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이나 잔소리의 가치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blog.naver.com/changss0312
어느 모임에 참석했는데, 거의 다 낯선 사람들이었다. 그 속에서 내 나름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데, 40대 초반의 여성이 내게 다가와 뭔가를 물었다. 그런데 퉁명스러운 어투였다. 다소 거칠다는 인상을 받았던 나는 간략히 응답하고 말았다. 그러자 내가 하는 말을 듣고도, 그녀는 고맙다는 표시도 보이지 않은 채 휙 돌아서 자기 자리로 갔다.
무뚝뚝하게 비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태도가 상대에게 거칠게 비친다는 것을 본인이 알기는 할까?’하고 생각했다. 악의는 없어 보였으나 딱하다는 생각을 금하기 어려웠다. 아울러 ‘비단 저 여성만 그럴까? 대개의 사람이 상대에게 끼치는 자신의 영향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상대가 자기에게 어떻게 비치는지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굴며 일일이 혹평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스치듯이 했다.
그런데 그 모임이 끝난 후, 좌장은 그 여성을 내게 소개하며, 상담사로 활동하는 사람이니 원로로서 그녀를 잘 봐주라고 당부했다. 그런 말을 듣고 나는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궁금한 것을 같은 분야의 사람인 내게 아가와 물었다는 것 아닌가. 즉 나를 좀 더 편안하게 여겨 다름 아닌 내게 와서 물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더 상냥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비치지 못했다. 부지불식간에 드러나는 습성이라는 게 그런 것인지….
그 후 접촉하면서 그녀가 다듬어질 겨를 없이 자기 식대로 자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일찍이 부모와 떨어져 살며 고생도 많이 한 사람이었고,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대학원을 마치고 상담자로 활동할 수 있었으니, 어떤 면에서는 성취 지향적인 사람으로 장했다. 하지만 악착스럽게 공부는 했을지라도,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럽거나 적절하게 처신하는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듯했다. 즉 지적과 잔소리 속에서 다듬어져야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저 열심히 공부나 한 사람 같았다.
나는 그녀가 다름 아닌 상담자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부모에게서 다듬어지지 못했다면 상담자를 통해서라도 다듬어질 기회를 얻으라고 그녀에게 간곡하게 일렀다. 그러면서 부모를 대신해 잔소리해 줄 사람으로 나를 선정하라고도 말했다.
그 후 나는 그녀를 교육분석한다는 명목 아래 이것저것 잔소리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익숙한 형태로 자리잡힌 그녀의 퉁명스러운 행동거지는 좀처럼 가셔지지를 않았다. 그래도 나는 그녀에게 세상살이라는 것은 대체로 자기가 한 대로 받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받았던 첫인상을 수없이 반복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나의 이런 반복되는 지적에 싫증이 났으련만, 고맙게도 그녀는 아무런 말 없이 감내했다.
이랬던 그녀가 얼마 전에 말하기를,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있는데 도무지 멋대가리가 없어 싫증이 난단다. 전에는 으레 그러려니 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짜증스러움을 넘어 싫다고 하였다. 그동안 불편을 모르고 살았던 것은 끼리끼리 모인다고 서로 유사했기 때문이 아니냐며 그녀는 씁쓸히 웃었다.
이제 비로소 눈이 트였는지 친구의 모습이 영 이상한데, 자기 모습 또한 그랬을 것 아니냐며 부끄럽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동안 부모을 대신해 자기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해주었던 점에 감사하다고 말해, 나는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가 그동안 견디어준 점을 고맙게 여겼다.
요즈음 새삼 느끼는 것은 잔소리나 비평이 지닌 가치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핏덩이로 태어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인 존재로 되어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은 다름 아니라 부모의 잔소리나 지적이 가해지는 시기다. 다시 말해, 우리는 부모의 잔소리를 통해 비로소 사람의 꼴을 갖추어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어떠한가? 부모는 본인의 성취나 돈벌이에 여념이 없어 자녀의 인성 교육은 뒷전이고, 오로지 경쟁력을 갖춰 성공하기만을 학수고대한다. 자녀들 역시 별 지적을 듣지 않고 공부만 하면 되었기 때문인지 자기 고집대로 행동하기 일쑤다. 그러니 중뿔난 형상의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기본적인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개성이나 인권 운운하며 자기 식대로다.
그래서인지 정서적 어려움만이 아니라 인성에 관한 것도 상담자에게 의존하는 시대로 되어가는 듯하다. 과연 이래도 되는가 싶다.
첫댓글 "부모는 본인의 성취나 돈벌이에 여념이 없어 자녀의 인성 교육은 뒷전이고, 오로지 경쟁력을 갖춰 성공하기만을 학수고대한다.
자녀들 역시 별 지적을 듣지 않고 공부만 하면 되었기 때문인지 자기 고집대로 행동하기 일쑤다."
심각하네요..
큰 문제에요..
좋은 상담사례
감사해요..
다음 기대합니다..
평안하세요..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