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미포조선 노조원 전체가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록 23년`을 깨고 파업에 나섰다. 국내 조선업계가 불황으로 파업 몸살을 앓던 지난해에도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던 회사인데 노조가 최장 무분규 임담협 타결 기록을 깨고 파업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경영의 어려움을 함께 나눈다며 노조 측이 임금 인상을 동결했던 곳이다. 그런 곳에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니 뭔가 이상하다.
미포조선도 수주불황으로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수주 급감으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유급순환 휴직, 직무교육 등을 실시했어야 할 정도다. 또 주로 중간 규모 선박을 건조하기 때문에 중국ㆍ국내 동종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미포조선에 유리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주로 저유황유 선박을 건조하는 미포조선에 수주 물량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 화학제품 해외 수출이 증가하면서 중간급 탱크 운반선 수주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스 선사로부터 올해 초 2척, 최근 3척 등 5척을 수주 받았다.
파업에 앞서 노조는 "지난 5월 말 임금협상 상견례 이후 20여 차례에 걸쳐 교섭했으나 회사는 아직까지 임금 제시는 물론 총 고용 보장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간 현대미포조선 노조가 취해 온 온건 노선을 감안하면 이는 임단협 타결을 위한 노조의 압박수단이라기보다 정상적 절차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법은 사측이 임단협에 성실하게 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지금 쯤 올해 임단협 타결을 위한 대략적 윤곽은 제시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노조가 파업을 결행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말까지 남은 2개월 여 동안 이견을 조율하고 종합해 결론을 도출하려면 지금쯤 노사가 최종 조율 담판을 벌일 시기다.
우려스러운 것은 회사 측의 무반응이 의도적일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법인 분할을 통해 노조의 파업으로부터 일정 부분 자유롭게 됐다. 이전처럼 현대중공업의 파업이 전체 그룹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이를 기화로 현대미포조선의 파업마저 가볍게 대응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껏 회사 측 사정을 십분 감안해 `파업 혹서기`에 조차 순순히 임단협 타결에 나섰던 노조가 파업에 나설 리 있겠나.
혹시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비현실적 논리에 매몰돼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울지 않는 아이가 떡 소쿠리 전체를 요구하면 일이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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