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6일 연중 제2주간 화요일
-반영억 신부
복음; 마르2,23-28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23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질러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길을 내고 가면서 밀 이삭을 뜯기 시작하였다.24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25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 본 적이 없느냐?26 에브야타르 대사제 때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고 함께 있는 이들에게도 주지 않았느냐?”27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28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물러진 법」
'놀 때 놀고 일할 때 일하며, 쉬고 싶을 때 마음껏 쉬고 싶습니다. 주일 미사참례의 의무는 주님의 기도 33번으로 가름하고, 휴일을 즐기고 싶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싶어서 성당을 찾았는데 미사참례의 계명이 오히려 자유를 옭아매는 느낌이 들어 싫습니다. 당분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겠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교회법에서는 “미사참례 계명은 주일이나 의무 축일 당일이나 그 전날 저녁에 어디서든지 가톨릭 예식으로 거행되는 미사에 참례하는 것으로 이행된다”(교회법1248조1항). 고 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사가 없는 공소에서는 공소예절(말씀의 전례)에 참례하여야 하고, 공소예절도 참례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개인이나 가족끼리 합당한 시간 동안 기도에 몰두하도록 권장합니다.
그래서 부득이한 경우 예수님께서 33살까지 사셨으니까,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 33번을 바치라는 관습이 생겨났습니다. 사실 옛날에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이 한글도 몰랐고, 성경도 라틴어로 된 책만 있었기에 주님의 기도를 대신 바치라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서든 성경을 읽을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가까운 성당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주님의 기도 33번으로 주일 미사참례 의무를 대신하려 한다면 성숙한 신앙인으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마르2,28).라고 하셨고,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사람이 법조문 보다 우선이라는 말씀입니다. 안식일 계명은 일주일에 한 번은 무조건 쉬어야 함을 내용으로 합니다. 이는 인간이 일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선과 생명에 도움을 주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스라엘 백성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안식일 규정을 강화하는 가운데, 본래의 의미를 잊고 자구에 매인 나머지 단지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 집착하여 규정들을 세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안식일이 선과 생명에 보탬이 되기보다 되레 인간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굴레와 족쇄가 되었고, 예수님께서는 본래의 의미를 회복하려고 하셨습니다. 안식일은 단지 일을 해서는 안 되는 날이 아니라 선과 생명에 도움이 되는 날, 주님을 찬양하고 주님과 함께 쉬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분이 고해성사를 보시면서 “안식에 해서는 안 될 일, 빨래하고, 청소를 하였습니다.” 하고 말씀하시길래 제가 “그것은 죄가 아닙니다.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규정을 지켜야 하지만 그 의미, 내용, 알맹이를 생각하십시오. 하느님을 섬기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하고 말씀드렸더니 “요즘 법은 왜 그리 물러졌어요?” 하셨습니다.
안식을 취해야 할 주일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영혼의 안식을 취하는 날로 보내야 하는 것은 마땅합니다. 단순히 미사참례를 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영적인 양식을 취하고 구체적 사랑을 실천하는 날로 지내야 합니다. 이날은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어 주시며 성체성사의 양식으로 배 불리시는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날이어야 합니다. 주일은 분명,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는 날이면서도 인간을 사랑하시고 해방하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바리사이들은 안식일 법을 확대 해석하여 사람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했지만, 예수님께서는 인간 구원에 방해가 된다면 그것을 철저히 거부하셨습니다. 그것은 분명 하느님의 바람과 상반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라는 말은, 다르게 말하면 예수님의 권위 있는 가르침이 곧 인간을 살린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인간에게 알려주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도록 가르치는 전권을 가진 자로서 안식일의 주인입니다(이영헌).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사람을 생각하셨습니다. 사랑을 규제하는 법은 없습니다. 분명, 안식일의 주인은 예수님이지 내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보다 적극적인 마음으로 함께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며 미사성제에 참여함으로써, 주님의 수난과 부활, 영광을 기념하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즐거움과 휴식의 날이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청주교구 내덕동 주교좌성당 : 반영억 raphael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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