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6. 쇠날. 날씨: 어제 비 온 뒤 바람이 불고 기온이 떨어져 춥다. 미세먼지 없어 좀더니 저녁에는 아주
나쁨이다.
아침열기ㅡ텃밭 농사ㅡ텃밭 일지 쓰기ㅡ점심ㅡ그림그리기(젖은 그림)ㅡ청소 ㅡ마침회ㅡ대안교육연대 회의
[운동장 없는 서러움을 자치기로]
마을 벚꽃이 활짝 피었다. 아침 걷기로 학교 안팎 둘러보고 텃밭에 가서 농사 일을 가늠한다. 어제 내린 비가 텃밭 빗물저금통에
얼마나 있는지 살핀다. 부피와 겉넓이 공부로 연결하려고 자로 재려는데 자를 놓고 왔다. 정우와 가늠해보다 강수랑이 5리터쯤 되는 걸로 보고 텃밭
시간에 다시 재기로 한다. 채민이는 병원 들려 오느라 낮에 온다고 연락을 받았다. 미세먼지가 없으니 날이 좋으니 민주가 밖에서 줄곧 놀자고
한다. 아침에 안전의 문제로 공 주고 받는 야구를 못하게 모둠마다 이야기를 나눈터라 아이들이 많이 아쉬워한다. 점심 시간이 긴 날이라 남태령옛길
농구장으로 야구를 하러가곤 했는데 그것도 선생들이 점심 때 당번으로 줄곧 가야 해서 가지 않기로 한 터라 불만이 많다. 운동장 없는 서러움을
톡톡히 느낀다. 차가 다니는 골목길이라 위험한 게 많으니 달리 방법이 없다. 다른 놀이를 찾아야겠다 싶은데 민주랑 정우가 자치기를 하자고 한다.
그래서 6학년이 자치기 놀이감을 만들기로 했다.
아침 열기 마치고 10시에 모둠마다 농사 공부를 한다. 3학년은 고물상에 가고, 2학년은
쑥을 뜯는다. 4학년과 6학년은 같이 모종을 낸 터라 텃밭에 가서 심기로 했다. 6학년이 지난 주 만들어 놓은 팻말을 들고 가서 텃밭에서
이랑마다 세울 팻말을 꾸민다. 이미 심은 감자 네 이랑에 팻말 네 개, 모종을 옮겨심은 오이와 땅콩, 앞으로 심을 고추와 고구마, 가지, 아직
정하지 않은 이랑까지 어린이들의 멋진 그림과 글이 들어간 팻말이 꽂힌다. 나중에 전체로 작물에 따라 펫말을 옮겨심으면 되겠다. 호박 구덩이마다
호박 씨앗을 바로 넣고, 오이와 땅콩 모종을 옮겨심으려 준비하는데 남자 어린이들은 스스로를 믹서기라 부르며 땅을 호미로 다시 정리해 밭 이랑을
모두 정리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랑 흙을 골고루 펴는 일을 놀이로 바꾸어버린다. 덕분에 모든 텃밭 이랑이 보기 좋고 심기 좋게 된다. 오이
모종과 땅콩 모종을 옮겨 심고 씨앗도 바로 심어 견주기로 해서 땅콩과 오이 씨앗을 더 심는다. 작은 이랑과 6학년 텃밭에는 토종 찰옥수수외
쥐이빨옥수수를 일찍 넣어본다. 따로 모종을 만들 것이지만 미리 직파해 보는 실험을 한다. 텃밭 맨 끝쪽에는 상추와 열무 씨앗을 뿌려놓았다. 밭
이랑 둘레에는 벌써 풀들이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김우정 선생이 냉이를 캐는데 나중에 아이들이 같이 캐니 냉이가 수북하게 쌓였다. 나중에
어린이들이 텃밭일지 쓰는 동안 김우정 선생이 냉이튀김을 해줘서 맛있게 먹었다. 학교로 돌아와 좀 쉬다 모종판에 옥수수와 가지, 개구리참외 모종을
냈다. 지난해 선생이 애써 갈무리한 토종 씨앗들이다. 텃밭 일지 쓰고 10분쯤 남아서 바로 밥을 먹을 채비를 하려는데 민주가 자치기 놀이감을
만들자고 한다. 시간이 얼마 없어 오후에 만들자 하니 지금 바로 만들자 한다. 그래서 6학년은 밖으로 나와 나무를 찾아 30센치미터 어미자와
5센치미터 새끼자를 금세 만들었다. 아이들이 1학년 때 자치기 했던 걸 기억한다. 구경 온 1학년 현준이는 톱질할 때 조심하라며 톱이
위험한 도구임을 선생에게 알려준다. 이럴 땐 1학년 현준이가 딱 선생이다. 금세 완성된 어미자와 새끼자로 자치기 놀이를 한다. 차례를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5단계까지 놀이를 가르쳐주고 나니 창가에서 밥 먹을 시간이라고 외치는 1학년 윤슬이 목소리가 들린다.
점심 먹고
어미자와 새끼자를 더 만들고, 자치기 놀이를 같이 했더니 야구를 못하는 서러움을 금세 잊고 어린이들이 모두 자치기 놀이를 한다. 순식간에 자치기
놀이가 숲 속 놀이터 이곳 저곳에서 벌어진다. 아침에 안전 때문에 야구를 못해서 서러웠는데 새로운 놀이감으로 즐겁게 노는 걸 보니 다행이다.
조만간 다시 새로운 놀이가 흐름이 되도록 또 놀이감을 만들고 놀이를 꺼내야 할 때다.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마당놀이와 전래놀이가 바탕이겠다.
함께 어울려 힘을 합쳐 놀거나 동작마다 놀이 수준을 높여갈 수 있는 마당놀이와 전래놀이는 놀이 가운데 아주 뛰어나고 검증된 놀이들이다.
자치기기에 이어 비석치기, 딱지치기, 사방치기, 구슬치기, 술래잡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밧줄놀이... 많은 놀이감을 꺼내고 곳곳에서 자기
기운에 맞게 놀도록 놀이문화를 가꾸는데 한동안 애를 써야겠다. 물론 비석치기부터 모든 놀이를 할 때는 또 안전 규칙이 나오게 될 것이고
어린이들은 다시 안전규칙을 주제로 회의를 할 것이다. 긴 점심 시간이라 두 어린이가 또 놀다가 다퉈서 서로 사과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12시 30분에 마을공원에서 과천동주민센터 사무장을 만나기로 해서 가는데 유민, 서연, 민주, 단희가 따라 온다. 다음주 마을공원에 과천동 주민자치위원회 분들과 같이 나무를 심기로 해서 미리 어느 곳에 무엇을 심을 지 살피본다. 지난해 심은 두 그루 대추나무와 사과나무가 살아있는데 철쭉은 다 죽어버렸다. 울타리쪽에 장미를 심고 다년생 식물을 심기로 하고, 느티나무도 심기로 했다. 학교로 돌아와서 최명희 선생이 줄곧 애써서 만든 알찬샘 3월 글모음 <도란도란>을 꼼꼼히 읽어본다. 학생, 교사, 부모 글이 모두 담겨있는 소중한 달마다 신문같다. 날마다 줄곧 타자를 치는 수고로움과 편집 일을 알기에 더없이 소중한 작품들이다. 양지마을신문을 철마다 줄곧 내본 경험이 있어 달마다 펴낸다니 밑그림이 더 대단해 보인다. 덕분에 곧 나올 양지마을신문 봄호에 담을 기사들을 그려본다. 6학년 어린이들이 모두 마을신문 기자가 되어 줄곧 기사문을 쓰고 있고, 모둠마다 기사를 준비하기로 해서 더 나을 것 같다. 마을 주민들 기사만 더해지만 양지마을신문 10호도 볼만 하겠다.
낮 공부는 그림 그리기다. 연필로 자세히 보고 그리기와 색을 넣는 젖은 그림과 수채화 가운데 어느 것을 할 거냐는 물음에 예상대로 6학년
어린이들은 바로 젖은 그림 그리기를 하겠단다. 바로 같이 채비를 한다. 종이에 물을 먹여 판에 올려서 물감 농도를 조절해 색칠할 준비를 끝낸다.
선생을 따라 그려보거나, 6학년 되고 첫 젖은 그림이니 봄을 주제로 자유롭게 색을 찾기로 했다. 빨강, 노랑, 파랑 삼원색으로 새로운 색을
만들고 저마다 기운을 담는다. 1, 2학년 때 젖은 그림 그리기를 할 때 생각이 나는지 정우는 번지는 게 좋다는 말을 한다. 민주는 선생처럼
바탕을 먼저 엷게 칠하고 그림 형태를 잡아가며 색을 만들어간다. 채민이는 강렬한 원색을 칠하며 색의 대비를 보여준다. 정우는 여러 가지 색을
만들어내며 추상화 느낌을 들게 한다. 저마다 자기 기운을 그림에 잘 담는 어린이들이다. 환한 색이 꽃으로 나무로 드러나니 교실이 다 울긋불긋
하다. 선생이 그려놓은 옛날 그림공책을 보여달라고 해서 같이 감상도 하고, 저마다 그림을 보고 느낌을 들려주기도 했다. 다음 번에는 정물화를
색으로 표현해보기로 했다.
내일 있을 검정고시를 세 어린이 모두 보기로 해서 이번 주는 줄곧 검정고시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걱정하는 말부터 걱정하지 말라는 말까지 어린이들에게는 처음으로 보는 시험이 대단한 일이다. 이것도 즐거운 경험으로 남겠다. 내일 시험 잘보고 모레 깊은샘 야구장 나들이로 추억을 쌓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