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주영훈과 함께 했던 곳이 바로 이곳 홍합집-홍시입니다.
서교동 서교호텔의 후문에서 홍대정문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서교시장이라는
재래시장이 나오는데 그 근처에 있습니다.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때도 주영훈이 제대로 찾지를 못해서 한참 헤맸습니다.
자연산 홍합탕의 맛이 썩 괜찮은 곳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홍합집입니다. 그런데 메뉴판에는
홍시라고 써있습니다. 뭐가 맞는지 잘 몰라 걍 홍합집-홍시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홍대앞에 많이 있는 이자카야 풍의 식당겸 술집이라고 해야 될까요..
또 사케리스트가 아주 훌륭해서 좋은 사케를 많이 즐길 수 있습니다.
홍대 앞에서 고시노 간빠이를 시킬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입니다.
사케,류를 읽고에서도 썼지만 고시노 간빠이는 술도 좋은 술이지만
많이 팔지 않는 식의 희소성 마케팅을 하기 때문에 구하기가 힘듭니다.
이자카야가 대개 그렇듯이 식사와 안주의 구별이 모호합니다.
이런 집은 식사때 와서 여러가지 안주를 시켜서 술과 안주로 배를 채우면 됩니다.
특히나 이 집은 숙주나물을 사용한 안주들이 입맛을 당기게 합니다.
숙주나물은 콩나물의 변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굉장히 많이 먹고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도
즐겨 먹는 좋은 재료입니다. 다만 콩나물보다 빨리
상하기 때문에 음식을 해놓으면 즉석에서 먹어줘야 합니다.
변절의 상징인 신숙주의 이름을 따서 숙주나물이 된 것이라죠.
숙주나물과 고추, 돼지고기를 섞은 요리입니다.
문어숙회입니다.
문어숙회는 날것이 아니라 문어를 살짝 데쳐서 먹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뭐든지 죽고 바로 먹으면 사후강직이 풀리지 않아 좀 질긴 맛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냉장고에서 24시간 이상 두었다가 먹으면 사후강직도
풀리고 재료의 원래의 맛이 살아납니다. 그래서 일식집에서는 활어를 쓰지 않고
선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즉 잡은 후 숙성과정을 거친 것은 선어이고
활어는 살아있는 생선을 바로 잡아 회를 친 것이죠. 문제는 선어라는 식으로
하면 언제 잡았는지 신선도를 알 수가 없어 활어를 우리나라에선 선호하는데
좋은 일식집에선 신선도를 속이는 짓은 하지 않기 때문에 고급 일식집이나 스시집에서
활어를 찾는 것은 좀 무식하다고 보이기 쉽습니다.
오늘은 홍합이 안들어와서 대신 조개탕을 내왔습니다.
조개탕도 훌륭했지만 이집에선 역시 홍합탕을 먹어줘야 함다.
홍합을 아주 크고 굵은 것을 쓰는데 서해안에서 딴 자연산
홍합이라고 하구요. 큰 것은 보통 30년 된 것이라네요.
사진은 조개탕을 찍어 놓고 지금 먼 소릴 하는건지..
요리를 보아하건대 일식이라기 보다는 퓨전인것 같죠.
쯔끼다시의 대표격인 멍게와 해삼임다. 상태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죠.
그러니까 쯔끼다시..
안주 조금 시켜 놓고 계속 버티고 있으니까 보다 못한 주인 아저씨가
"조개탕 좀 더 끓여 드려요?" 라고 묻더니 아예 조개부터 새로
내와서 조개탕을 하나 새로 끓여 줬습니다.
돈 더 받았냐구요? 아니 리필인데 왜 돈을 더 냅니까?
리필의 기준은 새로운 냄비를 가져오느냐, 아니면 나온 냄비에 끓이느냐..
아.. 이게 뭔지 이름이 생각이 안납니다.
병이 이뻐서 시켰는데 8명이 같이 먹기에는 양이 너무 작아서..
1.8리터 댓병을 시켰습니다.
이걸 시켜놓으니 게임도 해서 먹고
다같이 원샷도 하고 별짓 다해도 도대체
줄어들지를 않습니다. 어차피 사케 맛이야 우리가 뭘 알겠습니까?
배고프다고 징징대는 몇몇 중생을 위해 조개탕 국물에 라면을
끓였습니다. 라면이야 아무리 배불러도 언제나 한 젓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