判例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 또는 권리남용은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그 주장을 필요로 하고, 사실심법원이 증거조사를 한 결과 원고의 청구가 신의칙에 어긋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고에게 그러한 사실을 항변으로 주장하는가의 여부를 석명하고 피고가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경우에는 원고에 대하여도 그 점에 대한 방어방법을 강구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거쳐 판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見解도 있다.
강행규정에 위배됨을 근거로 한 위 판례는 위법성의 강도나 공익적 고려의 필요성에 있어서 신의칙 위반이나 권리남용의 경우보다 결코 모자람이 있다 할 수 없는 공서양속 위반의 경우 그 사실을 당사자가 주장하여야 한다는 후술할 판례의 입장과는 균형이 맞지 않는다.
私見으로는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의 態樣이나 그 법률효과가 多種多樣하므로 구체적인 케이스에 따라 변론주의의 적용 여부 내지 직권조사의 가부를 정함이 타당하고 위 판시를 일반화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1다74322 판결의 사안은 원고의 소제기 자체가 신의칙에 반하거나 소권남용으로 허용되지 않는 경우로서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다37821 판결,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다42129 판결의 사안은 신의칙에 기하여 보증책임을 직권으로 감경한 경우로서 과실상계에 의한 책임의 감경, 신원보증법 제6조에 의한 신원보증인 책임의 감경,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 등과 같이 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널리 인정되는 직권에 의한 감경과 그 궤를 같이 하여 직권조사사항으로 하더라도 무방하나, 신의칙 위반이나 권리남용으로 권리 발생의 장애나 소멸의 효과를 초래하는 케이스에서는 원칙적으로 그 주장을 필요로 한다고 보아야 하고 다만 간접적 주장의 인정이나 적극적인 석명권의 행사 등으로 구체적인 타당성을 꾀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73284 판결은, 피고 회사가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원으로 근무하는 원고에 대하여 피고 회사가 골프장에 대한 출입제한처분을 함으로써 원고에게 경기보조원으로서의 지위가 상실되는 불안ㆍ위험이 발생하게 된 사안에서, “법원은 변론주의의 원칙상 법률상의 요건사실에 해당하는 주요사실에 관한 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을 기초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원고는 피고 회사와 사이에 사용ㆍ종속관계가 있는 근로자임을 전제로 피고 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한 위 출입제한처분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거나 근로기준법상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그 무효확인을 구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 이와 달리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근로계약관계와 유사한 법률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위 출입제한처분이 신의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한 적이 없음은 명백하고, 설령 원고가 변론 전체의 취지 등에 의하여 위와 같은 주장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당사자가 명백히 간과한 것으로 인정되는 법률상의 사항에 관하여는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므로, 피고 회사가 이 점에 관하여 아무런 답변이나 항변을 하지 아니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심으로서는 그에 관한 피고 회사의 견해를 묻고 법률상 및 사실상 반대 주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다음 그러한 판단에 나아갔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사유에 기초하여 피고 회사에 의견진술의 기회조차 부여하지 아니한 채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근로계약관계와 유사한 법률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위 출입제한처분이 신의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니, 거기에는 변론주의 원칙 등에 위반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라고 판시하여, ‘신의칙에 반하여 무효’라는 주장도 당사자의 주장이 필요한 변론주의의 적용대상임을 밝히면서, 변론 전체의 취지 등에 의하여 ‘신의칙에 반하여 무효’라는 주장을 한 것이라고 보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함을 적시하고 있다.
직권조사사항에 관하여도 그 사실의 존부가 불명한 경우에는 입증책임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신의칙 위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사정의 입증책임은 그 주장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