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아님이 제 책이 출간된 소식을 알려주셨는데요. 얼마전에 제가 쓴 책에 관한 글을 쓸 기회가 있었답니다. 참고로 읽어보시라고 올립니다. 왜 전라도편인지, 전라도의 어디를 특히 좋아하는지 등등이 소개된 글입니다.
<Just go 전라도>를 쓰기까지
시공사에서 <Just go 국내편 5 전라도>라는 책을 냈습니다. 제목에서 얼추 짐작이 가듯이 전라도 여행 가이드북인거죠.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제 고향은 경북 안동입니다. 안동과 대구에서 20년, 4년을 살았지요. 대학교때 과에서 전라도로 여행을 간 적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전라도 여행을 하게 된 건 대학 졸업하고 나서였습니다. 졸업하고 1년 가까이 백수 겸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취직이 결정되고 남은 며칠간의 짬을 내서 여행을 떠났는데 그게 바로 전라도였지요. 그리고 그 후 여행기자로 일하면서 전라도 여기저기를 여행할 기회가 많았고, 어느새 전라도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전라도를 좋아한 나머지 한때는 전라도가 고향인 총각과 결혼해 전라도 내려가서 사는 게 꿈인 적도 있었더랬죠. 충청도 총각이랑 결혼하는 바람에 꿈은 깨어졌지만 전라도에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합니다. 하긴 그 충청도 총각 덕분에 책을 수월하게 낼 수 있었습니다. 책을 내기로 결정하고 취재를 시작하기 직전에 그 총각을 만났는데, 연애 하는 내내 그는 제 운전기사 노릇을 충실히 해주었습니다. 책의 반은 그의 발이 써준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전라도 어디가 그리 좋더냐?"고 사람들은 묻습니다.
일단 남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는 전라도의 맛입니다. 전라도 음식이 맛있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지요. 두 번째 이유는 다분히 주관적인데, 경상도에서 보지 못했던 풍류를 즐기는 문화 때문입니다. 소리, 악기, 미술, 차 등 예술과 멋을 누릴 줄 아는 전라도 사람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어쩌면 이 부분은 경상도도 못지 않은데 다만 제가 경상도에서는 미처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전라도 여행하는 동안 맺은 좋은 인연들 덕분입니다.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습니다. 운이 좋았던 거지요.
여행기자, 여행작가로 일하는 동안 맛기행을 테마로 잡아도, 문학기행을 하려고 해도 전라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최소 2배 정도는 얘기할 곳들이 많더군요. 볼거리, 먹을거리, 얘기할 거리가 많은 곳이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런 제 전라도 사랑을 계기로 해서 탄생한 책이 「Just go 전라도」입니다. 물론 가이드북이라는 성격 때문에 제 느낌보다는 가급적 정보를 많이 담으려고 애썼습니다. 제가 만난 사람들, 인상 깊었던 전라도 문화에 대해서는 다음에 테마 여행서적을 따로 써볼까 합니다.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막상 책이 나오고 보니 전라도의 아름다움을 다 담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하긴, 아무리 완벽하려고 애써도 100% 만족하지는 못하겠지요. 그래도 책 나오고 나서 여기 저기서 축하의 말, 사진이 좋더거나 내용이 풍부하다는 등의 칭찬을 들으니 흐뭇하더군요. 아이 기르는 부모의 심정도 어쩌면 이런 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꼬집으면 부끄러운 한편 속상하고, 잘난 부분을 얘기해 주면 팔불출 마냥 그저 신나는 게 부모의 마음 아니겠어요. 서울에서 먼 전라도를 주말마다 다니느라 취재하는 동안 고생도 많았지만 이렇게 잘 생긴 책을 낳았으니 그 고생이 다 좋은 추억이 되는 것 같네요.
전라도 책자를 썼으니 좋은 여행지 좀 추천해 달라고 주변사람들은 말합니다. 좋은 여행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취향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데 어찌 같을 수 있겠어요? 같은 여행지를 두고 어떤 사람은 좋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다시는 안 가겠다고도 하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행지에 대한 인상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곳에서 마주친 사람에 따라 좋은 인상, 나쁜 인상이 나눠지곤 합니다. 사람이라는 건 매표소 직원일수도 있고, 여행 온 어떤 사람일수도 있고, 또 식당 주인이나 종업원일 수도 있지요. 좋은 인연을 만난 곳을 나쁘게 기억하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여행지도 알고 보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다가 볼거리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 멋진 곳이라면 최고의 여행지로 꼽을 수 있겠지요.
제 책에서 첫 번째로 소개되는 여행지는 담양입니다. 목차에 소개된 곳들을 보면 두서 없이 나열되어 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가나다순도 아니고, 전북·전남으로 나누지도 않았으며 앞 뒤 지역 간에 연결고리도 없거든요. 처음에 나오는 곳들은 제가 전라도에서 특히 좋아하는 곳들입니다. 그렇다고 맨 뒤에 나오는 곳을 싫어하는가 하면 것도 아닙니다. 처음 몇 곳을 제외하고는 딱히 순번을 매기지 않았습니다. 어쩌다보니 그런 순서가 된 것입니다. 구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이긴 하지만 취재를 맨 나중에 간 덕분에 뒤쪽으로 밀렸습니다.
책의 처음 세 지역은 담양, 변산반도, 강진입니다. 담양은 정말이지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좋을 그런 곳입니다. 볼거리가 많아서 여행자의 취향이 아무리 제 각각이라고 하더라도 한 두 군데 이상은 입맛에 맞는 볼거리를 찾아낼 수 있거든요. 대숲도 좋고,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도 좋고, 소쇄원은 말할 나위도 없으며 금성산성에서 올라서 내려다보는 담양호는 또 얼마나 푸른지…. 변산반도는 여러 번 가도 늘 좋은 느낌을 받는 곳입니다. 겨울에는 겨울 나름대로 좋고, 여름에는 바다가 있으니 당연히 좋고, 봄가을 또한 나름대로 멋을 가지고 있거든요. 곰소염전은 갈 때마다 바닷물만 보고 소금 결정이 형성되는 걸 못보고 와서 다음에는 꼭 때를 맞춰 가리라 마음먹는 곳이고, 내소사는 한 겨울 눈 내릴 때 다시 한번 와보고 싶은 곳이고, 채석강은 해지기를 기다리며 소주 한 잔 하고 싶은 곳이지요. 시간이 넉넉하다면 내변산을 두루 등반 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강진은 영랑생가, 다산초당, 고려청자도요지 등으로 유명하지요. 하지만 그런 볼거리보다 강진 앞바다에 물이 다 빠졌을 때 드러나는 갯벌이 더 매력적입니다. 얼마나 넓고 신비로운지 갯벌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강진의 또 다른 매력은 먹거리입니다. 강진이야말로 남도 한정식의 참 맛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몇 군데 한정식집이 있는데 아무데나 다 맛있습니다. 시장통에 있는 싸구려 보리밥조차 너무나 맛있는 곳이 강진입니다.
담양, 변산반도, 강진 외에도 전라도에는 볼거리가 많습니다. 가이드북을 낸 지금도 문득문득 전라도 여행을 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요즘은 순천만의 갈대밭이 보기 좋을 때지요. 향일암 앞바다의 일몰, 일출도 다른 때보다 더 붉을 때고, 섬진강 참게가 한참 맛이 들어갈 때이기도 합니다. 지리산 종주코스에 두터운 눈이 쌓이면 산행도 가고 싶고, 오동도에 동백꽃이 필 때면 덩달아 마음이 설레겠지요.
하긴 철마다 이어지는 아름다움이 어디 전라도뿐이겠어요? 강원도, 경상도에도 철따라 볼거리가 즐비하지요. 그래서 이제는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려볼까 합니다. 아니면 전국을 하나의 테마로 아울러 볼까도 고민중이구요. 누가 압니까? 이렇게 고민하다보면 한 일년 쯤 뒤엔 두 번째 책에 대한 소개글을 쓰고 있을지….
첫댓글 오.. 나무님의 전라도 사랑이 책을 만든 힘이군요^^ 일년 뒤의 두번째도 책 기대합니다^^
우선 꿈(전라도 남정네랑 어쩌구저쩌구...)을 이루지 못한것에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전합니다!!(행운아님아!!나 살려줄꺼지???!!!)지난 여름휴가를 전라도로 갔었는데...여기 소개된 곳이 많네요!!
다음 전라도 여행에 많은 조언을 구하겠습니다!!아예 가이드를 해 주셔도...^^
전 경상도 사람인데 전라도 남정네랑 결혼해서 시가(강진)로 간 게 첫 전라도 여행길이었어요..^^ 그 이후 이런저런 연이 이어져 전라도길을 많이 다녔는데 전라도는 도로부터 일단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정경들이 좋더라구요..
멋지다, 멋져요~ 언제 저자와의 대화, 함 해요~~ ^^ 제가 학교 도서관에 도서 신청해 놓을께요~ 나무님 책을 베스트 셀러 만들기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