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8 정월 대보름.
카페에 너무 오랜만에 들렀나?
다들 무사 무탈하시겠지?
어련히 건강하실 테고.
아무려면.
엊그제가 설 같은데 오늘이 벌써 대보름 날이다.
근데 날씨가 어째서 요 모양 요 꼴일까?
둥근 달은커녕 하늘은 잔뜩 흐리고
비까지 슬슬 뿌려대니 을씨년스럽기조차 하다.
이미 해는 기울었을 테고 달이 뜰 시간도 지났으리라.
고성 어딘가에도 달집 태우기 행사를 준비하는 것 같던데
눈이라면 모를까 때 아니게 비가 내리다니······
행사 주최 측으로서는
얼마나 난감할꼬.
실로 자겁(自怯) 할 일이다.
모든 게 하늘의 뜻인걸
어떡할까 마는.
그래도 명색이 정월 대보름날인 걸 어쩌겠는가?
저녁 식사 반주로 귀밝이술 한 잔 곁들이고 보니
이 이상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인생살이가 별건가 싶다.
취중에 고향 생각도 한 줄기 슬쩍 지나간다.
동네에선 한가운데 타작마당에 해마다 달집을 지었다.
보름날이면 동네 형뻘 되는 청년들의 지휘 아래,
우리 꼬마들은 시키는 대로 일사불란하게.
죽자 사자 달집 심부름하기 바빴다.
양달 산에서 소나무 베어 주면 타작마당으로 끌어오고,
뉘 집 대밭에서 대나무 베어내 주면 끌어다 놓고,
또 누구 집에서 짚 한 동 져다 놓고,
새끼 한 다발 갖다 놓고······
그렇게 해서 달집이 완성되고,
보름달이 떠오르면 달집에 불을 붙였다.
하늘로 치솟은 화염과 함께,
따따땅땅 대나무 마디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고
생 솔잎 타는 소리에다 동네 매구꾼들의
징소리, 북소리, 장고, 버꾸, 꽹과리
소리까지 어울려
왁자지껄했다.
와중에도
동네 할매들은 달님에게 소원 비느라 여념이 없고.
그때 그 모습을 어찌 잊을까.
오직 재미만 있었을 뿐,
그렇게 골목골목 앞산 뒷산을 뛰어다녀도
힘든 줄 몰랐고, 숨 가쁠 일 없었고.
그땐 그랬는데,
그랬건만.
에휴!
아, 옛날이여!!!
- 끝 -
감기 조심합시다.
또 봐요.
안녕!
첫댓글 꼬옥...달집 이야기만 나오면 친구 부모님 치성드리던 모습이 떠오르는구먼.
친구에겐 생체기이지만.
대보름이라면 오곡밥이 빠지면 앙꼬없는 진빵이지.
동네 돌아 댕기며 공출(?)받은 집집마다의 특미를 맨밥으로 먹어도 얼매나 꿀맛이든지...
입에 춤물이 고이사서 고마 들갈라요.게이대가리 조심하소.
지금도 생각나는 것이
설에 산 새 옷 입고 달집 태우는 데 갔다가 불똥이
튀어와서 옷에 펑크 내고 집에서 혼이 난 적이 있네요.ㅋㅋ
추억은 늘 우리에게 그리움을 선물합니다.
그래도 그때 그 시절이 좋았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정월 대 보름이라,
참 많은 것이 생각 나네요. 내 연은 참 높이 날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