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본질은 ‘권력 분산’이다
[시평]
2026. 6. 4. 11:10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한국정치학회 회장
중앙정치 연장전 된 6·3선거
지방정치는 ‘민주주의 학교’
정당 따른 ‘줄 투표’ 시정할 때
권력의 속성은 집중과 비대화
삼권분립과 지방자치가 중요
민주주의 최후 보루 지켜내야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 거대한 정치 이벤트 속에서 정작 본질적인 질문은 실종됐다. 많은 유권자에겐 중앙정치의 중간평가나 대리전 정도로 인식될 뿐, 지역의 미래와 지방자치 의미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 하나를 잊고 있다.
지방선거의 본질은 정당 간 세력 다툼에 있지 않다. 지방선거는 권력이 단일한 중심에 집중되지 않도록 시민사회와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민주주의의 핵심 장치다. 민주주의(Democracy)의 어원이 민중(Demos)과 권력(Kratos)의 결합이듯, 민주주의의 생명력은 권력을 나누고 서로 견제하도록 만드는 데서 나온다. 시민이 스스로 공동체의 문제를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을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19세기 프랑스 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은 미국 민주주의의 힘을 뉴잉글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발견했다. 주민들은 학교 설립과 도로 정비, 세금 문제를 직접 토론하고 결정했다. 토크빌은 민주주의의 힘이 중앙정부의 명령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책임에서 나온다고 봤다. 그가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부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민은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공공성을 배우고 권력을 감시하는 주체로 성장한다.
오늘날 스위스의 지방분권 체제 역시 이러한 원리를 잘 보여준다. 스위스에서는 교육과 복지, 세금정책의 상당 부분을 칸톤(Canton·州)이라 불리는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지역마다 제도와 세율이 달라 효율성만 놓고 보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산 구조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적 갈등을 흡수하는 강력한 기반이 된다. 권력이 시민의 삶 가까이에 있을수록 정치는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생활 속 실천이 된다.
반면, 우리의 지방자치는 여전히 중앙집권적 구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와 경제, 교육과 문화의 상당 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지방정부의 자율성도 제한적이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정권 심판’과 ‘국정 안정’이라는 중앙정치의 프레임이 지배했다. 유권자들 또한 지역의 비전과 정책보다는 정당 구도에 따라 표를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자치의 장(場)이라기보다 중앙정치의 연장선으로 기능해 왔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권력이 본질적으로 집중과 비대화를 향하는 속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중앙으로 수렴하려는 권력을 어떻게 분산시키고 견제할 것인지를 고민해 온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절대왕정은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될 때 인간의 존엄이 어떻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고, 20세기 전체주의는 중앙집권적 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얼마나 쉽게 파괴할 수 있는지를 비극적으로 증명했다. 현대 민주주의가 삼권분립과 지방자치를 발전시켜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선의를 믿기보다 제도적 견제를 중시한다. 권력은 도덕성만으로 절제되지 않는다. 다른 권력에 의해 견제될 때 비로소 통제될 수 있다. 액턴 경의 말처럼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통찰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따라서 지방정부와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는 단순히 행정 효율성을 높이거나 주민 민원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중앙권력이 독점과 독단으로 흐르지 못하도록 시민들이 마련해 놓은 민주주의의 안전장치이자 최후의 보루다. 시민들이 자신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지역의 현실에 맞는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토대인 것이다. 이 기반이 튼튼할 때 민주주의라는 거목도 흔들리지 않는다.
6·3 선거는 끝났지만, 민주주의는 선거와 함께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지방의회와 마을 공동체, 그리고 일상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참여하는 시민들의 생활정치 속에서 자란다. 선거 이후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누가 이겼느냐가 아니다. 우리는 권력을 충분히 나누고 있는가, 그리고 시민은 진정한 자치의 주체로 서고 있는가. 이것이 이번 선거가 남긴 가장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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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v.daum.net/v/20260604111017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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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재판 재개, 탄핵, 구속! #장동혁 20260323 b.j 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N5RA/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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