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6. [지하철2호선 연쇄살인 사건 - ⑦]
S# 29. 오후 12시 40분. 법원 구내 식당 입구.
이 판사 부장님. 점심 메뉴가 벌써 떨어졌는데요.
부장 판사 오늘은 인기 메뉴여서 그런가 보네.
어떡하지?
이 판사 부장님. 유가네 순두부찌개 어떠세요?
부장 판사 음~.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오후 2시에
재판을 시작하려면.
이 판사 네.
김 판! 너가 얼른 가서 자리 잡아 놔!
혹시 점심 시간이라 자리 없을 수도
있으니깐.
김 판사 예.
김 판사가 우사인 볼트처럼 얼른 뛰어 나간다.
S# 30. 오후 12시 50분. 유가네 순두부찌개.
북적 이는 식당 안에서, 세 사람이 식사를 기다린다.
부장 판사 (갑자기 격앙된 목소리로)
미친 새끼.
이 판사 피고인측 ‘이변’ 이요?
부장 판사 응.
아니 갑자기 무슨 ‘싱싱 노래방‘ 현장 검증을 가자고 하고 난리야.
“실제로 가보면 사진과 많이 다르게 느껴질 거라고?
밤 11시의 노래방의 조명상태라든가
방안 구조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별. 나 기가 막혀서.
자기가 사진이랑 동영상을 준비했으면서,
그걸로도 충분한데.
내가 밤11시에 지랑 노래방에 가서 현장 검증이나 하고 있어야
돼?
내일 오전에만, 사건이 3건이나 몰려 있는데,
이 판사 부장님. 저는
이변이 “피고인이 진짜 피해자”라고 말했을 때,
저는 ‘똘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옆 자리에 앉아 있는 김 판사를 보며
비아냥조로)
야!
김판!
니 잘난 선배 얘기하고 있는데, 왜 가만 있어?
김 판사는 종업원이 가져온 반찬 그릇을 가지런히 정렬하고 있다.
S# 31. 오후 2시. 110호 법정.
형사합의17부 재판장이 오후 재판을 속개한다.
재판장 검사 측. 증인
더 나오실 분 있어요?
검사 피해자의 어머니 송준희 씨를 증인으로 부르겠습니다.
재판장 그럼 아홉 번째 증인에 대한 신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증인 들어오게 하세요.
피해자의 어머니 송준희 씨가 증인 선서를 하고, 착석한다.
검사 증인. 심신적으로
고통스러우시겠지만, 질문에 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따님의 상태는 좀 어떻습니까?
송준희 (충혈된 눈으로)
저와 병원에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나가는 것
이외에는
꼼짝도 않고,
방안에서 혼자 계속 있습니다.
검사 따님은 어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나요?
송준희 (울먹이는 목소리로)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처방 받은 약을 매일 먹고
있고,
매주 4일씩, 심리치료사와의
1시간 동안의 ‘외상후 스트레스’ 심리 상담을 병행해서 받고 있습니다.
검사 피해 당사자인 따님은 물론, 가족들의 고통도 크시겠습니다.
송준희 (울먹이며)
저에 대한 죄책감이 자주 듭니다.
제가 딸을 잘 보살피지 못해서 사랑스런 우리
딸이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한 것은 아닌지
자책감이 들기도 하고, 매일 사는 것이 지옥에서 사는
엉 엉 엉.
재판장 5분간 휴정하겠습니다.
피해자 신희원 씨의 어머니, 송준희 씨가 어깨를 들썩이며 목놓아 운다.
재판장이 5분간 휴정을 했다가 이어서 속개한다.
검사 피고인 성진태의 아버지가 집에 찾아와서 합의를 해 줄 것을 요구했죠?
송준희 네. 하지만, 저희 가족은
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준 성진태를 결코
용서할 수 없습니다.
재판장님.
제 딸은 씻지 못할 마음의 아픔과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저 놈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천벌을 내려주실
것을 부탁 드립니다.
이 못난 어미의 간곡한 심정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검사 (단호한 어조로)
피고인 성진태는
피해자 신희원씨가 비록, 술에 취해 있었지만,
자신과의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로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아직도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폭행은 피해 당사자는 물론 이와 같이 가족들에게도
크나 큰 고통과 후유증을 남기는 극악한 무도한
범죄입니다.
이에 피고인 성진태에게 5년을 구형합니다.
S# 32. 아현역 2번 출구 방향 송준희 씨의 집.
박 형사가 송준희 씨의 남편, 신도석 씨와 마주 앉아있다.
신도석 (침통한 표정으로) 네.
저희 가족에게는 돌이켜 생각하기 조차 싫은
악몽과도 같은 사건입니다.
동아리방의 친구들과 노래방에 놀러 가 술에
취해 있던 어린 제 딸을
방으로 끌고 가서 성폭행을 했습니다.
집사람의 충격과 분노는 하늘을 찔렀어요.
그 일 때문에 우울증이 생겨서, 매일 약을 달고 살았고요.
박 형사 그래서, 직접
증인으로까지 법정에 서시게 되신 거군요?
신도석 (침울한 얼굴로)
당시 성진태는 어떡해서든지 감형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아버지를 보내 합의를 해 줄 것을
요구했죠.
하지만, 저희
가족은 그를 용서할 수 없었고,
결국 성진태는 강간치상 혐의로 3년6개월을 선고 받았고요.
박 형사 (신도석 씨를 말없이 바라본다)
S# 33. 강력 1팀.
강력 1팀원들이 회의 중이다.
김 형사 성진태와 같이 수감생활을 한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성진태는 교도소에서 주변인들에게 심한 분노심을
표출했고,
하루에도 수 차례씩,
“절대 그냥 두지 않겠다”,”복수하겠다” 등의 말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옥살이를 순전히 남 탓으로 돌리며 앙심을
품어왔던 겁니다.
유 형사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성진태가 소위 ‘살인비망록’을 작성했다는 사실입니다.
강력 팀장 (비망록을 찬찬히 읽어 내려간다) 음
출소해서, 2차 보복살인을 기획하고서
신희원 씨의 집은 물론이고
증인들의 집들도 백방으로
알아보면서 다녔겠네.
박 형사 네. 신희원 씨의
아버지 신도식 씨의 진술에 따르면,
성진태가 보복할 것이
두려웠던 신 씨 가족들은
그간 두 차례나 이사를 했다고 합니다.
강력 팀장 기가 막히네.
유 형사 원룸에서 발견된 노트에
범행 대상뿐 아니라
범행계획과 동기, 심정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성진태는 노트에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자. 살인이면 살인, 노동이면 노동, 범죄면
범죄,
오직 충실할 뿐이다”로 시작되는 10여 장의 글을 남겼고,
7
페이지를
보시면,
“신희원 때문에 내
인생은 바뀌었다”
“나를 이렇게 만든
놈들을 하나하나 찾아 꼭 죽인다”
“하나 죽이나 둘 죽이나
사형은 마찬가지” 등의
적나라한 증오심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강력 팀장 (비망록을 보며, 기가
찬 목소리로)
얼마나 분노에 찼으면, 볼펜으로 썼는데 종이가 찢어진 곳도 많아.
박 형사 네 맞습니다.
구임선을 죽이기 전에
지인과의 전화통화에서도
“교도소 안에서 범행을
계획했으며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범행 열흘 전부터
비망록을 썼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강력 팀장 여기 비망록에 적힌 증인들을 더 죽이기 전에,
성진태의 연고지에
잠복근무를 시작하고,
우선, 급선무는
비망록에 적힌 이들의 신변보호야.
해당인물들의 주변에
경찰을 배치해서 추가 범행을 막는 데 주력해야 돼.
이 일은 박 형사가
지휘하고.
박 형사 네
강력 팀장 특히 성진태가
신희원 씨 살해에
유독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것 같으니깐,
신희원 씨는 김 형사가
달라 붙어서 밀착 보호하라고
김 형사 네
강력 팀장 유 형사는 성진태가 평소 위장병을
앓았다고 하니깐,
병원과 약국에 성진태의
전단지를 배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