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슬픈 이력(履歷) 너머로 햇살을 이고 (1)
고향인 영덕에서 초대 군의원을 지낸 손경찬(孫慶贊) 전 도의원으로부터 자신의 시에 대한 해설 부탁이 있었다. 현재 대구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특히 문화창달에 앞장서서 전국을 누비고 있는 손 전의원이 뜻하지 않게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에 고뇌의 열정으로 쓴 백여 편의 옥고(玉稿)를 받아 읽어보니 가족과 고향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겨나고 있어 그의 집념과 능력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더욱이 궁금한 것은 자신의 분신(分身)과도 같은 시의 해설을 왜 내게 부탁한 것일까? 였는데, 고향을 끔직히 아끼고 사랑하는 손 의원이 내가 동향인이고 신춘문예출신 시인으로서 시집도 발간하였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아는 지라 자신의 시세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지 않겠나 하는 뜻에서 부탁한 것임을 알고, 부족한 능력이나마 그의 시를 가능한 한 자세하고 객관적으로 해설하기로 마음먹었다.
각설(却說)하고 손경찬의 시를 찬찬히 살펴보면 휑하니 뚫려있는 것 같은데 그 뚫림 속에서 꽉 찬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시적형성의 깊이에서 나오는 구멍(穴)에서 일 테지만 시작과정상의 진지성과 내면적인 성장에서 보여지는 가득 참(滿)이 그의 시에서 끈끈히 배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손경찬의 시는 숙성이 덜된듯하고 세련되지 못함이 묻어나긴 하여도 그의 시세계에 얼비치는 인간 손경찬의 내면에는 마치 바위틈 속을 헤집고 꽃을 피워내려는 정진자세와 강력한 삶의 의지가 담겨져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과 함께 인간적인 유대감을 느끼게 하기에 잔잔한 감동을 가져다준다.
그렇다면 도대체 손경찬의 시가 갖는 마력(魔力)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아픔의 상흔을 딛고 일어서려는 강인한 집념일 터이고, 그 집념이 끊임없는 고향사랑과 어머니를 향한 사무친 그리움에서 배태(胚胎)되어 그에 보은하려는 손경찬의 간절한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추억 터가 되어버린 생선 비린내 절은 영해시장 어물전에 다시 서면 생선 다듬던 일 손 멈추고서 엄마가 ‘경찬아’하고 부르는 것 같아 아련한 그리움에 젖어든다.
- 「영해시장 어물전에 다시 서면」부분
손경찬의 시에서 어머니와 고향이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어차피 손경찬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그의 삶 자체를 지탱시켜주는 원동력이자 든든한 버팀목으로 그의 내면 깊숙이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에서다.
그의 삶에서 아버지 그늘이 없었고 잠시 동안의 어머니 그늘마저 벗어난 이후에는 오랫동안 고향의 그늘 속에서 있었다. 그 그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손경찬은 그 특유의 끈기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어머니에 대한 은혜는 보답할 수 없는 처지이고 보면 이제 남은 것은 고향밖에 더 있으랴. 그래서 손경찬의 고향사랑은 남다르고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손경찬을 일컬어 ‘유별난 사람’이라고 한다. 먼저 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하여 그가 살아 온 인생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