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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길-서형욱씨가 말하는 해설위원
글/손대범 (월간 루키 편집장, NBA 해설위원)
전문_
해설위원은 TV중계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여가시간의 증가로 현장에서의 관람은 늘고 있지만, 대다수 스포츠팬들은 TV중계 시청을 즐기고 있고, 해설위원들이 전하는 소식과 그들의 분석은 여전히 스포츠팬들이 대상을 평가하고, 이야기하는데 있어 주요한 축이 되고 있다. 특히, NBA나 메이저리그, 유럽축구처럼 먼 나라 이야기지만 팬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해외스포츠라면 더더욱 그렇다.
- 주요 업무 -
․ 중계방송 경기 진행 및 해설
․ 중계방송 경기 분석
- 직업을 위해 필요한 것 -
․ 관련 종목에 대한 해박한 지식
․ 확실한 의사전달을 위한 말솜씨
․ 관련 종목과 관련된 열정과 책임감
본문_
케이블TV시대가 시작되고, 97년 스포츠TV 개국과 함께 한국 스포츠방송은 눈부신 발전을 이뤄왔다. SBS, MBC-ESPN, KBS-SKY 등이 가세하면서 기존 공중파 방송3사에서 감당할 수 없는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가 안방을 찾았고, 최근에는 수퍼액션, X-SPORTS, XTM 등의 새로운 채널도 합류해 24시간 국내외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강조된 것이 바로 ‘전문성’이다.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중파 방송과는 달리, 스포츠 전문방송은 방송의 질적 차별화를 위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찾았고, 이들은 한국 스포츠 방송의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바로 선수출신이 아니어도 충분히 시청자들과 전문가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해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송재우, 이종률, NBA의 최연길, 유신모, 유럽축구의 서형욱, 박문성 씨들이 바로 그들. 사실, 그간 스포츠 중계는 나이와 경험이 많고, 현역경험이 있는 이들이 선호되어 왔다.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
그러나 ‘비 선수’출신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나름대로의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시선을 바탕으로 선수출신들이 볼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제공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장래 스포츠 기자나 방송일을 꿈꾸는 스포츠 매니아들에게 이들은 우상과도 같다. 스포츠 비즈니스에서는 그 중에서 유럽축구와 NBA농구의 해설을 맡고 있는 서형욱(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최연길(연세대 지질학과)위원으로부터 해설위원의 이모저모를 들어보았다.
해설은 방송의 양념이자 물감
미국에서 해설위원은 ‘Color Commentator’라 불린다. 중계방송에 색을 입히고, 더더욱 맛깔나게 양념을 쳐준다는 의미다. 저마다 색은 다르지만, 해설위원의 역할은 같다. 경기 전반의 맥을 짚어주고, 상황별(Play-by-Play) 설명을 해주는 것을 중심으로 아나운서와 함께 경기를 풀어간다. 예컨대,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리버풀의 공격이 자꾸 끊긴다면 왜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지, 그리고 골이 터지면 어떻게 골이 터졌고, 수비팀은 왜 골을 허용했는지를 분석해주는 것이다.
농구에서는 마이애미 히트가 알론조 모닝이라는 선수를 투입함으로서 공격과 수비에서 무엇이 바뀔 것인지를 얘기해주고, 현재 상대 수비는 어떤 형태(지역방어인지, 맨-투-맨인지)인지 짚어주는 것 등이 해설위원들의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각 팀의 스타일, 선수 프로필, 그 종목 전반에 걸친 전술, 전략, 흐름 등을 알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그 나라 문화, 그 종목을 둘러싸고 있는 운동 외적인 요소들, 스포츠 생리학과 운동생리학 등에 대한 기초지식도 필요로 되고 있다.
“NBA 같은 경우는 유명인사들이 경기장을 찾으면 꼭 한번쯤은 카메라에 잡곤 해요. 그럴 경우에 머뭇거려도 신뢰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평소에 NBA를 좋아하는 연예인들로는 누가 있는지도 알아두면 좋죠. 내가 중계를 맡은 날에 어떤 문화/역사적인 기념일이 있는 지도 꼭 체크합니다." 최연길 위원의 말이다.
미국에서는 3-MC라 하여 세 명이 각자의 역할을 갖고 중계를 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 수퍼액션 채널에서도 NBA와 MLB 중계에 있어 세 명의 ‘Color Commentator’시스템이 도입된 바 있다. 경기를 진행하는 전문 캐스터, 선수 및 감독 출신으로 기술적인 면을 분석하는 해설위원, 기자 및 전문가 출신으로 데이터와 통계, 선수 개개인의 이야기를 풀어주는 해설위원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것이다.
물론, 지식만 풍부하다고 해설위원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수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기에 발음, 시선처리 등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대목 중 하나다. 목소리가 작거나, 발음이 세거나, 혹은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용어나 사투리 사용 등은 해설위원이 한결같이 노력하고, PD들도 요구하고 있는 부분들이다. 필자 역시 이런 부분에 있어 상당히 애를 먹은 바 있다.
또한 되도록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 수 있는 화술도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묘미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지고 있는 팀에 더 비중을 실어 시청자들도 관심을 갖도록 하는 등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한국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축구 A-매치의 경우는 축구를 모르는 사람들도 응원하면서 볼 수 있도록 한국의 입장에 좀 더 다가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립은 캐스터가 지키고, 해설위원은 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경기를 진행하면 된다고 봐요. 개인적으로 신문선 위원을 늘 대단하다고 하는 것이 축구를 모르는 사람들조차도 무난하게 즐기면서 경기를 진행하거든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무게감이 실리게 되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죠. 스타 플레이어가 아님에도 불구, 10년이 넘도록 축구 A-매치하면 ‘신문선’이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올 정도로 진행을 잘 한다는 점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서형욱 위원의 말이다.
사실, 한쪽에 약간이라도 치우치게 되면 네티즌들의 성토는 대단하다. 때문에 가끔은 ‘편파중계’라는 질타를 받기도 하지만, 오히려 해설위원들은 일단 중계에 들어가면 방송 생각하기도 바쁘기에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에 특별히 무게를 싣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설? 꼭 선수출신만 하나
선수출신은 아니지만,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해설위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선수 출신이 갖고 있는 메리트와 주변의 생각을 극복하는 일’이 그것. 초창기 비선수 출신 해설위원들이 등장했을 때, 그들의 전문성에 의심을 갖는 이들이 많았다. 경기를 직접 하고, 지도한 입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
그러나 이러한 핸디캡 아닌 핸디캡을 그들은 다른 방법으로 극복해갔다.
“축구인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죠. 하지만 저는 선수들이라 해도 그들이 볼 수 없는 면이 있다고 봐요. 그 분들은 십 수년, 수 십년동안 한번도 시청자 입장이 아닌 선수나 감독, 코치 입장에서 경기를 봐왔잖아요. 그렇기에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는 지 캐치해내고 이를 전달하는 것에서는 오히려 저희가 더 강점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그런 부분을 전달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왔죠." 서형욱 위원의 말이다.
최연길 위원도 마찬가지. NBA 뿐 아니라 미국 대학농구와 미국 농구 역사와 그 흐름까지 꿰차고 있어 때때로 국내 프로농구 감독들에게도 좋은 전술책을 추천해줄 정도로 폭넓은 지식을 자랑하는 그는 경기 전날에는 3~4시간 이상씩의 시간을 투자하고, 계속해서 농구 전술과 그 외적인 면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NBA는 분명 NBA만이 갖고 있는 그 특성이 있어요. 엄청나게 많은 선수와 팀에 관한 정보와 특징들은 NBA를 오래 보고 공부해온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그런 부분을 제 장점으로 두고, 농구자체에 대한 지식을 강화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아무래도 NBA라 해도 농구경기이기에 농구의 기본적인 특성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매니아가 해설위원 된 사연
비선수 출신 해설위원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 종목에 대한 애정이 뜨겁다는 것과 자신의 지식을 글로 풀어내면서 방송가에 발을 들여놨다는 것이다. 서형욱 위원의 경우 기자부터 영국유학까지 그 이력이 독특하다. KBS-SKY 스포츠에서 프리미어리그와 사커플러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MBC-ESPN, SBS등에서도 유럽축구 프로에서 얼굴이 빠지지 않는 서위원은 군 복무 시절 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부터 본격적으로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제대 후에는 PC통신 나우누리의 유럽 축구동호회 운영자를 지냈고, 국내 최초의 축구웹진 ‘토탈사커’의 편집장을 맡았다. 이를 통해 해외축구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이면서 축구 토론장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서형욱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 이 시기에 SBS 측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이 점차 증폭되고 있는 유럽축구 중계계획을 세웠고, 그 적임자를 물색하던 중 제의가 들어와 예기치 않은 기회로 방송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신문방송학과 출신인 그의 경력에는 언론사 기자도 포함되어 있다. 2001년 9월 굿데이에 공채시험을 통해 입사한 그는 기자활동을 하면서 축구에 대한 눈을 키워갔다.
“취재기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죠. 일단은 ‘토탈사커’시절에는 2차적인 정보, 즉 이미 가공된 정보를 갖고 전달해왔지만, 굿데이에서는 직접 현장에 나가서 내가 정보를 얻고, 또 그것을 가공하는 입장이 되니 축구의 메카니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서위원은 2002년 월드컵 이후 언론사라는 안정된 틀을 포기하고 영국 리버풀로 떠난다. 축구를 좀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Football Industry MBA(축구 경영학)에 입학한 것. 축구법률, 축구역사, 통계학 등 실제 유럽 축구구단들과 관련사업 등을 배운 그는 유학 기간 중 현장에서의 축구경기 관람을 통해 시야를 넓혔으며 이를 바탕으로 2005년 상반기에는 ‘서형욱의 유럽축구 기행’을 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고, 지금은 스포츠서울, GQ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칼럼과 기사도 기고하고 있다.
MBC-ESPN에서 해설을 맡고 있고, 스포츠서울과 월간 루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최연길 위원도 그 과정은 비슷하다. 83년, 초등학생이었던 그는 올스타전에서 줄리어스 어빙(필라델피아 76ers)이 보여준 플레이에 매료되어 NBA 농구를 보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자료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매일 AFN에서 해주는 CNN 스포츠 뉴스보고, 가끔 해주는 중계를 보면서 재미를 키워갔습니다.ꡓ 이후 그는 94년 하이텔의 농구동호회 NBA 게시판에서 ‘fussycat’이라는 아이디로 NBA, NCAA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자랑하며 필명을 떨쳤고 오프라인에서 농구매니아들과 함께 농구를 즐기고 정보를 교환해갔다. 그러던 최연길 위원의 필명이 본격적으로 매니아들 사이에서 알려진 것은 바로 인터넷 사이트 ‘후추(Hoochoo.com)’였다. 여전히 스포츠 매니아들에게는 전설적인 존재로 여겨질 정도로 양질의 칼럼이 쏟아져 나오고 활발하고 건전한 토론문화를 만든 바 있는’후추’에서 그는 ‘fussycat’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했고 이는 곧 방송 입문의 토대가 되었다. 2000년 스포츠 소프트와 스포츠 닷컴을 거친 최위원은 2001년 SBS 스포츠TV에서 NBA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처음 잡았고, 현재는 국내 NBA 전문가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외에도 이종률(MLB), 유신모(MLB-NBA/경향신문), 박문성(축구/베스트 일레븐) 위원 등도 매니아에서 출발해 기자를 거쳐 방송에 입문했으며,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해설위원, 본업으로 봐도 될까
사실 해설위원을 하나의 직업으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는 대답이 많이 엇갈린다. 경제적인 면만 놓고 본다면 ‘직업’은 자기 능력을 발휘한 대가로 한 사람, 혹은 한 가정의 생계를 이어가기에 부족함 없는 금전적인 보상이 따라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해설위원을 본업으로 볼 수 있는 인물은 별로 없다. 같은 해설위원이라 해서 모두 똑같은 출연료를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
신문선, 하일성 위원처럼 축구와 야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네임밸류는 A급(혹은 ‘가’급)이라 하여 출연료에 있어 방송사와 따로 협상을 해야 한다. 이런 경우는 ‘본업’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른 위원들의 경우 아직까지는 순수하게 본업으로 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것이 사실. 기자와 같은 다른 일을 겸하면서 시간을 내어 해설을 맡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떠나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자신감 있게 피력하고,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골프의 경우, 골프 해설위원이라는 타이틀이 추후 골프와 관련된 다른 활동(레슨, 샵 등)에도 메리트가 된다는 장점도 꼽을 수 있다. 물론, 해설위원으로서 인정을 받았을 때의 얘기지만 말이다.
“해설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생활이 일정하지 못하다는 것이에요. 외국 경기는 주로 밤이나 새벽에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낮과 밤이 바뀌기 일쑤죠. 프리미어리그를 좋아하는 것도 사람들이 정상생활(?)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몇 안돼는 유럽리그이기 때문이죠.(웃음) 하지만 중계 후 시청자나 축구 팬들로부터 ‘방송 잘 봤다’는 칭찬을 듣고 인정받을 때는 모든 피로가 사라집니다." 서위원의 말이다.
사실, 해설위원에 대한 구체적인 입문 방법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해설위원의 능력을 판단할 만한 어떠한 관문도 없다. 서위원이든, 최위원이든 자신들이 해설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시기적으로 운이 많이 따랐다"고 말한다. 시기적으로 잘 맞았다는 것. 서위원이 마이크를 잡을 무렵에는 유럽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차였으며, 최위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케이블TV가 득세하고 방송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만큼, 스포츠 중계방송은 더더욱 늘어갈 것이며 이에 맞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인재는 지속적으로 필요할 전망이다. 따라서 해설위원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꾸준히 공부하고 신문이나 잡지, 인터넷 사이트 같은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계속해서 피력해가고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 출처 : 스포츠 비즈니스 관련 잡지 / 2005년 여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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