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온기

퇴촌에서 남한산성으로 가는 길은 자연경관이 수려한 드라이브코스다.  남한산성 중심, 주차장에 주차하고 아스팔트길로 나와 길을 물으니 친절하게 안내한다. 나이 지긋한 마을주민으로 보이는 분이 산책코스를 손으로 가리키며 친절을 베푼다.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야 마을이 발전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 같았다. 북문 쪽으로 올라가 한 시간정도 왼쪽으로 한 바퀴 도는 비탈길이다. 아직 눈이 덮인 곳이 많고 미끌미끌하여 넘어지기 쉽다. 북문을 지나 성곽 넘어 하남 쪽을 내려다보는 지점에서 돌아내려왔다. 신발이 미끄러워 한 사람이라도 넘어지면 낭패 아닌가? 시간도 있고 몸을 녹일 겸 내려오는 길에 전통찻집에 들렸다. 따듯한 팥죽과 대추차를 시켰다. 훈훈한 분위기에 넷이 오손도손 이야기하기 좋다. 반갑게 맞이하는 주인이 “신청 곡이 있으시면 틀어드리겠습니다” 하여 “동무생각, 봄 처녀, 보리밭”을 신청하니 방주모양의 실내공간에 금세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노래에 화답하는 즐거운 공간이 되었다. “차를 드시고 좋다 하시면 갤러리에 있는 제 미술작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라는 제안으로 온암갤러리의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다. 색연필로 그린 동그라미모양의 고리를 연결하여 인과 연의 조화를 추상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인데 작가의 독특한 철학적인 사상이 녹아 있다. 인과 연이 가느다란 선으로 연결되어 인연이 되기도 하고 악연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엔 뒤바뀌어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는 은퇴 후 3년 동안 강화도 77번 도로를 기점으로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 동서남북 팔도강산 왠만한 명승지는 거의 다 탐방하고, 같은 장소를 4번 방문하여 계절의 변화를 보기도 하였다. 다녀온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가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루고 그 작품들을 선별하여 온암갤러리에 전시하고 있다. 온암(따듯한 바위)은 기계공학도로 인문학적 미술세계를 기계공학적인 치밀함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창조하고 바위에 담긴 자신의 따듯한 온기를 전달함으로써 인연을 맺어가는 지성미가 넘치는 미술작가이다. 온암과 만난 우연이 좋은 인연이 되기를 바라고, 그가 만든 소품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고, 그의 따듯한 온기가 널리널리 전하여 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