어 올리고
배 밖으로 던져 밀려오는 강물 속에 빠뜨리네
"왜들 그렇게 풀이 죽었느냐
이봐 필카 광대여 춤을 춰라
형제들이여 신나게 한잔하며
그녀의 넋을 기리자"
섬 뒤의 얕은 물목에서
넓은 강물 위로 화려하게 장식된
스텐카 라진의 배들이 떠나가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