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학을 맞아 전반기동안 신입이란 딱지와 학교가 멀다는 핑계로 산악회 활동에 소홀했던 부분들을 조금이나마 메워보고 싶었던 맘도 컸었는데 2차 하계를 산악회 식구들과 함께 하지 못했던 것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비록 개별로 간 산행이지만 방학을 마무리하는 이번 산행이 산악회 식구들을 잠시나마 스쳐 볼 수 있었어 산행의 땀방울을 조금이나마 공감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그리고 지리산은 종주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포근하고 따뜻한 산입니다.
이번 종주는 같은 산이건만 때와 날씨에 따라 너무나 다른 매력을 보여준 지리산을 경험한 것 같아 참 즐거운 산행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 정취를 조금이나마 공유하고 싶기에 몇 자 적어봅니다.
8월 22일 목요일
오전
06:40 -집에서 나옴
07:50 -서부정류장에서 진주 출발
09:50 -진주에서 청학동 출발
11:30 -청학동 (삼성궁 관람)
오후
01:00 -점심 (라면)
02:00 -청학동 관람 후 세석장으로 출발
03:00 -삼신봉
06:00 -세석장 도착
08:00 -취침
23일 금요일
오전
07:50 -세석장에서 천왕봉 출발
09:40 -천왕봉
오후
01:45 -선비샘(점심 라면)
05:00 -연하천과 뱀사골장 중간지점에서 산악회 식구들 만남
06:00 -뱀사골장 도착(저녁)
11:00 -취침
24일 토요일
오전
05:30 -기상
06:30 -뱀사골장에서 노고단 출발
09:00 -노고단
12:00 -화엄사
오후
01:00 -화엄사 주차장에서 남원 출발
02:30 -남원에서 대구 출발
05:20 -대구 서부정류장(식사)
06:40 -집도착
8월 22일 목요일
어제 친구를 만났다.
녀석 방학동안 아르바이트한다고 힘겹게 일만 한다했더니 지리산이란 말에 귀가 솔깃해서 꼭 같이 가자한다. 친구는 많이 들떠있고 나는 산행의 힘겨움이 친구의 환상을 망가뜨리지 않을까 솔직히 많이 걱정이 되었다.
서부정류장에서 친구를 보았을 때 내심 그 걱정은 더해 갔다.
배낭도 아니고, 등에 메는 가방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쪽 어깨에 메는 가방도 아닌 손에 들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왔다. 허허허
"니~! 니 ~!사흘동안 산에서 이거 손으로 들고만 다닐끼가~?"
"아이다~! 덕호야 이거 메진다 아이가.~! 그라고 이게 제일 많이 들어가고 크다 아이가~!"
그러면서 친구는 두 손잡이를 벌려 양팔에 메며 그 엽기적인 폼을 자랑하며 보여준다.
이런~! 나보다 더한 엽기가 있었다니~! 그렇다 친구는 이런 놈이었다. 중학교 동창이고 대학 동기에 일 학년 땐 집에서 탈출한다고 나랑 자취를 한 녀석이었다. 엉뚱하면서도 고지식한 데가 많은 엉큼한 괴짜라면 괴짜다. 그리고 술이라면 작은 실눈을 감으며 슬며시 미소짓는 겁나는 녀석이다.
솔직히 적적한 산행에 따라간다고 나선 친구가 고맙다. 그러기에 이번 산행이 친구에게도 소중하고 즐거운 추억이 되었으면 했다. 아니 어쩜 이건 친구에 대한 나의 부담이 아니었을까 싶다. 친구놈 땜에 일정에 청학동도 포함시켰다. 내가 계획한 산행이기에, 계획에선 안가 본 초행길도 있기에, 그리고 친구는 종주를 처음 해 보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가 준비 해온 꼴을 보아서는 아차 싶기도 했다.
그래도 우린 어쩜 용감했으리라 싶다.
진주를 향하면서 비가 온다는 기상 예보 때문에 많이 걱정했다.
일정을 바꿀까 생각하다가 밤을 설친 피곤함 때문에 잠시 눈을 감아 보려해도 내심 구름낀 하늘을 보게 된다.
진주에 도착하고 운 좋게 하루에 3대밖에 없는 청학동행 버스를 타게 된다.
청학동 계획은 밤을 설치면서 잡은 생각이었는데 날씨가 나쁘면 초행이기에 일정이 제대로 되지 않을 거란 걱정 때문에 진주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배제되었었는데 눈앞에 그 귀한 진주발 청학동행 버스를 그냥 보낼 수 없었다. 헌데 생각보다 청학동까지는 엄청 멀었다.
1시간 40분을 골짜기를 굽이돌아 청학동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을 11시 30분 솔직히 아차 싶다. 청학동에서 세석까지 10킬로, 게다 초행이고 인적이 드문 길이다. 청학동에는 청학동과 삼성궁이란 좋은 구경거리가 있다. 그리고 점심을 먹어야 한다. 그래도 참 어렵게 온 길이다. 내심 산행이 많이 걱정되었지만 친구에게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멋모르는 친구 놈을 삼성궁으로 데리고 오른다. 청학동 주차장에서 삼성궁은 좌측 편으로 800미터만 오르면 된다.
나도 가보기는 처음이고 선배들에게 잡지, 매스컴, 답사기에 줄기차게 나오기에 꼭 한번 가 보고픈 곳이었다.
우리나라 단군왕검과 환인과 그 아버지 하느님을 모신 사당을 두고 배달민족에 기상을 가르치는 곳이라나 만든 지는 이삼십 년이 안된 곳이지만 꼭 한번 들려 볼만한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열 명쯤 모이면 징을 치게 되는데 그 징이 울리면 동굴에 문이 열리면서 수염을 지긋이 기르고 삼국시대 벽화에나 나옴직한 옷을 입고 미남에 선사님이 나오는데~! 것만 보아도 예사로운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몸가짐이 숙연해 진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어쩔 수 없이 선사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어느 관광지에 가나 들을 수 있는 금기사항 제발 좀 잘 지켜 주십시오. 하는 당부에 말뿐. 같이 간 할아버지, 할머니들 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선사를 따라 들러간 궁 안은 가히 놀란 만 했다. 돌로 굽이굽이 쌓아놓은 축대와 탑들은 절로 감탄사를 나오게 했고 친구와 난 그 감탄에 제단에 깍듯이 세 번씩 합쳐서 9번의 절을 숙연히 하고 말았다.
이거 산행기가 되는지 답사기가 되는지 혼돈이 되는데 그만큼 지리산을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품은 의미가 많은 산이다.
삼성궁을 나와 우린 계곡의 그늘 밑에서 마침 내리는 비를 피하며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청학동 본 마을로 오른다.
아차 ~! 우리가 삼성궁을 나오면서 엿을 사 두었는데 그 엿이 산행 내내 정말 큰 이동식이 되어 주었다.
말로만 듯 던 청학동~!
헌데 정말 실망하게 된다.
한마을 전체가 예절치레로 인사 극진히 하고 천자문 소리 자욱할 것만 같은 청학동은 이젠
온 가구가 주막이 되어 버렸고 온 주민 또한 상인으로 신분이 곤두박질 쳐버렸다.
"동동주 한잔 혀~!""청학동 호박엿이여~!""수공......................" 참으로 곱게 따 올린 머리며 지긋이 기른 수염이며 하얀 한복이 무색해 보이는 풍경이 아닐는지.
과거에 교육적인 역할들은 마을 밖 대형 수련원에서 댕기 두른 젊은 청년들이 하고 좀 배웠다 싶으면 타지로 나가서 학원이나 교단에 나가는 관계로 청학동 내에 젊은이는 찾기 힘들었다. 아니 수련원 근처에서 몇몇 보았는데 초가집 안에서 하얀 한복에 댕기머리 하고 인터넷 서핑을 즐기는 친구들을 보며 시간적으로 과거인 문명과 현대적인 문명에 만남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생활상이 변하고 사고가 다양화 된 시대에 과거에 대한 고수는 진정 웃기는 소리인 것 같다. 어쩜 이런 현실이라면 생계를 위해 상업을 쫓게 되는 청학동 주민의 생활상도 당연하리라 보면서 전통 문화 보전을 위해 국가적인 측면에서 청학동에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 이들에 현실적인 생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나마 비가 내리는 가운데 처마 밑 마루에 정좌를 하고 독서에 몰두하시는 나이 지긋한 선비 님을 뵙고서야 실망으로 투덜대는 수다와 걸음을 조심하며 조금은 위안을 삼으며 걸음을 돌릴 수 있었다.
그래도 청학동 인심은 죽지 않았다. 좀 전까지 호박엿 사라고 조르던 아주머니가 세석장까지 간다니까 입장료 내지 말고 가라고 셋 길을 가르쳐 준다.
마을 주민이 주로 이용하려고 몰래 만든 길 같다.
대나무 숲을 뚫어 만들어 놓은 길은 정말 감쪽같다. 대나무에 가려져 초입은 절대로 보이질 않았고 초입을 몇 번 들쳐 찾았다 싶으면 대나무 숲을 가르는, 길이 아닌 굴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초입부터 아주 이색적인 경험이다. 친구는 내심 겁을 먹는다.
허나 그 대나무 굴 질흙 같은 퍼런 어둠 속에 뿌연 길이 자꾸만 우린 끌어당기는 듯 했다.
산행은 마냥 흥미진진해 지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갈래길이 있다는 얘긴 안 했는데 아차!
세 갈래의 길을 만났을 때 망설임 없이 친구에게 내색도 없이 맘속으로 침을 뱉었다. 아! 가운데 길이다. 역시나 ~! 하늘이 도운 듯 하다. 우린 매표소를 한참 위에 든 지름길을 택한 것 이였다. 내심 산행에 자신감이 붙는다.
삼심봉을 오르기 전까지는 꽤나 경사가 진 듯해도 흙길이라 푸근하고 오를만했다. 좀 미끄럽긴 해도~!~
삼신봉에서 미친놈처럼 고함을 질러대며 , 지들이 마냥 과거 지리산에 살았음직한 호랑인냥 찢어대지만 피~지직 역시 우린 스피커가 아니다.
삼신봉에 오른 것은 이제 지리산 능선을 탈수 있다고 맘을 놓은 찰나였지만 산행에 하이라이트는 그때부터였다.
아차~! 표지판에 화살표는 분명 저리를 가리키고 있는 데 길이 아닌 듯하다. 도로 내려갈 수도 없고 한참을 지켜보았는데 사람이 간 흔적이 있다.
가자. ~!~
삼심봉에서 세석까지의 길은 혼자 가기에는 참 무섭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야간산행은 참 힘들 것 같다. 길이란 것이 넝쿨을 헤치고 고개를 숙여야 넝쿨 밑으로 인적이 밟고 난 길이 확인이 되었다. 길이 나쁘고 위험한 것은 아니나 산딸기, 산죽, 사리나무, 순으로 번갈아 가며 꽉 차게 우거져 길이 잘 확인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날씨였다. 가스! 유독 능선에서 가스는 육안으로 체 십 미터를 확보하기가 힘들었다.
꽉 차게 메워진 수풀에 메친 이슬이 온 몸을 차게 적셨다. 판쵸우를 입고 친구에겐 비닐우의를 입혔다. 산딸기 넝쿨은 가시가 문제고 산죽은 잘 못하면 베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도록 사람 구경 한번 못 한 것이 친구를 많이 부란하게 하나 보다. 그래도 끌러 오르는 스릴감에 친구도 서서히 과감해지고 쉬면서 오는 사늘한 기운을 산행을 재촉하며 풀려한다. 왠지 궁합이 맞아간다. 산행동안 능선을 타며 날씨만 맑다면 위치가 육안으로 판단이 되었을 법도 한데 가스 땜에 꿈도 못 꾸고 군데군데 잘 정리된 거리 표시판이 큰 도움이 되었다. 세석을 2킬로 두고 잠시 거쳐준 가스로 산장이 육안에 보였다. 그제야 맘을 놓고 발걸음에 여우를 가진다.
아차~!
그리고 이 코스에 또 다른 볼거리라면 작은 동굴을 통과한다는 것. 우린 게서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무사히 세석을 도착~!
친구는 그리 그립던 사람들을 한꺼번에 너무나 많이 보고 순식간에 지겹다 한다.
그토록 "길 맞나~!""사람 한 명 없노" "귀신 나오는 거 아이가"하던 녀석이~!
어둡기 전에 일찍 산행이 끝난 것이 정말 다행이다.
세석에서에 첫 밤은 일찍 저녁을 먹고 챙겨간 소주 두병 중 한병만 비우면서 일찍 잠에 들 작정이었다. 헌데 뭘 잘못 먹었을까 ? 둘은 복통으로 배를 움켜잡고 내도록 밤잠을 설치다가 화장실만 왔다 갔다 했다. 찬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싶다. 물 탓인가.
밤사이 비도 온 듯하다.
어제 이슬에 젖은 옷이 그나마 산장에 보일러를 돌려서 다 말랐다.
비싼만큼 아늑하다만 복통이 밤을 괴롭게 했다. 뭐 그 덕에 볼일 보러 나와 지리산 토깽이놈도 구경했으니 그리 나무라고 싶진 않다.^^*
23일 금요일
오늘은 정말 지루한 산행 시작되는 날이다.
허나 대구서 산악회 식구들이 출발하는 날이다.
그리고 산행 중에 일행을 만날 수 있다.
조바심 나도록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친구를 깨워 밥을 먹고 일단 천왕봉으로 향했다.
줄 곳 가스가 우리의 시선을 가린다.. 세석 벌판도 정말 볼만한 경관인데 친구는 그걸 보지 못했다. 천왕봉에서 돌아올 때쯤 해서 다시 한번 기회를 가진다는 희망으로 분명 천왕봉을 향했을 것이다. 그나마 장터목을 지나고 제석봉 고사목 지대에서 가스가 거친다. 아마 잠깐이었을 게다. 우리와 오르는 몇몇 무리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꺼낸다. 친구도 그 마나 준비한 일회용 카메라를 꺼내며 설렌다. 지리산이 또 이렇게 사람을 감탄시키나 보다.
들뜬 기분으로 천왕봉을 올랐건만 천왕봉은 하얀 옷(가스)을 또 꼭 껴입고 섹시한 제멋을 보여주질 않는다. 역시 밉상이다. 그나마 아껴서 챙겨간 사과를 물면서 "허~! 참 다네"하며 위안을 삼을 뿐이다.
더욱 얄미운 것이 천왕봉이다. 우리가 장터목을 지나 또 다른 삼신봉을 지날 때 천왕봉이 제 얼굴을 비추며 가스를 걷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아쉽다. 저렇게 약을 올리나.
허나 세석은 구경할 수 있겠지. 혹시나 하는 맘에 빨리 갈 길을 재촉했으나. 허허 복도 없지. 세석 또한 푸르러야 할 것이 하얗기만 한 것을 아쉽기보다 서러움을 가슴에 묻고 갈 길을 재촉하나 친구는 고사목 지대에서 추억만으로도 흡족해 하고 있다.
선비샘에서 조금은 늦은 점심을 하며 식량이 조금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허나 이젠 막바지 산행이라 크게 우려하는 바는 못됐다.
다행히 산악회 식구들을 만난다. " 한푼만 접선합쇼. 히히 " 산행 중에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너무나 맘이 편해지고 설레는 듯하다.
벽소령장을 지나고 한참을 왔을까 서서히 걱정이 된다. 천왕봉에서 명호형이랑 영희누나인데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안됐다. 그리고 줄곧 안됐다. 내가 알기론 첫날 막영 예정지가 세석이라 들었다. 그렇다면 분명 연화천과 벽소령 사이쯤에서 만날법한데~!
몇 번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에 우린 연하천에 와있었다.
혹시나 취사장을 들락거렸건만 없다.
사실 정말 걱정이 되었다. 두어 번 여러 명에 사람 소리가 나기에 "따아" 요델도 보내어 보았건만 다른 일행이다.
그리고 보면 우리가 역주를 해가고 있는 관계로 정말 사람 구경 많이 했다. 웬 산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그리 많은지. 허허 산인지 시내 쇼핑가인지. 아니 산을 공감하는 이가 이렇게 많다니 내심 기뻐 목이 아프도록 인사를 하고 다녔다. 다만 즐거운 산행만큼이나 산을 아껴주는 맘도 컸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연하천을 2킬로쯤 지났을까?
드디어 팔공 식구들을 만났다.
하하 하하 넘 기쁘다.
제일 먼저 가스를 헤치고 노란 반바지에 노란 티를 입고 오는 듬직한 사내....! 혼자기에 일행이 아니려니 했는데 ........................................아차~! 명호형이 아닌가. 너무나 반가웠다.
뒤를 이어 한명, 한명 등장하는 반가운 얼굴들 ^^*
막바지에 이른 산행의 피로가 삽시간에 풀리는 듯 했다.
내가 일정을 잘못 알았나 보다. 연하천에서 막영이라 아 이거 너무 아쉽다. 산장으론 한 코스 차이를 두고 등을 붙여야 한다니. 이거 밤에 잠이나 오겠나 싶다. 연하천까지 왔던 길을 다시 물으려다 친구녀석이 하도 서먹해 하는 바람에 가던 길을 마자 간다.
흐흐 능청맞게 이동식이나 꿈쳐넣고 도움도 못 되고 보내야 했던 건 좀 아쉬웠지만 그 방가 움은 정말 이루 말로 표현이 안 되네요~!
아차 재천이 하중 훈련한다고 모시고 간 돌을 천왕봉에 잘 모셨는지 모르겠네~!^^*
6시에 뱀사골에 도착함으로서 금요일 산행도 일찍이 끝을 내었다.
침상을 배정 받고 우연히 대구서 간 현대 해상 팀이랑 인연이 되어 술을 얻어먹게 된다. 순전히 친구 놈 때문이다. 술이라면 연하천 식구들인데 가면 코 삐뚤어지도록 준 데도 싫다던 놈이 귀가 솔 깃 해서 일찍 잠자려고 맘먹은 놈을 깨운다. 뭐 나도 이왕 이레 된 것 나쁘진 않았지만 그 덕에 난 기분 좋게 취한 이사님이란 분인데 내 잠자리을 내어주고 함께 술을 한 게서는 제일 막내였을 게다. 형이라 칭하며 자리를 같이한 분이랑 비박을 하게 되었다.
이거 돈 내고 비박이라니 그 술을 얻어 먹는 게 아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은 관계로 두명이 누울 넓이에 세명을 재우니 나 또한 석연치 않은 잠자리 기는 해서 자청하며 나와 잤지만 그래도 돈 내고 나와 자려니 배가 아팠다.
저녁동안 내린 소나기가 새벽에 또 오지나 않을까 걱정을 했었건만 밤하늘에 별이 보인다. 연하천 하늘이 그렇게 아름답다는데 잠시 마나 연하천에서 별 보며 낭만에 젖을 팔공의 식구들을 부러워하며 잠이 든다. 그 잠이 복통으로 설쳤던 세석에서보다 꿀맛 같다.
그나마 비박을 한 관계로 일찍 일어나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뱀사골에서 노고단을 오면서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토요일이다.
노고단에 도착하니 겨우 9시 노고단 개장시간이 10시다.
한시간 기다릴까 망설이다가 화엄사로 하산 길을 향한다.
화엄사에서 노고단 길을 오르기 힘겹다고 소문이 난 길이다. 그 길을 내려가는 것은 그리 힘든 것이 아니기에 그리고 화엄사라는 걸쭉한 구경거리가 있기에 매력이 당긴다.
화엄사 길은 가히 힘들만했다. 비록 우린 내려오는 길이라 그 힘겨움을 체험 할 수는 없었다. 허나 노고단에서 7킬로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그리고 그 길이 화엄사에서 완만하게 시작해서 꼭 영화에서 클라이막스를 그리듯 갈수록 몸을 피곤하게 만드는 경사도는 노고단으로 포장도로에 이를 때까지 극에 다르도록 된 듯 했다. 중간에 멋모르고 산책 와서"여기서 노고단 길 멀어요~!" 하는 아가씨가 있었다. 내심 걸음 돌려서 내려가시죠~! 하고 싶었다. 그 여자를 만나기까기에 코스는 정말 좋은 산책로였겠지만 게서부터는 정말 말리고 싶었다. "네 좀 힘들 겁니다."하고 내려왔지만 아마 큰 고생했을 것이다.
그리고 화엄사 코스는 거리 안내판이 엉망이다. 거리를 전혀 짐작 못하게 표지판을 박아놓았다. 몇 번을 욕을 하게 만든 표지판은 심리 테스트 표지판인가 싶을 정도였다.
내려가는 도중에 우린 등산객의 시선을 피했음직한 계곡으로 들어갔다.
온몸이 땀에 지든 기분을 발가벗고 차디차고 맑디맑은 물에다 말끔히 씻어버렸다.
내려오는 화엄사 길을 더욱 운치 있다. 첫째론 힘이 들지 않고 둘째는 내려올수록 계곡과 산행로가 가까워진다. 허나 왠지 역으로 오르는 저 힘겨움이 되려 욕심이 나는 길이기도 하다.
막바지 대밭에 이르면 그 운치는 극에 달한다. 산행로가 아니라 산책로가 어울릴까. 이제 다 왔음직하다.
대밭사이로 맑은 하늘이 비지고 보인다. 길이 포장되고 이제껏 잼났다. 즐거웠다. 해주는 친구 녀석에게 수고했다. 는 말 한마디 전하는 찰나에
" 둥~~~~~~~~~~! 둥~~~~~~~~~~~!" 종이 울린다.
시간은 12시 정오를 가리키는 종이다.
화엄사가 가까웠다는 소리였고 우리의 산행이 끝이 났다는 소리다.
어쩜 그 청아한 소리가 우리의 무사 산행을 축하해주는 것처럼 들린다.
화엄사에 안 들일수가 없다. 저리 우리를 반기는데~~~!
이런 저런 모든 산행을 화엄사를 관람하며 끝을 낸다.
생각 외로 시간 안에 모든 계획이 마무리되어 참 기쁘다.
운 좋게 차시간이 맞아 떨어져 남원을 거쳐 대구로 수월히 올 수 있었다.
친구 녀석이 뿌듯해 하며 저녁을 한끼 산다.
그 뿌듯함에 되려 내가 고맙다.^^* 녀석 두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