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부지런히 앞으로 가는데◀
세월은 부지런히 앞으로 가는데가만히 귀기울이면 첫눈 내리는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 같은하얀 새 달력 위에 그리고 내 마음 위에바다 내음 풍겨오는푸른잉크를 찍어 희망이라고 씁니다
창문을 열고 오래 정들었던 겨울 나무를 향해'한결같은 참을성과 고요함을 지닐 것이라고 푸른 목소리로 다짐합니다.세월은 부지런히 앞으로 가는데나는 게으르게 뒤처지는 어리석음을후회하고 후회하며 올려다본 하늘에는둥근 해님이 환한 얼굴로 웃으라고웃으라고 나를 재촉합니다
너무도 눈부신 햇살에나는 눈을 못 뜨고 해님이 지어주는기쁨의 새옷 한 벌 우울하고 초조해서떨고 있는 불쌍한 나에게 입혀줍니다.노여움을 오래 품지 않는 온유함과용서에 더디지 않은 겸손과 감사의 인사를미루지 않는 슬기를 청하며 촛불을 켜는새해 아침 나의 첫마음 또한 촛불만큼 뜨겁습니다.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어디서나 평화의종을 치는 평화의 사람이 되어야겠다고모든 이와 골고루 평화를 이루려면 좀더낮아지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겸허히두 손 모으는 나의 기도 또한 뜨겁습니다.
진정 사랑하면 삶이 곧 빛이 되고노래가 되는 것을 나날이 새롭게 배웁니다욕심 없이 사랑하면 지식이 부족해도지혜는 늘어나 삶에 힘이 생김을 체험으로 압니다.
우리가 아직도 함께 살아서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며 주고받는평범하지만 뜻 깊은 새해 인사가이렇듯 새롭고 소중한 것이군요.서로에게 더없이 다정하고 아름다운 선물이군요
이 땅의 모든 이를 향한 우리의 사랑도 오늘은더욱 순결한 기도의 강으로 흐르게 해요, 우리부디 올 한 해도 건강하게 웃으며복을 짓고 복을 받는 새해 되라고가족에게 이웃에게 만나는 모든사람들에게 노래처럼 즐겁게 이야기해요,우리
=== 이해인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