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외할아버지 상을 치뤘습니다.
제 친가쪽과 외가쪽 조부모님 네 분중 마지막 살아계셨던 분이셨는데, 그 분들 돌아가실 때마다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
제 부모님이 맞벌이 부부라서 유년기는 친가쪽 조부모님 밑에서 소년기는 외조부모님 밑에서 자란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그 어느 손자들 보다도 잔 정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죠.
하여간 이번 태풍 속에서도 장례식 치루는 시간 만큼은 비가 내리지 않아 마지막 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잘 장례를 치뤘습니다.
서두가 좀 길었지만, 하여간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제 둘째 외삼촌이 국내 대기업에 다니시고 십오년 전 쯤에 일본에서 파견근무를 몇년 하시더니 작년에 다시 일본으로 파견근무를 들어가 계십니다.
그래서 이번에 조문 손님들 중에 일본 손님들이 몇 분 오셨었죠.
저는 그때 직접 있지 못해 나중에 알았으나, 그 일본 손님들이 엔화로 부의금을 주고 가셨답니다.
사십몇 엔, 한화로 바꾸면 500만원 정도라 하더군요.
뭐, 저희 외가가 재벌도 아니고, 사실 일반 상가 집에 들어오는 조의금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부담스러운 터무니없이 많은 돈이죠.
하여간 장례가 끝나고 모여서 식사를 하면서 어른들끼리 들어온 조의금에 대한 회의를 하셨습니다.
다른 것들은 이럭저럭 얘기가 쉽게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 엔화에 대한 것은 좀 애매한 상황이었죠.
큰 외삼촌이 둘째 외삼촌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약간 머뭇머뭇 모두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하고, 큰 외삼촌은 확실하게 의견표명을 하라고 하셨죠.
(큰 외삼촌도 현역 때모 대기업의 중견 고위 임원으로 올라가셨을 만큼, 추진력과 회의 주도력이 강하시죠 ^^;;)
그러자 제 아버지께서(제 아버지가 맞사위이며, 가장 어머니와 더불어 최연장자이심) 일본의 풍습에 대해 말씀해줬죠.
일본은 경조사에서 들어오는 돈에 대해서는 그 들어온 액수에 상응하는 선물을 구입하여 아주아주 정성껏 이쁘게(여기서 매우 강하게 강조하셨음-_-) 포장하여 줘야한다고 하더군요.
다시 말하면 들어온 돈을 갖고 무언가를 남기는게 아니라 그대로 다시 감사의 표시를 해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상응하는 액수와 더불어 정성껏 포장을 해서 선물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바쁜 사람들에겐 참 큰 부담이라 생각되는데요.
그래서 들어완 엔화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선물을 구입하는데 쓰라고 둘째 외삼촌에게 위임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가결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통상적인 관례는 경조사에서 일단 들어온 돈으로 그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해결하고 남은 돈을 약간의 답례하는데 쓰고, 나머지는 자산으로 들어가는 형식입니다.
그 답례라는 것도 바깥에서의 식사 대접 정도이죠.
게다가 경사가 아닌 조사에서는 원칙적으로 식사나 먹을 것을 돌리는 등의 행위도 그리 바람직한 행위는 아니라 합니다.
이에 비해 일본에서는 축하나 위로의 표시로 주게 되는 돈에 대해서는 에누리 없이 바로 현물로 보답하는 시스템인가 봅니다.
사실 사람이 살면서 특히 중년이 되면 워낙 경조사비 많이 나가는데, 우리 나라처럼 자기 경조사에서 남겨야 Zero-sum game(서로의 손익이 제로가 되는 현상)이 될 것 같은데요.
일본의 풍습대로 하면 경조사에서 자신의 것이든 타인의 것이든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저 풍습이 꽤 격식을 차리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습니다만.
제 둘째 외삼촌은 비지니스 관계로 깊이 연루된 분들이기에 작은 것 하나라도 격식을 차려줘야겠죠.
이게 참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해 안가는 현상이 다른 나라, 다른 민족에서는 당연한 풍습으로 존재하는 것을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대학교 때 문화인류학에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이쪽 학문 분야도 참 재미었을 거라는 생각도 했구요.
참고로 고등학교 때 사회문화 과목이 좀더 고차원적인 학문 분야로 들어가면 문화 인류학이 됩니다.
사람의 삶에 대한 다양성은 참 흥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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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알게된 일본의 풍습 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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