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그러니까 인터넷이 많이 보급되지 않고 <문자중계>도 시작되기 이전 시절 말입니다.
그때는 야구장 전광판에 투수의 투구수가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전광판에 다 나오고, 궁금하면 중간에 KBO어플 들어가서 찾아보면 되지만
그때는 그런 게 없어서, 투수가 얼마나 던졌는지 알 방법이 없었죠.
그때 저는 야구장 갈 때마다 꼭 '연습장'을 들고 다녔습니다
바를정자를 써가면서 투구수를 체크했거든요
처음에는 그냥 투구수만 기록했고
나중에는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했고
그 다음에는 직구와 변화구 갯수까지 카운트했던 기억이 납니다.
몇개나 던졌는지, 언제 바꿔야 좋은지 늘 궁금했으니까요.
처음에는 "쟤 뭐야?" 하는 눈으로 쳐다보던 그 시절 카페 원년 회원님들도
언젠가부터 4~5회만 되면 꼭 저한테 "지금 몇개 던졌냐"고 물어보던 기억이 납니다
2000년~2001년은 선발의 투구수에 지금보다 덜 신경 쓰던 시대지만
그때도, 투구수나 등판 간격을 주의깊게 지켜보는 회원들이 있었거든요.
당시에는 다른 구장이 지금 몇대 몇인지도 알 방법이 없어서
순위 경쟁중인 상대팀이 이기는지 지는지 궁금한데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7회 끝날때쯤 전광판으로 딱 한번 알려주는 <타구장 소식>을 애타게 기다렸고
정말 중요한 다른팀 경기가 있을때는 워크맨으로 라디오 중계 들으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야구장 관중석에서 이어폰 꼽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던 기억도 납니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야구 소식 접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남들 삐삐 음성 들을때 공중전화에 줄 서서 700-1600으로 점수만 한번씩 확인하던 시절도 있었죠
어떤 날은 스포츠 뉴스 보기 직전까지 결과를 몰라서 조마조마 떨리는 맘으로 9시 45분을 기다렸고
상대팀 선발 누가 나올지 궁금해서 커다란 '전지'에다 매일 투수 누구 나왔는지 체크해서 방에 붙여놓기도 했고
아침마다 스포츠신문 기록지 오려서 모아놓고 <최근 5경기 타율>같은 것들 계산하던 기억도 납니다.
삼성팬 친구는 당시 자기가 제일 좋아하던 김한수의 기록을 매일 손으로 적으며 노트에 <타율변동> 그래프를 그렸는데
"이상훈이 송진우보다 훌륭한 좌완"이라고 우기면서도 숫자를 세세하게 챙기지는 않았던 LG팬 친구 2명은
저와 삼성팬 친구의 그런 '덕후스런' 모습을 보면서 <XX새끼들>이라고 욕(?)하던 기억도 납니다
스탯티즈 들여다 보면 A타자의 타율을 좌투수, 우완 정통파, 우완 사이드로 각각 나눠서 찾아볼 수 있는 시대고
DER로 수비력을 가늠하고 wRC+로 공격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대지만
그래도 가끔 연습장에 바를정자 써가며 투구수 체크하고, 전지에 매직으로 표 그려 로테이션 예상하던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그 시절 야구가 지금보다 좋거나, 환경이 훌륭해서 그런 건 아니고, 제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거겠죠.
앞으로 또 20년쯤 지나면
폰으로 스탯티즈 찾아보는 지금 시절은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하네요.
그때는 또, 지금이 <옛날야구>로 바뀌어 있을 테니까요.
첫댓글 심판의 역활을 기계가 대신 하고 있을수도
있겠네요.
소식을 몰라 애가탔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내 중계하다가 "정규방송 관계로" 8회에 끊어버리는 경우도 많았으니까요.. 야구는 끝나야 끝인데...헌데 지금처럼 야구보기 편한 시절에는 그시절 만큼의 열정이 사라져버렸네요..나이 때문이겠죠?
ㅋㅋ그넘의정규방송관계ㅋㅋㅋ
AI를 장착한 안드로이드가 인간대신 야구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야구가 비인기 종목이 되서 존폐의 위기에 빠져 있을수도 있겠지만 저는 수많은 드론들이 촬영한 다양한 각도에서의 영상들을 vr로 좀 더 실감나게 감상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로 홈런볼의 궤적을 따라서 홈런볼이 된것처럼 날아가 보는 영상이라던가..^^
예전에 콜서비스 전화로 타구장 소식
확인해서 전화비 무지하게 나왔던 기억...ㅋ
스포츠신문 보러 일부러 당구장 간 기억도 그나마 그것도 나이순 짬빱순으로 돌려보았다는
해설에서 투구수 언긒하는거 메자리그 중계 영향 아닐까요 박찬호 경기 중계 하면서 스트라이크 볼 순으로 카운트 하다 볼 스트라이크 순으로 말하는것도 ㅎㅎ
700-xxxx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전 주로 700-6979로 확인했었는데 ㅎ
학교등교할때 스포츠신문 사가서 같은반 전체가 하루종일 돌려보던 기억이 있네요
야구 700번호가 많았나 보네요
전 700-6000번만 이용했는데.
돈이 엄청 나왔던 기억이 ㅎㅎ
희한한기억이긴하지만 700ㅡ6979는 야구장에가면 4회쯤 잠실에서광고를했었죠 매번 베어스정수근선수가 이글스상대로도루하던장면이라 씁슬한기억이나곤합니다ㅋㅋ 제기억이맞다면 당시이글스투수는 정민철선수이구요
당시엔 금요라이트라고 kbs1에서 해주기도했고 일요일2시야구보기위해서 노래자랑에 슈퍼보드와영심이 엄청봤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