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12시쯤에 자다가, 윙~ 하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윗집에서 쿵쾅거리고, 밖에서도 계속 뚝딱거리길래 깼는데,
집안에 연기가 차고, 집이 훈훈해져서, 이거 우리집 불났나? 불날만한게 뭐지. 하고 이미지 스캔했는데, 그럴만한 것은 없고,
밖에서 불났구나. 하고 생각하는 찰나 와이프가, 어떡하냐고 불났다고 어떻게 도망가야하냐고 문열어도 되냐고 그래서,
현관을 만져봣더니, 아직 안뜨거워서 살짝 열었더니, 연기가 훅하고 들어와서. 집에서 대기하기로 하고,
베란다에 가니 소방차들이 들어오고 있고,
다행히 우리집은 연기가 덜 차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온가족이 쓰고 베란다에 앉아서 바깥 구경?하는데,
소방관이 현관을 막 두드려서,
문을 열었더니, 중무장한 소방관 2명이 들어오더니, 가족인원 파악하고, 대피하겠냐고 해서,
밖에 저런데 어떻게 가냐고.
그랬더니, 소방관이, 여기 있는게 낫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실내에서 대기..
그 소방관은 자기 산소탱크 고장인 거 같다고, 저희집에서 잠시 휴식하고..
이 건물 몇층까지 있냐고, 저희집이 13층) 20층이라고 하니까. 낙담하더군요.
하긴 그 장비 메고 13층까지 올라오느라, 이미 온몸에 땀이 범벅이 되었던데.... (물이라도 줄걸)
불은 7층에서, 우리집은 13층 같은 라인..
화재 내내 저희 아파트 모든 가정이 밖으로 대피했지만, 우리집만 베란다에 남아서 구경? 했습니다.
여기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실상 생존21에서 몇년간 많은 글을 보았지만, 실제로 준비한 것은 하나도 없고,
단지 그래야지, 다음에 해야지 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적으로 하나씩이라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부터 교훈 및 팁을 알려드립니다.
저희집 아래층입니다. 그을음이 이렇게 앉을만큼 계단실에 연기가 꽉찼었습니다.
저희집은 못 찍었는데, 소방관이 하도 두드려서 문에 검댕 자국이 시커맸습니다. 아래층은 그나마 고요?하네요..
현관도 깨끗하고..
아침에 얘기들으니, 19층 아저씨는 연기 많이 마셔서 병원 실려갔다고 하네요..
1//(가장 중요)
저희집은 이사왔을 때, 3년전, 겨울에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현관 고무패킹을 전부 새것으로 교체하였습니다.
덕분에, 밖에서 화재 났을 때, 연기가 안으로 거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저희 앞집만 해도, 연기가 집 안에 꽉찼더라구요...
바람막이 털달린게 아니라, 고무호스같은 문틀에 맞는 전용 제품으로 완전히 밀봉해야 합니다.
2// 계단실과 현관 공간을 차단하는 방화문이라고 있지만, 이 문도, 문 틈새는 패킹이 없더군요.
결국 불 났을 때, 틈새로 연기는 다 들어옵니다.
그러므로, 이 방화문도 믿을만하지 않습니다.
아파트 살면서, 우리집 불난게 아니라면, 자기 집 안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소방관이 대피하겠냐고 하는데, 13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소방관의 예비 마스크쓰고 가야한다는데,
계단실의 연기속으로 들어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대기하는 걸로...
내 집이 어덯게 될지도 모르는데, 집 비우기도 그렇고...
3// 소방차가 창밖에서 물을 쏘지 않았습니다. 하긴 물을 쏘려면 베란다 창문이 열려있거나, 다 깨질텐데.. 쉽게 쏠수도 없겠죠..
불났을 때는, 베란다 창문의 잠금을 최소한 풀어놔야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창문을 열던가...
4//(팁)
공기청정기는 틀지 마세요. ㅠㅠ 집에 연기찼다고 공기청정기 잠깐 틀었는데, 연기냄새배서, 못틀고 있어요. ㅠㅠ
5// 대피가방, 생존가방은 꼭 만들어두시기 바랍니다.
화재시 가지고 나갈, 집문서, 귀중품 등을 모아서 하나의 휴대용 금고에라도 넣어관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불 한번 나면, 타는 것도 문제고, 온집안이 물바다 그을음 투성이가 될텐데...
불이 꺼지고나니, 거기 살던 사람들, 오늘은 어디서 자며, 앞으로 어떻게 재기할 지 걱정이 됩니다.
6// 대피용 의복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방관이 문 두드릴 때, 입고 있을 옷이 없더군요.
대피하면, 몇시간은 밖에서 떨어야 하고, 대피소에 가야할 수도 있는데, 의복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그런다잖아요? (성차별은 아닙니다) 여자들은 급박한 죽음에 임박했을때, 속옷 위아래 맞춤 아닌 것을 걱정한다고...남자들은 컴퓨터 야동 남아있는 것을 걱정한다고.....
7// 대피하는 것을 대비하여, 완강기라던가, 밧줄이라던가를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아래로 이것들도 우리집 위에서 불났을때나 가능하지, 우리집 아래에서 불나고, 계단실에 연기가 꽉차 있는 상태라면..
대책이 없네요.. 아찔합니다. ㅠㅠ
8//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한번쯤 이미지트레이닝으로라도 어떻게 행동할 지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다행히 바람이 옆으로 불어서, 우리집으로 연기가 덜 들어와서, 베란다 문 열고 베란다에 앉아서 대기했지만,
그렇지 않은 최악의 상황이라면.. .. ㅠㅠ
글이 길었습니다.
남의 집 불구경 같지 않고, 직접(생전처음) 불난 것을 겪어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이나마,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첫댓글 놀라셨겠습니다 ㅡㅡ
저는 집에 방독면을 사놓긴 했는데
그걸 쓰는 연습을 식구들과 월1회라도 해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저는 아마 방독면이 있었어도 안썼을 듯 해요. 아까워서. ㅠㅠ
(사실 그렇게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어서..)
소중한 경험담 감사합니다
큰일날뻔 하셨는데 다행이네요
방독면은 꼭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 건설사들 대부분이 세대당 몇만원 아낀다고 가장 중요한 방화문도 기준미달 제품을 쓰고있죠..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ㅠㅠ
소방관 분들도 고생 많으십니다.
간밤에 겪고나니, 회사 계단실의 방화문을 살펴보게 되네요.. 10년된 건물인데, 패킹도 붙어있고, 아직 탄성도 쌩쌩하네요. 하지만, (2층이라서, ) 계단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방화문을 약간 열어둔다는 것이 함정....
아파트 부실공사 큰 문제 입니다.
전에 방송에서 방음이 안되는 옆집경계벽을 뜯어보니 벽돌이 손으로 빠지는곳도 있고
방화문은 속에 종이가 들어있는곳도 있고 ..
화재시에 방화문에 요즘엔 전자식 잠금장치를 쓰는데 작동안되면 탈출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정말 갑자기 자다 놀라셨겠네요 더불어 중요한 경험담도 고맙습니다 다 맞는말이고 동감합니다
다들 내집은 아닐거야라고 안심하지만 언제든 우리집이 걸릴수 있는거죠 아파트 현관문에 고무 패킹이 있고 교체가 가능하다는것도 첨알았네요 주택에 사는지라ㅎ 하지만 아파트 사는분들은 필이 봐두어야할것입니다
그리고 소화기와 더불어 가족수대로 방독면 있어야합니다 복도에 연기차면 물수건으론 택도 없죠
소화기는 초기 진화용으로 필수이고..
늦게 발견해서 끌 수 없다면, 소화기로 끌 생각말고, 즉시 가족은 방독면 씌워서 탈출시키고, 가장은 다시 들어가서 귀중품(금고가 있다면) 챙겨서 나오고.. ㅠㅠ 죽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재산도 중요하니까.
침착하게 대처 잘하셨네요 불나면 화재경보기 울리게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도 잘해야 되요
계단실에 있는 화재 경보기 계속 울리고, 관리사무실에서 하는 방송 스피커에서도 싸이렌이 계속 울렸습니다.
실내에 있는 화재/연기 감지기는 작동 안했구요. (심각하게 연기가 찬 게 아니라)..
싸이렌이 그냥 평----- 으로 나와서, 이게 뭐지? 했습니다.
어렸을 때 싸이렌에 대해서도 배우잖아요?
3초 간격으로 앵 앵 앵~~~ 이렇게 컸다 작았다 하는 것은 훈련경보,
실제 공습경보는 3분간 평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것도 잘 인지해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핵꿀팁을 주시다니
그런 상황에서 침착하게 집안에있는 선택을 하셨군요
저라면 어찌했을지..
집에 있었던 최초의 이유가.. 무엇을 어떻게 할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냥 넋놓고 베란다에 가서 있었던거죠.
그래도, 그것이 최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탈출 방법이나 피난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두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공기청정기는 필터 갈으셔야될듯하네요.
놀라셧네요..저는 무조건 옥상
꼭대기층이라
우선 계단실에 연기가 꽉 찬 상태에서는, 단 1개층도 움직이기 힘들것 같습니다.
그래도 꼭대기층이라 바로 위가 옥상이니, 방독면이 있다면 자력으로 탈출하기는 좋은 조건 같습니다.
저희집은 거의 중간층이라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베란다에서 기다릴수밖에는....
경험담 고맙습니다.
말씀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보겠습니다.
핵심은, 현관문의 밀폐입니다. 연기가 안들어오도록... 오늘 바로 실행하세요.
겨울의 찬바람, 바깥의 미세먼지 유입도 막아줄겸...
이거 참 ... 연습 한 번 없었으니 .....
경험담공유 감사합니다 이렇게 실전경험 공유가 뭣보다 꿀팁이죠 근데 문틈 고무패킹 어떻게 하셨는지 사진이 있으시면 공유부탁 드립니다😊👍
문틀 자체에 고무 패킹하는 홈이 있습니다. 보통 오래된 집은 고무가 삭아서 떨어져 나가있죠.
저희는 이사할 때, 삭은 고무패킹을 다 떼어내고 새로 끼웠죠.. 사진은 퇴근후에 찍어볼께요..
@정종현(인천) 감사합니다 😊
@바람돌이(경기 이천) 문틀에 끼우는것인데, 정확한 모양, 형태는 모르겠네욤. 와이프가 인터넷으로 구매한거라ㅡㅡ
@정종현(인천) 아하 방풍실링이군요
감사합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돌아가신분만 가슴칠 노릇이네요.. 불낸이도 졸지에 살인자가 되어버린....
당장 우리집이 불타지 않더라도, 연기에 의한 피해는 꼼꼼히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저도 신경쓰고 더욱 단단히 대비하고자 합니다.
늘 조심하고 현관문 밀폐 방독면과 생죤가방 필수... 생각만해도 아짤하네요
주말에 취미로 로프타고 암벽 하산하는 연습도 좋겠어요~글구 횐님의 이번 경험담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 드립니다
저도 로프 단단한 거 준비하고 (돈 아낀다고, PE 로프 준비했지만, 이건 불에 너무 약하고, 미끄러워서.. ),
아이들에게도, 와이프에게도 줄타고 탈출하는 거 교육 시켜야겠습니다. 저도 물론 연습..
아마도, 실제 상황에서는, 아빠가 위에서 줄 잡고 슬슬 내려줘야 하겠죠...
정말 화재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돔움 되었습니다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고 몸에 와 닿는 후기일지도.. 저도 아직도 가끔 그 당시 생각하면서, 다음에는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
도움이 되셨다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