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은 흔히 변화산(變化山, The Mount of the Transfiguration)의 사건으로 알려져 있는 내용입니다. 변화산이라는 명칭은 나중에 신학자들이 붙인 이름이고, 이 산이 어디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복음서에서도 그 이름을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자들 중에는 다볼산(Mt. Tabor, 해발 588m)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고, 헤르몬산(Mt. Hermon, 해발 2,814m)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다볼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산이 어디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산을 찾으신 이유는 기도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28절). 예수님은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조용하게 격리되어 기도하시기 위해 이 산을 찾으셨습니다. 즉 기도의 장소로 가셨다고 이해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본문의 내용은 마태복음 17장과 마가복음 9장에서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실 때 예수님의 용모(容貌)가 변화되고, 그 옷이 희어져 광채가 났습니다(29절). 그리고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함께 말씀을 나누었습니다(30절). 그리고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나누신 대화의 내용은 장차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別世, 죽음)하실 것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즉 예수님께서 곧 십자가에서 돌아가셔서 대속(代贖)의 사역을 완성하실 것에 관해 말씀을 나누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메시아, 구세주로 오셨습니다. 그래서 대속의 죽임을 당하실 것에 관해 기도 중에 모세와 엘리야와 나누신 것입니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율법을 전해 준 자입니다. 그리고 엘리야는 구약시대의 모든 선지자의 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세도 시내산(Mt. Sinai)에서 영광스런 하나님을 뵈었던 사람이고(출 31:18), 엘리야 역시 호렙산(Mt. Horeb)에서 하나님을 뵈었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왕상 19:8~18). 그리고 모세는 하나님께서 나중에 자기와 같은 선지자 하나를 일으키실 것이라는 예언을 하였었고(신 18:15), 말라기 선지자는 선지자 엘리야를 보내시겠다고 예언한 적이 있습니다(말 4:5). 즉 모세와 엘리야는 구약시대에 예수님을 예표(豫表)하는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변화산에서 예수님께서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 대속의 죽음에 관해 말씀을 나누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구약시대에 메시아를 보내셔서 구속(救贖) 사역을 이루시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산에 올랐던 세 제자는 그 상황에서 졸고 있다가 깨어나 이 광경을 목격하였습니다(32절). 비몽사몽(非夢似夢) 중에 목격한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깨어나 명확하게 목격하였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온전히 깨어나”라고 확실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서서 말씀을 나누시는 예수님을 본 제자들은 무척 놀라웠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전설처럼 여겨지는 모세와 엘리야를 눈앞에서 보았고, 예수님께서 그들과 말씀을 나누시는 장면은 아마 매우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 앞에서 모세와 엘리야가 보인 태도는 예수님을 향해 매우 겸손한 종의 자세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이 장면을 목격한 제자들은 매우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베드로는 이미 예수님은 그리스도시요,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고백하였었지만 마치 그 고백의 내용을 확인이나 해주는 것처럼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모세와 엘리야가 떠나려고 할 때 예수님께 여기가 너무 좋사오니 초막 셋을 여기에 지어 예수님과 모세와 엘리야가 지낼 수 있도록 하자고 말씀드립니다(33절). 제자들이 목격한 것은 마치 천국처럼 느껴졌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33절은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도 알지 못하더라”라는 말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황홀경(怳惚境)에 빠져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한 것이란 의미일 것입니다.
그러자 갑자기 구름이 덮이기 시작하고, 구름 속에서 “이는 나의 아들 곧 택함을 받은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는 말씀이 들려왔습니다(34절, 35절). 구약성경에 보면 하나님의 임재를 묘사할 때 구름이 덮이는 장면과 함께 묘사될 때가 많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하나님의 임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나님은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메시아로 보내신 하나님의 아들이니 그의 말에 따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 소리가 그치자 모세와 엘리야는 보이지 않고 예수님만 남으신 것을 보게 됩니다. 제자들은 이 경험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예수님께서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마 17:9; 막 9:9).
변화산에서 일어난 예수님의 변모(變貌) 사건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에게 있어서 매우 놀라운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나중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셔서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이 변화산의 사건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했을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땅에 육신을 입고 오신 목적을 이루시기 위해 기도하셨고, 예수님의 구속(救贖) 사역은 모세를 통해서 주신 율법과 말씀, 그리고 선지자들을 통해서 전해진 말씀들을 통해 끊임없이 전해졌었고, 예언되었던 것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말씀을 나누시면서 그 영광스러움을 보이셨던 광경은 단순히 하나님 나라의 영광스러움을 살짝 보여주신 것만이 아니라, 이 영광스러움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受難)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신 것이기도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이 없이는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나라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고난을 받으시고, 부활하신 날을 기다리면서, 주님의 고난과 부활을 묵상하는 기간인 사순절(四旬節, Lent)이 시작되었습니다(2025년은 3월 5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우리 죄를 위해 십자가의 고난과 죽임을 당하실 수밖에 없으셨던 주님을 묵상하면서, 그리고 영광스러운 부활로 인하여 우리를 하나님의 나라로 인도하신 주님을 묵상하면서 사순절의 기간을 보내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