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환장하도록
맑고 쾌청하고 그냥 숨쉬고만 있어도 저절로 아름다운 날들..
그 날들을 소유하고 있는 봄날 가운데 하루는 어버이날의 몫이다.
그 어버이날,
예전에는 일상적으로 늘 그래왔던 방식이거나 혹은 살아지는 대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려니로
내리사랑 부모님의 은공을 당연하다 여기며 말로, 몸으로 표현하기는 커녕
켜켜이 자신들의 가슴 속에 묻어 두며 대를 이어가곤 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우리 삶의 방식이 생존에서 생활로 바뀌면서
각자의 삶은 물론 부모님의 인생까지 뒤돌아보는 여유가 생기더니
법이 규정짓는 날로 어버이 날이 생기게 되었다.
채택되어진 어버이날,
모든 것이 마음으로 전달되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현실은 그러하지 못해
여러 여건이 발목을 잡기도 하고 족쇄가 되기도 하여 현실적으로는 본의 아니게
부담감을 느끼게 되는 사람도 많다.
세태가 변하고 현시점의 잣대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서글픈 현실이
있고 없음으로 인한 편견이 만연한 이즈음의 시류가 그렇다 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던지 간에 무설재 뜨락에는 만개한 봄꽃들로 절정중에 절정을 이루고
봄날이면 어김없이 눈의 호사를 위해 꽃구경을 오시는 시부모님의 행차...시아버님이 안계신 이즈음에는
홀로 시어머님의 발길이 바쁘다.
그리하여 어버이날 전날,
일부러 일산으로 스케줄을 잡아 자신의 볼 일을 마치고 시어머님을 모셔오는 무설재 신선,
전국구 리모컨 원투스리 중의 투, 서열 두번째로 나름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음에도
늘 자식이 어른에게 하는 것은 언제나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는 사람이다.
이래 저래 하룻밤을 지내고 제대로 어버이날에는 흩어져 있는 의성김씨 5형제 중에 넷이 모였다.
막내, 리모컨 쓰리는 시댁과 가까운 거리에 사는 관계로 늘 시어머님을 건사하며
효자 효부 노릇을 톡톡이 해내므로 함께 동행하지는 않았다.
올해로 86세...건강하시고 여전히 총명하시며 기억력이 좋으신...게다가 언제나 열린 귀로'전국구 소식을
꿰뚫고 계시며 일산 호수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시는 강건의 시어머님.
그 시어머님을 위해 건배를 하며 뜨락이 흔들리도록 기쁨을 나누며 축하한다.
항상 그래왔듯이 빠지지 않는 옛날 꽃날 이야기도 새삼스레 정겹게 들으며
식사와 다과와 담소가 어우러지는 한 날...어버이 날이다.
무설재 신선의 옷 색깔과 카네이션의 절묘한 조화, 큰 아들과 함께 하는 부럽지 않을 식사.
시어머님의 친구겸 인생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큰 딸 내외와 막내 딸의 원샷이
한 낮의 고요를 깨고도 남음이다.
시시콜콜의 이야기가 울타리 너머로 넘어갈 즈음 시어머님께서 갑자기 노래를 부르셨다....흥에 겨운
꿩, 꿩 장서방
자네 집이 어딘고
한둥 두둥 넘어서
곰배집에 내 집 일세.....앞 풀밭에서 마침 꿩들이 희희낙락의 무설재 뜨락을 엿보다가 후드륵 날아가며
꿩 꿩 하는 소리에 그렇게 장단을 맞추신 거였다.
그 노래를 듣는 순간 딸들은 치매 예방 차 가사를 되짚어 보며 함께 불러보고
무설재 쥔장은 어른들이 죄다 세상을 뜨고 나면 이런 노랫 가락을 언제 들어보겠나 싶어
사라지는 우리 노랫 가락을 누군가는 녹취 기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노심초사,
염려가 먼저 와 닿았다.
그렇게 아침에는 밥값을 한다며 일부는 잡초를 제거하고 누군가는 산책을 가고
한낮의 정찬을 위한 며느리는 바빠도 그렇게 금쪽같은 날들의 환한 웃음도 지쳐가고
웃다 웃다 지는 해까지 끌어 당길 참에 대구 아주버님께서 돌아가신단다.
그참에 낼름 무설재 신선이 무설재 뜨락의 명물 일명 "엎드린 여자", "엉덩이가 예쁜 여자"를
대구 집으로 가는 길에 동행 선물로 드린단다....그리하여 깨끗이 샤워하고 대구로 떠나는데
마음 한 켠이 허전하기는 했다.
사실,
쥔장이 좋아하는 시아주버님이 아니었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드릴
그렇게 아끼고 좋아하는 엉덩이가 예쁜 여자, 무설재 명물이었다.
그렇게 웃다가 피곤한 하루,
늦은 저녁에 무제를 찾아든 또다른 발길과 늦도록 수다를 떨었다....이래 저래 몸과 마음이 바빴던
둘쨋날의 밤이 지나고 셋째날 아침 나절의 성찬이 끝난 후 커피 한 잔의 휴식과 주고 받음이 오가고
큰 딸 내외와 함께 일산으로 떠나는 시어머님을 배웅하고 나니 쏜살같이 가버린 2박 3일의 날들.
오늘 하루가 또 지나간다.
긴 휴식....낼,
친정 부모님 산소라도 찾아뵈어야 겠다.
첫댓글 주께서는 부모를 공경하는 자에게 이 세상에서 잘 되고 오래 사는 복을 주신다고 했습니다. ^ ^
아주 잘 하셨네요~! ^ ^
ㅎㅎㅎ 그렇다면 더더욱 금상첨화.
호호호.... 수고 했어~~~ 언니~!
그려...
그 엉덩이 사진 찍어두길 천만다행이네요, 후훗.
그러게나 말입니다...내내 무설재 뜨락에 있을 줄 알고 무방비 상태로 사진을 찍어두지 않은 쥔장에겐 참으로 아쉬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