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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아버지다.
오늘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팁으로 돈을 모으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조언하려고 한다. 시간이 지났으니 이전에 내가 너희들에게 보낸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아. 우선 나의 경험을 들려주마. 내가 종잣돈을 모아 경제적자립을 이루려고 한 건 세 가지야. 먼저 저축을 통해 목돈을 마련했고, 두번째는 정부시책에 호응하여 주택청약 등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한 것이며, 마지막 세번째는 주식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린 거라고 볼 수 있어. 그러니까 오늘 얘기하려는 건 자산운용의 3분법이라 할 수 있는 저축, 부동산, 주식에 대한 조언이기도 하다.
첫째 저축에 대해 얘기하마. 내가 재직 중 거래를 했던 부자들에게도 물었지만 부자가 되는 길에 왕도는 없었다. 그들에게 어떻게 부자가 되었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은 돈을 버는대로 낭비를 하지 않고 열심히 저축을 했다는 거야. 나도 그들처럼 열심히 저축을 했지. 물론 부자들처럼 돈을 많이 모으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저축을 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돈을 모을 수가 없어. 쓰고 남는 돈은 없기 때문이지. 그러니 먼저 저축할 목표를 세우고 남은 돈을 생활비로 쓴다고 생각해야 해.
팝송 'One Way Ticket'을 번안한 가요 '나를 보러 와요'를 불러 유명해진 '방 미'란 가수 아니? 그녀는 연예인이지만 돈을 잘 모아 부자가 된 몇 안 되는 연예인 중의 한 사람이다. 얼마 전 그녀가 쓴 수기를 보니 방송국에서 월급을 탈 때 5만원을 받으면 3천원을 쓰고 4만 7천원을 저금했다는 거야. 그러니 어찌 부자가 안 될 수 있겠니. 너희가 지금은 가정을 꾸리고 있으니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으로 저축을 하긴 어려울 거다. 어쨌든 저축할 목표를 세워야 해. 그렇다고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무리하게 세우면 중도에 그만 둘 가능성이 있으니까 달성 가능하지만 좀 무리한 목표를 세우는 거지. 이런 목표를 반복하다보면 어느 정도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을 거야.
내가 직장 생활을 할 땐 근로자 재산형성저축 (이하 재형저축)이란 상품이 있었지. 그땐 금리가 10~20%정도는 되었어. 그리고 세금공제혜택도 있었고. 내 형편엔 꽤 많은 돈을 재형저축으로 부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집도 사고 그랬지. 얼마 전에 그 제도가 다시 생겼더라. 그러나 요즘은 금리가 너무 낮어. 그래도 처음에는 종잣돈을 마련해야 하니 세제혜택이 있는 저축제도를 이용하는 게 좋을 거야. 다만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제도이다 보니 소득 한도가 있단다. 너희들 연봉과 한도를 비교해 보고 이용을 해야 할 거다.
회사 재직 중에 국민연금이란 연금제도가 도입되었다. 처음에는 모두 장기간 저축을 해야 하고 나중에야 받는 이 연금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했지.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퇴직을 하고 보니 이 연금만한 게 없더라. 비교적 일찍 퇴직하여 많은 돈을 적립하지 못했지만 얼마 전에 보니 내가 불입한 돈이 5천여 만원 인데 그동안 받은 게 2천여 만원이나 돼. 그리고 앞으로 받을 돈이 매년 1천여 만원 이상이 될 테니 이만한 저축이 어디 있냐.
물론 국민연금에 대한 문제는 있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이다 보니 언젠가는 고갈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전보다 많이 내고 이전보다 적게 받는 구조로 점차 바뀌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아직도 이만한 상품이 없다. 그러니 국민연금은 노후를 준비하는 저축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가입하도록 해라.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50%를 부담해 주니 자영업을 하는 사람보다 유리한 측면도 있다.
최근에 금리가 내려 이제는 세금을 제외하면 연 2%이상 주는 예금 상품을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가입일로 부터 2년이 경과하면 연 3.3%를 주는 금융상품이 있다. 바로 주택청약종합저축이란 상품이야. 매월 2만원 이상 50만원 이내에서 자유롭게 납입을 하면 돼. 잔액이 1,500만원까지는 일시 예치도 가능해. 그리고 그 한도를 넘으면 월 50만원 이내에서 자유적립을 할 수 있고.
세금공제 혜택도 있다. 연말정산 때 불입금액의 40%이내, 연간 120만원 범위내에서 소득을 공제해 주니 연봉이 높으면 그만큼 혜택도 크다. 다만 5년내에 중도해지 하면 공제받은 세금을 다시 환급해야 한다. 원래 이 예금은 주택을 청약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금리가 계속 내리다보니 다른 예금보다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상품을 만든 취지에 맞게 주택도 청약할 수 있으니 젊은 이들에겐 안성맞춤인 예금이다. 이 예금은 무주택 여부에 관계없이 가입을 할 수 있다.
최근엔 금리가 너무 낮다보니 예금보단 주식을 적립식으로 투자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이 좋다고 생각한 종목을 선정한 후 이 주식을 매월 일정한 금액으로 매입을 하는 거야. 주식을 선정하기 어렵다면 KODEX 200처럼 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을 매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펀드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건 좀 만류하고 싶다. 수수료가 너무 높을 뿐더라 운용도 별로 잘하지 못하거든. 주식에 대해선 뒤에서 다시 얘기하마.
둘째 내 집을 마련하는 방법이다.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면 재테크는 어느 정도 성공은 한 셈이야. 그만큼 우리나라 집 값이 비싸다는 거지. 과거에는 매년 인플레이션으로 집 값이 높이 뛰다보니 어떻게 해서든지 집을 사려고 했지. 은행 융자를 받거나 전세를 끼고 말이야. 레버러지 효과라고 알 지? 만약 3억원 짜리 아파트가 3천만원이 올랐다면 10%가 오른 셈 아니냐. 그러나 융자를 2억원 받거나 전세가 2억원이라면 실질 투자는 1억원밖에 되지 않지. 그러면 실질투자수익률은 30%가 되는 셈이다.
오래 전에는 이런 방법이 통했어.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방법이 통용되기가 쉽지 않아. 우선 인구가 줄다보니 과거처럼 집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거든. 그래서 집 값이 옛날처럼 급등하진 않을 거다. 그러나 내 집을 소유했을 때 가질 수 있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점이 있지. 그래서 집을 사는 건 투자의 측면에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집을 사는 방법으론 청약예금 등에 가입하여 분양을 받거나 정부에서 무주택자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공영주택을 청약하는 방법이 있다. 과거에 내가 그랬다. 주택청약제도를 이용하여 공영주택을 한번 매입했고 민영주택을 매입한 적도 한번 있지. 바로 너희들이 자라고 컸던 분당에 있는 아파트야. 분양 당시에는 1억원 정도 했는데 최근 집 값이 내렸어도 그 몇 배는 할 거다.
물론 요즘에는 주택청약예금을 이용하여 민영주택을 청약하는 메리트가 거의 없어졌거나 공영주택을 청약하는 자체가 예전처럼 쉽지 않아. 그러나 앞서 얘기했던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여 주택을 청약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 놓아라.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까. 그렇지만 여기에만 매달리지 말고 적절한 시점에 자신이 살기를 원하는 지역에 대한 모색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분당 사람들이 선호하는 서판교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대지 평당 9백만원 ~ 1천만원에 분양을 했는데 한 동안 미분양인 상태로 있다가 1~2년 전에 모두 팔렸다고 한다. 지금은 평당 1천 5백만원 정도는 한대. 요즘 처럼 정부에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책을 펼 때 레버러지 효과를 이용하여 집을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다. 만약에 집을 살 만한 여유가 된다면 그때 나와 다시 상의를 해보자.
세째 주식을 투자하는 방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대해선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가 생각할 땐 요즘처럼 저금리 시대에 주식만한 상품도 드물다.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예를 듣거나 주가가 변동한다는 점 때문 일거야. 그러나 세상에 전혀 안전한 상품은 없다. 예금조차 위험한 상품이야. 금리가 낮아 인플레를 커버할 수 없어 실질 구매력이 떨어진다거나 다른 상품에 비해 기회비용이 발생한다는 거지.
주식투자의 장점을 들자면 우선 예금이나 부동산 처럼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이 없어. 일종의 절세 상품인 거야. 선진국들은 물론 세금이 있고 우리나라 또한 세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은 없다. 물론 주식을 보유했을 때 나오는 배당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경제팀에서는 배당소득세도 어느 정도 감면을 해준다고 하더라.
예금과는 달리 부동산 처럼 인플레이션을 커버할 수 있는 상품이다. 물가가 오르면 주가도 오르게 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지만 어쨌든 장기간 우상향하는 건 사실이다. 또 다른 장점은 부동산과는 달리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갖고 있다는 거야. 그리고 갖고 있는 주식을 빌려주어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종합을 하면 주식은 매매 차익을 기대함과 동시에 배당 소득, 주식 대차로 인한 대여 소득까지 얻을 수 있는 괜찮은 투자수단이라는 거지.
최근 몇 년간 주가가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지만 모든 종목이 그런 건 아니다. 일부 종목은 작년 연말에 비해 100%이상 오른 종목도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그만큼 내린 종목도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내가 친구들과 함께 운용하고 있는 펀드의 경우는 올들어 지금까지 15%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벌써 결성한 지 오래 되었지만 손해를 본 해는 한 번도 없었어. 내 생각엔 작년과 올해 만큼 주식투자하는 사람에게 좋은 기회도 드물 거야. 금리가 내리면서 우선주나 배당주, 지주사주 등이 꽤 올랐거든. 이렇게 여럿이 함께 투자를 하다보면 혼자서 할 때보다 장점이 많아. 여러 사람의 중지를 모을 수도 있고 혼자 할 때처럼 한 쪽에 쏠리는 걸 방지할 수도 있고.
주식투자가 결코 쉽지는 않지만 또 그렇다고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경제학이 어려운 건 사람들이 합리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건데 주식 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주식 시장은 철저히 비합리적인 시장이야. 그만큼 투자자에겐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가치가 같으면 주가도 같아야 하는데 대개의 경우 그렇지 않거든.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는 자기의 가치를 찾아가는 성향이 있어. 가치보다 주가가 높은 주식은 떨어지고 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주식은 올라가는 거지. 그러니까 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주식을 사면 그만큼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내가 인생학교에서 투자학을 6개월째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들이 잘 따라오고 있다. 그들도 올해 10% 정도의 수익률은 올리고 있더라. 중요한 건 그런 수익률이 1회성에 그쳐서는 안 되고 계속 되어야 한다는 거지. 그렇게 하기 위해선 꾸준히 공부를 해야 돼. 주식 투자로만 세계 최고의 거부가 된 워렌 버핏도 하루에 다섯 시간 정도 공부한다 더라. 그리고 그가 주식을 사는 건 1년에 2주 밖에 안 된대. 그러니까 1년 55주 중 53주는 공부를 하는 시간이야. 워렌 버핏만 못하지만 나의 경우도 하루에 2시간은 공부한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경제신문을 구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대인들은 13세에 성년식을 하는데 그때 부모나 친지들이 축하금을 준다고 해. 그러면 유대인 소년들은 어려서부터 이 돈을 어떻게 운용을 해야 할까 배우고 익히는 거지. 그저 부모에게 용돈을 타서 쓰는 청소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와 유대인 청소년들이 그들 나이가 되었을 때를 비교하면 누가 돈을 더 잘 운용하겠니? 당연히 유대인 청소년들이다. 그래서 세계 금융계를 유대인들이 좌지우지 하고 있는 거야. 그런데 우리나라는 학교에 금융교육이란 게 없어. 가정에서 가르치는 경우도 드물고. 그러니 청소년들이나 어른들이나 모르긴 모두 마찬가지야.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금융교육을 받고 배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이점을 하나 얘기하마. 만약 월 2백만원을 받는다면 그 사람은 10억원이란 자금을 은행에 예금한 사람과 마찬가지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거다. 만약에 월 4백만원을 받는다면 그 돈이 20억원이 되겠지. 너희들은 10억원이란 목돈을 만질 수는 없지만 직장생활을 통해 그 금액을 은행에 예치해놓고 받는 이자만큼의 소득은 올릴 수 있다. 너희 나이에 그것보다 큰 재테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 또 연봉도 올라갈 테고. 물론 직장생활이 쉽지 않겠지. 그러나 그 자리를 얻기 위해 지금도 바깥에서 애타게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명심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도록 해라.
서재에서 아버지가.
백만기 eggtre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