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된장국 / 임영남
달차근한 햇마늘 줄기처럼 당차게 키워내신 육 남매 고단한 땀방울
고춧대 자작한 아궁이불 슬픔도 졸이면 단맛이 나는지 뚝배기 속 고만고만한 수저가 자란다
- 시집 『슬픔도 졸이면 단맛이 난다』 (지혜, 2024.09)
* 임영남 시인 충남 아산 출생 1995년《詩와 詩論》(현 문예운동) 등단 시집 『겨울 벗기』, 『들꽃을 위하여』 『슬픔도 졸이면 단맛이 난다』 등 논문집 『오장환 시 연구』 1997년 청주 신인예술상, 2002년 청하문학 신인상 수상 한문인협회 공주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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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관련된 시는 보통 음식 그 자체를 얘기하지 않습니다. 음식은 매개체로 활용되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음식과 관련된 시를 얘기하니 김윤이 시인의 시 「가을 아욱국」이 생각납니다.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다듬은 아욱국은 / 뜨겁게 내게 넘어오는데 / 숟가락 든 손끝은 바늘에 박힌 것처럼 아득하다’라고요. 시인은 아욱국을 먹으며 맛있다는 생각과 함께,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같이 느낍니다.
이렇듯 음식과 관련된 시에는 시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내재 되어 있습니다. 제 시에서도 동일하게 만날 수 있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제가 재미있게 읽은 또 하나의 (시인이 쓴) 음식 관련된 시는 「밥물」입니다. 시는 얘기합니다. ‘마을 어귀 뉘 집에서 뜸 들이는 구수한 냄새 / 밥물은 절로 절로 흘러넘쳐도 / 당신 없는 세상은 솔바람도 스산한 겨울 / 자식 입에 밥물 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 배부르다 좋아하시던 어머니 / 살아생전 뜨신 밥 한 그릇 못 해 드렸는데 //꿈결에 / 비단 안개 두르고 다녀가시니 / 하늘 끝 처마마다 영산홍 밥물 들겄네’ 라고요. 절창(絶唱)이지요.
시인의 어머니는 자식 입에 밥물 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배부르다 좋아했다고 얘기하셨다고 말합니다. 이만큼 극진한 사랑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요즘 주부로서 아이들의 밥을 자주 챙기는데요, 시인의 어머니와 같은 마음입니다. 좋은 것, 맛있는 것 내 입에 들어가는 것 보다 아이들의 입에 들어가는 것이 더 좋습니다.
아내는 가끔 우리보다 오래 살 아이들보다 우리가 먼저 좋은 것, 먼저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아내의 말에 ‘그렇지’라고 긍정하다가도 마음을 돌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내 시간이 다 지나가면 더 이상 아이들을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죠. 저는 내가 존재하는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내가 음식의 맛을 조금 덜 느끼더라도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한 번 더 보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오늘 화자가 말하고 있는 저 어머니의 된장국 속에도 아이들을 따뜻하게 먹이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그 된장국을 먹고 뚝배기 속 고만고만한 육 남매의 수저는 자랐겠죠. 저와 제 동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찌 보면, 예전 먹었던 어머니의 음식이 문득 생각나는 까닭은 비싼 음식 재료와 양념 때문이 아니라, 음식 가득 담겨 있던 어머니의 손맛, 마음의 맛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맛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 시 쓰는 주영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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