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위의 십자가]The Cross on the Mountain
프리드리히 Caspar David Friedrich (1774-1840)
이 그림 정말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죠? ^^ 하얀 눈 속에 우뚝 솟은 수려한 전나무, 엷은 베일이 드리워진 듯한 공기에 은은히 퍼지는 빛, 그리고 그 빛에 마치 전나무의 그림자인 듯 드러난 교회의 실루엣은 신비롭고 신성하게 느껴집니다. 그림을 잘 보면 전나무 사이에 십자가상이 서 있고 그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보이죠. 기도하는 사람 주위로는 지팡이들이 흩어져 있는데, 단순히 눈을 헤치고 걷기 위한 지팡이 같기도 하지만, 기도하는 사람의 자세가 독특한 것을 볼 때 (기도할 때는 보통 무릎을 꿇죠) 이 사람은 다리가 불편한 듯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여러 모로 경건한 느낌을 주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낭만주의 Romanticism 미술의 거장인 독일 화가 프리드리히의 그림이랍니다. 미술사에서 낭만주의는 자유와 미지에 대한 동경을 분방한 색채와 형태 표현을 통해 감성적으로 구현하고자 한 19세기 초반의 사조인데, 여기에 속하는 그림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들라크루아 Eugene Delacroix (1798-1863) 같은 프랑스 낭만파 화가들의 그림으로 혁명, 전쟁 장면이나 그밖의 극적인 장면들을 화가의 상상력과 환상을 동원해 격정적으로 표현한 것이죠. 나머지 하나는 영국과 북유럽 화가들의 그림으로 자연이 배경에 불과했던 과거의 그림들과 달리 자연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 거대한 신비에 대한 경외감과 동경을 표현한 것입니다.
프리드리히는 바로 후자에 속하는 북유럽 낭만주의 미술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흔히 낭만주의 풍경화가라고 불리지만 평론가들은 프리드리히가 엄밀한 의미에서는 풍경화가가 아니라고 말한답니다. 왜냐하면 그는 보이는 그대로의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연 경관을 자신의 환상을 더해서 재구성했으며 미적 효과를 위해 때로 자연 법칙을 무시하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의 그림의 이런한 특징들은 그림 전체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통해 복합적인 정서와 막연한 동경을 표현한 19세기 말의 상징주의 Symbolism 미술과 직결됩니다.
프리드리히의 그림은 종교적인 경건함을 지니고 있으며 구체적인 크리스트교의 상징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크리스트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 이것은 그의 그림이 사실상 크리스트교적이라기보다는 범신론적이기 때문에, 즉 자연 또는 우주 자체를 신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프리드리히의 그림속 자연은 더없이 신성하고 불가사의합니다.
떡갈나무 숲의 수도원 (1809-10)
프리드리히 Caspar David Friedrich (1774-1840)
캔버스에 유채, 110.4 x 171 cm, Nationalgalerie, Berlin, Germany
앞서의 그림이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에 어울리는 그림이라면 위의 그림은 웬지 모르게 겨울의 막바지에 어울릴 것같은 그림입니다. 황혼 무렵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이 서있는 숲속 수도원의 폐허에서 고요한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은 음산하거나 절망적인 느낌을 주는 대신 신비롭고 엄숙한 느낌을 줍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겠지만 저는 이 그림에서 절정을 지난 겨울과 멀지만 다가오고 있는 봄이 느껴지고, 이 장례식은 재생과 부활의 순간이 올 때까지의 평안한 휴식에 드는 과정으로 느껴집니다.
생전에 프리드리히는 평범한 화가에 불과했고 죽은 후에도 얼마간은 그랬습니다. 그를 재발견하고 높이 평가한 것은 당연히 19세기 말의 상징주의자들이었습니다. 한동안 인상주의 impressionism 와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에 밀리는 처지였던 상징주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20세기 말부터 다시 고조된 후 프리드리히는 낭만적인 현대의 미술 애호가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화가가 되었습니다.
눈보라 Snowstorm (1842)
by 터너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1775-1851)
캔버스에 유채, 91.5 x 122 cm
이번엔 영국 낭만주의 미술의 대표자 터너의 그림입니다. 눈보라를 만난 배를 나타낸 이 그림은 정적인 프리드리히의 그림과는 대조적으로 아주 역동적입니다. 터너 역시 자연 경관을 그리면서 화폭 전체에 독특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하여 감성을 표출했습니다. 그는 특히 빛과 대기의 움직임을 탁월하게 묘사해서 효과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었죠. 보이는 그대로의 빛을 표현한 인상주의는 낭만주의와 대립되는 사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터너의 빛과 대기의 묘사는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답니다.
겨울 by 밀레 Jean-Francois Millet (1814-1875)
이 그림은 어떤가요? 추수가 끝나고 눈이 쌓여있는 밭의 고즈넉한 모습을 담은 밀레의 그림입니다. 바르비종파 Ecole de Barbizon 의 대표자 밀레는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Realism 라는 대립되는 두 사조의 경계선에 서 있던 화가입니다. 밀레는 전원을 뛰노는 님프들을 그린 것이 아灸?일하는 농민을 그렸다는 점에서 사실주의적이지만, 농민 생활을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렸다기보다는 그 소박함에 대한 경애를 담아 온화하고 서정적으로 그려냈기에 낭만주의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밀레는 우리에게는 이발소 그림의 대가로 알려져 있기도 하죠. ^^ 이발소 그림이란 건 진부하고 감상적이라는 빈정대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계층,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정답게 어필하는 그림이라는 의미도 된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네덜란드 낭만주의 풍경화들을 소개하죠.
사람들이 있는 강 풍경 A River Landsacpe with Figures
by 라이케르트 Charles Henri Joseph Leickert (1818-1907)
패널에 유채, 26.6 x 35.6 cm, 개인 소장
라이케르트는 유난히 겨울 풍경을 즐겨 그린 네덜란드의 화가랍니다. 네덜란드는 풍경화의 원조격 국가라고 할 수 있는데,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서 풍경이 아직 그림의 주제로 자리잡지 못했던 17-18세기에 이 장르를 발전시켰습니다. 19세기 초 영국 낭만주의 풍경화가들과 바르비종파 화가들은 모두 네덜란드 풍경화의 영향을 받았답니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풍경화가 전유럽에서 중요한 장르로 자리잡은 19세기에 네덜란드 풍경화는 침체했습니다. 라이케르트는 이 시기의 화가랍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그림은 아름답고 편하지만 별로 강렬한 특징은 없죠. 라이케르트는 스승인 셸호우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래 그 스승의 그림이 있습니다. 이런...영향을 받은 정도가 아니라 주제며 구도며 거의 똑같군요. 그럼 아래 그림이 원조가 되나요? ^^;;
언 강의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 A Winter Landscape With Skaters On A Frozen Waterway
by 셸호우트 Andreas Schelfhout (1787-1870)
캔버스에 유채, 52 x 75 cm, 개인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