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이 만드는 부채의 종말
‘김영익’의 이어지는 글이다. 버블 붕괴는 갑작스럽게 시작되지 않는다. 붕괴는 천천히 시작된다. 처음에 회의론자가 등장한다. 일부 자산의 가격이 상승을 멈춘다. 가격은 횡보하고 시장에는 작은 균열이 나타난다. 상승기 동안 레버리지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면, 작은 충격에도 시스템은 흔들릴 수 있다. 가격 하락은 담보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 대출 기관은 추가 담보를 요구한다. 이것이 마진콜 margin call이다. 마친콜은 투자자의 선택을 제한한다. 추가 자본을 투입하지 못하는 투자자는 보유 자산을 매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강제 매도가 발생한다. 강제 매도는 가격 하락을 더욱 가속한다. 가격 하락이 가속될수록 더 많은 마진콜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심리는 급격히 변화한다. 공포가 훨씬 빠르게 확산된다. 투자자는 위험을 무시할 수 있지만, 손실은 무시할 수 없다.
환매 제한은 왜 중요한 신호인가? 사모 신용시장에서 환매 제한이 발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환매 제한은 단순한 가격 하락이 아니라 유동성 구조의 균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25년 사모 신용시장에서 중요한 사건이 등장했다. ‘블로아울 Blue Owl Capotal’ 의 사모펀드인 ‘OBDC Ⅱ’환매 문제였다. 환매 요청이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26년 ‘블로아울’은 중요한 결정을 발표했다. OBDC Ⅱ의 분기 환매 구조를 종료하고 투자자들에게 NAV(Net Asset Value 순자산 가치) 의약 30%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블루아울’은 14억 달러의 대출 자산을 매각했다. 투자자는 이 사건을 자산 매각 이상으로 해석했다. 이 순간 사모 신용시장에서는 실제 가격 발견 과정이 시작되었다.
AI 버블을 결정하는 세 가지 변수가 있다. 첫째 실질금리는 장기 투자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결정한다. 인프라 투자는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투자의 현재 가치가 크게 하락한다. 자산은 장기 할인율 변화에 매우 민감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둘째, 신용 스프레드는 금융 시스템의 위험 인식을 반영한다. 스프래드가 확대되기 시작하면 레버리지 구조는 불안정해진다. 신용시장이 경색되면 기업들은 차입을 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투자 축소와 자산 매각을 동시에 유발한다. 역사적으로 금융 위기는 대부분 가격시장보다 신용시장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셋째, CAPEX( Capital Expenditures; 자본적 지출, 설비투자) 대비 현금흐름 비율로 투자 규모가 현금흐름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핵심은 –가격이 먼저 무너질 것인가? 신용이 먼저 멈출 것인가? 통화가 먼저 흔들릴 것인가?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른 차원의 위기다. “버블이 있는가?”가 아니라 ”위험이 어디에 축적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달러 체제는 미국에 특별한 위치를 부여한다. 이른바 기축통화국의 특권이다. 이 특권은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자국 통화로 부채 발행 가능, – 위기 시 글로벌 달러 유동성 공급 가능, –글로벌 자본 유입 유지 가능이다. 17세기 세계 금융의 중심지는 네덜란드였다. 금융혁신과 무역 네트워크 덕분에 네덜란드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금융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금융 우위는 영원하지 않다. 영국-네덜란드 전쟁으로 전비는 급증했고, 국가 부채는 확대되었다. 영국은 해군력을 구축했고, 무역과 식민자 확장을 통해 경제 기반을 확대했다. 영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했고, 결국 영국은 군사력과 산업력을 동시에 확장할 수 있었다. 통화 패권은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이동한다. 역사적 사례는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금융 중심지의 이동은 언제나 경제 구조와 지정학적 힘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진다. 양차 대전은 영국 경제에 막대한 충격을 주었다. 전쟁은 유럽을 황폐화했고 영국의 재정은 더욱 악화하였다. 반면 미국은 전쟁 동안, 산업 생산을 크게 확대하며 최대의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다. 달러는 자연스럽게 세계 금융 시스템의 중심이 되었다. 국제 무역 결제는 달러로 이루어졌고, 각국 중앙은행은 외화보유액을 달러로 보유하기 시작했다.
패권 통화 전환의 공통 조건이 4개 있다. -첫째는 과도한 부채다. 국가가 장기 국제 질서를 유지하려면 군사력과 경제력을 동시에 유지해야 한다. 이 역할에는 막대한 재정 지출이 요구된다. -둘째는 지정학적 갈등이다. 통화 패권 전환은 평화로운 환경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종종 군사적 충돌과 함께 일어났다. 영란전쟁, 양차 대전이 예다. -셋째는 통화 신뢰의 약화다. 통화는 단순한 종이나 숫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경제 체제, 전체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다. 정부 부채가 급증하거나 재정정책이 불안정해지면 투자자들은 해당 통화의 장기적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다. -넷째는 경쟁 통화의 등장이다. 패권 통화가 약화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새로운 통화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 강국이 등장하고 그 국가의 금융시장이 발전하면 투자자들은 점차 다른 통화를 보유하기 시작한다. 이 네 가지 조건이 동시에 나타날 때 통화 질서의 변화 가능성은 높아진다. 통화 패권은 갑작스럽게 붕괴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통화체제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그런 경우는 없었다.
AI 혁명은 기술변화가 아니라 경제 구조 전체를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진 사건이다. 패권 통화는 금융 시스템의 규모만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성장 능력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영국이 세계 중심이 된 이유는 생산성의 상승 때문이었고, 미국 달러 중심 체제는 압도적 산업생산력과 기술 혁신 덕분이었다. 기술 혁신이 특정 국가에 집중될 때, 해당 국가의 금융시장과 자본시장 역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예로 AI 연구, 반도체 기술, 데이터 인프라가 특정 국가에 집중된다면 글로벌 자본은 그 나라의 금융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AI는 전혀 다른 방향의 압력도 만들 수 있다. 소프트웨어 혁명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거대한 자본재 산업의 성격을 가진다. 대규모 AI 모델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물리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테이터 센터, – 전력 인프라, –반도체 공장, –초대형 컴퓨팅 클러스터가 있어야 한다. 이런 건설사업에는 막대한 전력 공급 계약과 냉각 시스템, 네트워크 인프라가 필요하며, 반도체 생산에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공장이 요구된다. 이러한 투자가 대부분 미래의 기대수익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결국 AI 혁명은 통화 질서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가능성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생산성 혁신은 경제 성장과 통화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레버리지는 금융 시스템과 통화정책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즉 AI는 통화 패권을 강화할 수도 있고, 약화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기술 금융 사이클이 항상 긴밀하게 연결됐던 이슈다.
세계 질서 시험대 호르무즈 분쟁.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빅 사이클’이란 개념으로 세계 질서의 방향을 설명한다. 지난 500년 동안 세계 질서의 변화를 연구하면서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패권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국제 질서를 구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채가 증가하고 정치적 갈등이 심화한다. 새로운 도적 세력이 등장하고 세계 질서는 점차 재편된다. 이러한 변화는 보통 전략적 교역로, 금융 시스템, 기술혁명, 통화체제라는 네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1956년 수에즈 운하 위기는 영국과 프랑스가 군사력으로 이집트를 누르더라도, 미국의 금융 압박과 외교 압박에 두 나라가 철수한 것이다. 군사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정치적으로 패배하고 철수해야 했다. “패권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교역로에서 통제력을 잃는 순간 세계는 그 국가의 힘을 다시 평가하기 시작하나. 자본과 동맹은 자연스럽게 승자에게로 이동한다. “즉 패권의 변화는 단순한 군사 사건이 아니라 금융시장과 통화체제의 변화로 이어진다.
호르무즈 해협은 현대 패권의 시험대이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와 같은 주요 아시아 경제권 역시 이 해협을 통해 상당량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다. 이 해협의 통제권은 단순한 군사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 안정성과 직결된 문제다. 트럼프는 이 새 협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국가에 군사적 협력을 요청했다. 트럼프는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경제국과 해양 강국에 해군 함정 파견을 요구하며, 국제 연합 형태의 해상 안보 체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런 요청은 ”미국이 여전히 세계 질서를 조직하고 동맹을 결집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연결된다. ‘달리오’는 패권국이 단순한 군사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동맹을 결집시키고, 국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다. 만약 미국이 여러 국가를 결집해 해협의 안전을 확보한다면, 이는 미국의 군사적-외교적 리더쉽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국제 협력이 실패하거나 해협 통제가 불안정해질 때, 세계 각국은 미국의 패권적 역할을 다시 평가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현재 세계를 흔드는 변수는 지정학적 갈등만이 아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가장 투자 열풍을 만들어낸 AI다. 대규모 AI 모델 학습을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 반도체 투자,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등은 막대한 자본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신용시장 자금이 AI 산업으로 빠르게 유입되었다. 문제는 투자 확대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기술혁명은 언제나 금융시장과 결합하면서 버블을 만들어왔다. AI 산업 역시 이러한 역사적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만약 AI 투자 확대가 실제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기술주와 관련 산업에서 대규모 가격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2026.07.10.
AI 버블이 만드는 부채의 종말-2nd
김영익 저
한스미디어 간행
첫댓글
버블 붕괴의 단계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더 건강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지난
함안에서는
덕분에 KTX로
참 편하게 일찍 귀가했습니다.
고속버스편이었으면
그 날씨에
밤 늦게까지 고생할 뻔 했어요...
늘 고마운 분.
@정세주 땅님에게 고마워 하셔야지유
차표는 운발이고
모두 교장선생님 덕분입니다
신뢰가 가는 김영익교수님.
어려운데도 잘 읽었습니다.
변동성 심한 시황에
적응하기가 힘든
어느 투자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