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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由칼럼] 언론이 가린 진실, 2030들이 알아 버렸다
전경우
15일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공수처에 출석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관저에서 버틴 10여 일 동안 반전이 일어났다.
놀라운 반전이다. 극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9회말 투 아웃, 패색이 짙었던 야구 경기에서 막판 뒤집기 홈런이 터져 나오듯 극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2030 젊은 세대들이 현실을 자각하면서 판을 뒤집고 있다.
대한민국 수호 세력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젊은 피 수혈이다. 젊은 친구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겨울 찬바람을 뚫고 광장으로 뛰쳐나오고 있다. 전라도에서도 올라온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AI보다 더 똑똑한 애국시민들이다.
광장으로 모여든 젊은 세대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정말 몰랐다"는 것이다. 야당이 그렇게 많은 탄핵을 남발하고 예산을 깎아 국정을 마비시키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다’는 것이다.
계엄을 때린 대통령 잘못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화가 났고 황당했다. 대통령을 당장 끌어내리는 것만이 정답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계엄이라는 비상 카드를 꺼내들었을까, 마침내 그 심정을 알게 됐다. 현명한 젊은 친구들은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민주주의 가치와 질서를 바로잡고 나라를 다시 반듯하게 일으켜 세우기 위한 계몽 선언이라는 것이다.
5천년 역사에서 가장 똑똑한 세대들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역사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자료를 찾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그동안 잘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았던 역사적 진실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하나 둘 그 실체들을 확인하고 있다. 놀라운 깨달음이 이어지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자유를 핵심 가치로 여기는 보수와 평등을 중시하는 진보의 싸움이 아니라, 나라의 체제를 뒤엎으려는 반국가 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애국시민간의 대결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왜 이것이 이념전쟁, 체제전쟁인 것도 깨닫게 됐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할 것 없다. 언론이 제대로 알리지 않기 때문에 실상을 알 수가 없었다. 언론이 한통속이 되어 앞 뒤 맥락 다 잘라먹고 계엄만 부각하니, 진실을 알 방법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일이다. 광화문광장에서 휴대전화로 현장 상황을 보고하던 조선일보 기자를 발견한 촛불 세력들이 "죽여라!" 하고 달려들었다. 멱살을 쥐고 두들겨 팼다. 기자의 안경이 작살났다.
동아일보 사진기자도 촛불 무리에게 쫓겨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광화문에 있는 회사로 도망을 쳤다. 회사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혼절했고 한동안 취재 활동을 하지 못하고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회사가 광화문에 있지 않고 멀리 있었다면 무슨 일을 당했을지 알 수가 없다.
그랬던 그 기자들이 이제는 우파들에게도 외면당하고 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그래도 한 마음을 가진 족속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새가 될까 쥐로 살까, 박쥐처럼 좌고우면하며 눈치를 살피던 자칭 우파 언론들이 좌향좌 하고 말았다.
언론도 먹고 살아야 하니 시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언론의 한계이고 숙명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랜 동안 쌓아온 독자들의 기대와 믿음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은 부끄러운 노릇이다.
영화 ‘친구’에서 조폭 준석(유오성 분)이 동수(장동건 분)에게 "우리는 건달 아이가. 건달이 쪽팔리면 안 된다 아이가!"하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양아치와 건달을 구분하면서, 건달의 자격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밝힌 것이다. 배우 강수연도 생전에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며 자존심을 강조했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가오’가 없거나 ‘쪽 팔리면’ 안 된다. 나라의 존망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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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우 작가·저널리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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