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성회관 강연회장 / 강사 소개
▲ 옥천 여자 중학교 학생들
▲ 강연이 끝난 후 학생들과 함께..
오늘은 충북 옥천군에 있는 옥천 중학교에 강연을 하러 갔다.
교통편을 알아 보니 인천에서 떠나는 버스는 하루 두 번 밖에 없었다.
강연 시간은 오후 2시부터인데 첫버스가 11시 40분이니 그 시간에 갈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까 걱정을 했더니 남편이 옥천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늙은 남편이 고생할 걸 생각하니 걱정이 되긴했지만 함께 가게 되니 너무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유 있게 미리 떠나 쉬엄쉬엄 가자고 해서 9시 20분에 출발했다.
비는 세게 오지 않았지만 는개비(안개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내리는 비)가 내리고
안개가 낀 날씨여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운전하기에 아주 나쁜 날씨였다.
가는 도중에 옥산 휴게소에 들려서 커피를 마시며 잠깐 쉰 다음 다시 출발했다.
옥천 도착은 12시 20분, 3시간이 걸린 셈이다. 시간이 많이 남았으므로 옥천 여자
중학교를 미리 찾아가 봤다. 그런데 옥천여자 중학교 건물은 공사중이었다.
옥천 여자 중학교는 1944년 4월 10일에 개교를 했다니 개교 66주년이 지난 역사 깊은
학교다. 현재 학생수는 709명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육영수 여사가 이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고 한다.
마침 점심때가 되어서 음식점을 찾아 옥천 시내를 한 바퀴 돌아 봤더니 최가네 가정식
백반집이 보였다. 게다가 주차하기도 좋은 곳이어서 그리로 들어갔다.
백반은 4000원인데 국과 함께 반찬이 15가지나 나왔다. 값에 비해 맛도 괜찮았다.
점심을 먹은 후, 강연 장소인 관성회관으로 갔다.
학교 강당은 추워서 장소를 관성회관으로 정했다는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찾아 갔는데
옥천 문화원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 문화원 바로 앞에 붙여진 정지용의 시 <호수>
정지용 시인은 옥천이 고향이다, 시간이 없어 정지용의 생가는 들릴 수 못해서 아쉬웠다.
호수/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학생들이 오기 전에 강연장으로 들어서니 황안나 작가 초청 강연회란 현수막이 붙어 있어서
남편 보기에 좀 민망했다. 작가라니...다른 곳에 강연을 갔을때는 대개 도보 여행가 황안나 로
소개 되었었다. 내 학생때 꿈이 작가였는데 이 곳에 가서 작가로 소개를 받았으니 꿈이 이뤄 진
건가! ㅎㅎㅎ (피나게 작품 쓰시는 작가님들께 여간 죄송하지 않다)
강연 시작 20분 전, 학생들이 학년별로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차례차례 자리 잡아 앉기 시작했다.
700여명의 옥천 중학교 전교생이 다 모인 거였다. 시험이 끝나고 바로 온 거였으니 학생들은 할머니
강연보다는 시험에서 놓여나 맘껏 자유를 만끽하고 싶을 터였다.
그래도 앞줄에 앉은 3학년 여학생이 나를 향해 웃으며 손으로 브이자를 그려 보이며
"제가 선생님 왕팬이예요!" 해서 나도 따라 웃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실은 지금까지 직장인, 주부, 학부모, 노인들을 상대로 강연을 다녔지 중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한 일은 없어서 조금은 긴장이 되긴했었다.
정각 두시가 되자 교감 선생님의 강사 소개가 있은 다음 바로 강연을 시작했다.
강연 주제는 길은 어디에나 있다/ 꿈을 가지고 도전하라였다. 마침 이 학교 교정 동상에도
<눈은 세계로, 가슴엔 꿈을>이라고 적혀 있어서 그런대로 연관이 지어졌다.
지금까지는 두 시간 강연을 하고 다녔지만 학생들에게 두 시간은 무리여서 강연은 1시간으로 마쳤다.
역시 3학년들이 진지하게 들었다. 학생 때 끝종이 나고도 수업을 끝내지 않는 선생님은
질색을 했기에 나도 1분도 어기지 않은 세 시 정각에 강연을 끝냈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렇게 말했다.
"이제 끝으로 옥천 여자 중학교의 발전과 여러분들의 꿈을 이루자는 뜻에서
우리 다 같이 힘차게 박수를 칩시다!"
학생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박수가 끝난 다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실은 할머니가 박수를 받고 싶었거든요!" 학생들이 폭소를 날렸다.
나도 웃으며 단에서 내려왔다.
단상에서 내려 오니 학생들이 둘러 싸며 사인 요청을 했다.
가뜩이나 악필인 글씨가 시간에 쫓기니 더 엉망인 글씨가 되었다.
그래도 사인을 받아든 학생들이 즐거워했다.
나도 기쁘고 즐거웠다.
남편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곧바로 차에 올랐다.
담당선생님인 정경진 선생님이 고맙다며 <좋아 You보은 황토대추>를 한 상자 주셨다.
좋아 You란 상표가 재밌다. "고마워 You" 하며 웃었다.
(그런데 대추가 너무 맛있어서 운전하는 남편과 무지 많이 먹었다. 대추 상자가 허룩하게 비도록..)
차가 떠날 때 학생들이 손을 흔들어 줬다.
참으로 오랜만에 학생들을 만나니 고향에 돌아 온듯 흐뭇하고 좋았다.
차가 밀려 인천엔 7시가 되어서 도착했다.
남편이 고생 많이 했다.
그래도 12월을 알차게 마무리 하는 중이다.
첫댓글 두분이 함께 다녀오신 행사라 하시니 마음이 좋아지네요. 먼 길을 다녀오시면서도 즐거우셨겠어요. 건강하시지요?
늘 바쁘신 황작가님^^ 중학교 때의 꿈이 지금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요 학생들에게 황작가님의 강연은 깊이 남겠네요 또 다른 황작가님이 많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드네요짝짝짝 건안하십시요^^
영원한 젊은언니~~~파이팅!~~~~~
안나님의 열강~~ 들어 보고 싶어요.
그거 좋은 생각인데...
길은 어디에나 있다/꿈을 가지고 도전하라....곡이 거창하게 원고 써서 강연 안하시더라도 안나님 살아오신 이야기 줄여서 제목만 이야기 해주어도 길이 있고 꿈이 보일것입니다. 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