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김은정
그날에는 산마다 포도주가 흘러내리고 강마다 젖이 흘러내리고 땅마다 꿀이 흘러내리고 우리가 하나로 꽃피고 겨울 아침의 눈꽃처럼
---김은정 시집 {화랑유원지에 흐르는 빛}(근간)에서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가난하여도 아첨을 하지 않고 부유해도 교만하지 않음은 어떻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가난하여도 즐겁게 여기고 부유해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
과연 이 세상에 하루 세 끼 밥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이 어떻게 즐겁고 기쁘게 살 수가 있겠으며, 남의 재산을 빼앗거나 약탈하지 않고 부자가 된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가난한 자는 훔치고, 부유한 자는 빼앗는다.
부자와 가난한 자는 삶의 방식이 다르며, 이 삶의 방식은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최선의 전략과 전술의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 도덕과 선악을 떠나서, 어느 누구도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타인들의 재산을 빼앗거나 훔치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나 이 세상은 자원의 부족과 재화의 결핍, 그리고 저마다의 개성과 타고난 능력의 차이 때문에 폭력적인 계급사회를 이루게 되고, 끊임없는 골육상쟁과 피비린내 나는 생존투쟁을 벌이게 된다. 따라서 이 골육상쟁과 피비린내 나는 생존투쟁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이상낙원을 상정하게 되고, 이 이상낙원을 토대로 하여 모든 종교와 신앙과 도덕과 질서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상낙원은 산마다 포도주가 흘러내리고, 모든 강마다 젖과 꿀이 넘쳐 나온다. 이마에 땀 흘리지 않아도 되고, 손마디가 부르트지 않아도 모든 식물들이 저절로 자라나 꽃과 열매를 맺는다.
이상낙원은 극락의 세계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독성이 강한 아편이다. 교사, 교수, 정치인, 목사, 판사, 검사, 아저씨, 아줌마 등, 모두가 다같이 [그날]의 열광적인 신도들이자 아편중독자라고 할 수가 있다.
시인은 이상낙원의 창조주이자 우리 인간들의 이상적인 인간이며, 영원한 불사신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 세상에 자기 땅과 자기 영토를 지키는 것보다 더 쉽고 간단한 일도 없고, 이 세상에 열심히 공부하면 전 인류의 스승이 되는 것보다 더 쉽고 간단한 일도 없다. 나폴레옹, 알렉산더 대왕, 진시황제, 공자, 맹자, 칸트, 마르크스, 니체, 괴테 등, 다 2-30대에 전인류의 황제가 되었거나 스승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도 이제, 제발, 제대로 공부하고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