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2월에
여아 조실이 제아우 혼인때 근행(覲行)하여 임경업전을
등출(騰出)차로 시작하였다가 필서(畢書) 못하고 시댁으로 가기에
제아우시켜 필서하며 제 종남매 제 숙질 글씨 간간이 쓰고
노부(老父)도 아픈 중 간신히 서너장 등서(騰書)하였으니
아비 그리운때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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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에 얽힌 선인들의 삶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인쇄술이 변변찮던 시절, 어렵사리 친정에 온 딸을 위해 온 가족이 모여 소설책을 베껴주었단다.
사촌동생, 조카가 매달렸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자 아버지까지 나선다.
그렇게 만들어진 필사본 남은 여백에 아버지는 사연을 단다.
"아비 그리운때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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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무뚝뚝해 보였던 사대부의 딸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잔잔하게 느껴진다.
뒤늦게 친정에서 보내온 이 책을 받아든 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때 소설은 그저 단순한 이야기책일 수가 없다.
그리운 아버지, 보고 싶은 어머니, 동생과 친정식구들 생각이 날때마다 그녀는 이 책을 읽고 또 읽었을 것이다.
필사기가 적힌 마지막 장에는 그녀의 눈물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 있을 것만 같다.
부모의 이런 마음이 딸에게는 그 힘든 시집살이를 견뎌낼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해주었을 것이다.
붓으로 베껴 쓴 옛 소설책을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 참 많다.
/정민의 책읽는 소리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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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딸을 모두 결혼시키고 나니
이제는 필사본 책을 보내주면서 아비 그리운때 보아라가 아니라
카톡으로 두딸과 두사위와 언제든 소식을 접하고 사니 세상 참 좋아졌음을 ~~~
첫댓글 파파
덕분에
지난번 들어봤지요~~
다시들어도 가슴 뭉클해집니다~~^^
아이와 함께한 사진이 너무나 감동입니다
우리 아이들 어렷을 때 더 많이 찍어줄걸...생각듭니다.
그래도 큰딸이
"어렷을 때 아빠가 사진 많이 찍어주셔서 고맙다"
고 말했어요
*두 따님의 결혼식장에 불러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어요
저는 딸애들이 어렸을때
청정계곡에서 다슬기잡고 물놀이하고
바닷가에서 바지락잡고 맛조개잡고 수영하고
전국 각지 여행다니고 했던 추억을 딸애들이 고스란히 기억하더군요
두딸 결혼전에 오키나와 여행을 가서 행복했던 추억이 새롭네요
아빠엄마하고 소중한 추억이 너무 많아 감사하다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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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1 오키나와에서
오늘부터 베껴쓰기 들어갑니다~
그리운 아부지...글 잘읽었습니다 몽블랑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