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속에서 부대껴라
"인간은 사회라는 옷을 입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추위와 가난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1857년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이 한 말이다.
그로부터
15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와
정말 달라졌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 속에서 부대껴라
이 책은
우리가 잊지 말고 계속 지켜나가야 하는
진짜
사회적 접촉이나
관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첫 번째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긴 것은
사회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성향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즉
집 앞이나 식탁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일이 시간낭비가 아니라
아주
중요한 생물학적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저자 수전 핀커는
발달심리학자이자 저널리스트다.
저술가로서 발표한
첫 번째 책 <성의 패러독스>는
미국 심리학협회에서 수여하는
가장 권위 있는 문예상과
윌리엄 제임스 북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17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주지하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며
평균수명은 대략 5~7년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런데,
저자는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섬에선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녀의 평균수명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르데냐 섬
환경이 개선되고 의학이 발전하면서
남녀 간의 수명 차이가 줄어들기는 해도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것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래서
사르데냐 섬의 사례는 그녀에게 놀라웠다.
더구나
이 섬 마을에는 남녀 통틀어
100세를 넘긴 노인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었다.
열 명 중 한 명이
100세 이상인 마을도 있었다.
현재
지구촌의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100세 노인의 숫자가
평균 여섯 배 이상 많았다.
도대체
이 마을에는 무슨 비밀이 있어서
오늘날까지
이처럼 건강하게 살고 있는 걸까?
사르데냐 섬의 수수께끼
사르데냐는
이탈리아에서 시칠리아 다음으로 큰 섬으로,
지중해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북쪽에는 프랑스령 코르시카 섬이 있고
남쪽에는 북아프리카가 있다.
전체 면적은
유럽의 스위스와 비슷하지만
인구수는 4분의1 수준이다.
약 150만 명이
바닷가에 흩어져 있는 마을과
오리아스트라라는 산간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사르데냐 사람들은
양치기와 농사 등 주로 육체노동을 하며
의료 혜택조차 열악한 지역에서
거칠고 힘들게 살아왔지만
비슷한 시기에
유럽의 다른 나라나
북아메리카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무려 20~30년이나 오래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에 100세 이상의
장수 노인이 많은 것은 아주 흥미롭다.
단지
그들이 다른 사람보다 수십 년 이상
오래 살고 있어서가 아니라
대부분이
80세나 90세가 넘도록
정정하게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자기 집에 살면서
평생 알고 지내온 사람들과 어울린다.
공교롭게도
그렇게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여성이기는 하다.
현재
이 지역에는 100세 이상 남성의 숫자가
다른 지역보다 열 배 이상 많다.
지역 의사이자 생물의학 연구자인
조반니 페스 박사도 장수 집안 출신이다.
그의 큰 할아버지는
디젤 엔진이 처음 발명된 1893년에 태어나
페이스북이 시작된 2004년에 사망했다.
110년을 넘게 살았다.
그의 할머니도 93세까지 살았고,
작은 아버지는 2011년 97세로 사망했다.
그는 저자에게
사르데냐 지방의 장수 비결에 대해
유전적인 고립,
산지라는 지형적 특성,
식습관 등을 꼽으며
얼굴을 마주하는 접촉의 중요성을 빼놓지 않았다.
◑저녁 식사에 누구를 초대할까
대면적인 사회적 접촉이 건강과 행복,
그리고
장수 등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브가 선악과를 먹은 이후
저녁 식사가 아주 중요해졌다",
이는
바이런 경의 풍자시
<돈 주앙>에 나오는 말이다.
가족과 정기적으로 식사함으로써
어린아이는 글을 더 잘 읽고 쓰게 되고
청소년은
더 행복하고 건강해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가족 간의 식사라는 의식이
어려운 시기에 중심을 잡아주고
소속감을 심어준다는 증거는 많다.
특히
가족 사이에 큰 변화가 있을 때
그렇다고 한다.
삶이 어렵다는 것은
어느 정도 느낌의 문제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식사를 함께하는 것은
친밀한 행위로서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하나의 표현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부모와 자녀가 매일 서로를 확인하고
관계를 가지는 방식이다.
만일
부엌이
그저 모자란 영양분을 채우기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이야기와 신뢰,
오늘의 교훈과 수다거리를 나누는 공간이라면
함께 먹고 대화하는 가족의 자녀는
심리적으로 건강하며
학교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디지털 세상이 마음의 울타리를 친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팀이
8~12세의 캐나다와 미국 여자아이
3,46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았다.
비디오, 컴퓨턱게임, 이메일, 페이스북,
휴대전화 문자, 인터넷 메신저,
휴대전화 통화, 영상 통화 등에 들이는 시간과
실제로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과 비교를 했다.
이를 통해
여기에 몰두하는 여자아이들은
자신이
덜 행복하다고 느낄 뿐더러
다른 여자아이들에 비해
사회적으로도
소속감이 떨어진다고 느끼고 있음을 알았다.
"◑엉뚱한 정보만 무차별적으로 빨아들일 뿐이다"
정말 얄궂은 것은
부모가 힘들게 일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자녀들에게 첨단 기기를 사주면
아이들은
곧
의사소통을 위한 연결망에 접속하지만,
그런 접속은
오히려 아이들을 사회적으로
더욱 고립시켰다는 점이다.
예컨대
자기만의 텔레비전과 컴퓨터,
그리고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여자아이들은
잠도 부족했고 사귀는 친구들도
부모들의 눈에는 그리 탐탁지 못했다.
또한
친구들과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극히 적었다.
이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는 상호 교류를 하는 아이들이
결국
원만하고 행복한 사회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미국과 캐나다의 여자아이들은
하루 평균 일곱 시간을
다양한 매체에 쏟는 대신
얼굴을 마주하는 사회적 교류에는
대략
두 시간밖에 할애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여자아이가
자신을 고립되고 불행하게 하는 활동에
대부분의
자유 시간을 쏟고 있었던 것이다.
◑10대들이 열광하는 디지털 세상
대부분의 아이들은
지금 당장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익숙하고 좁은 디지털 세상에 안주하고 있다.
그곳은
너무 많은 감정적인 관심이
필요 없는 세상이다.
그들이 맺는
'관계'는
그 순간은 격렬하고 복잡하며
서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지만
지금 당장 내 옆에서 이루어지는
실제 관계는 아니다.
그러니
아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극단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일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거리 두기'가
10대들이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이라면,
매일 일어나는
사회적 접촉이 사라졌을 경우
학업과 행복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의 건강한 10대들에게
더 흔한 모습은
디지털 기술로 인한 산만함이다.
쉴새없이 문자메세지를 보내고
영화나 음악을 다운로드받고,
또 컴퓨터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실제로 ADHD를 겪게 되는지는
아직
아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확실히 비슷한 측면이 있다.
컴퓨터게임을 너무 많이 하면
주의력이 떨어지고
충동을 자제하는 능력은 줄어들며
쉽게 잠들자 못하고
언어적 기억력도 감퇴한다.
중국의 한 젊은 남성은
PC방에 들어가 먹지도 자지도 않고
같은 자리에 앉아
24시간 게임만 하는 생활을
6년째 하고 있다고 한다.
그 남성은
화장실에 가거나 몸을 싯을 때만
자리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이 PC방의 업주는
이 남자가 아무런 문제도 없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용료도 밀리는 법이 없고
사람들에게 시비를 거는 일도 없지요.
쓰던 컴퓨터에 이상이 생기거나
음식을 주문하는 일 외에는
직원들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습니다"
◑온라인 데이트
온라인에서 만난
영국인 커플 데이비드 폴러드와
에이미 테일러는 두 번 결혼했다.
한 번은
아바타끼리 로맨틱한 남국의 어느 섬에서
디지털 결혼식을,
또 한 번은
낡은 공공건물인 등기소에서 진짜 결혼식을 올렸다.
식당에서 실직당한 테일러는
어느 날 낮잠에서 깨어나다
남편 폴러드가 온라인상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목격했다.
두 사람의
실제 결혼 생활은 결국 파국을 맞았다.
이는 실제 사건으로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에 실린
테일러의 인터뷰 내용은 이렇다.
"내 생각에
그건 분명 나에 대한 배신이었지만
남편은 그게 무슨 문제냐는 식이었어요.
그리고
내가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도 못했고요"
이 사건은
디지털 세상과 현실이 뒤엉킨 세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인들은 온라인에서
인맥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
페이스북 친구가 수천 명,
트위터 팔로어가 수만 명인 사람도 많다.
온라인 친구가 많으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이 될까?
외로울 때 위안을 줄 사람이 많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던바의 법칙
영장류건 인간이건
밀접한 사회적 관계 안에서는
공짜 점심이 없다.
비비원숭이처럼
인간이 아닌 영장류도
깨어 있는 시간의 45퍼센트를
사회적 상호 교류에 사용한다.
말 그대로
서로의 털을 골라주는 등
직접 실천하는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우리 인간이
이런 사회적 교류에 사용하는 시간은
20퍼센트에 불과하며
우리로서는
그만한 결과를 얻어야 하는
아주 귀중한 시간이다.
여러 자료에 의하면
접촉할 상대를 선별하고
일방적으로 계속 연락하면
당장의
욕구는 채워질지 모르지만
이는 진정한 관계가 아니다.
네델란드의 심리학자 토머스 폴렛은
온라인상의 사회적 연결망에
시간을 쓰면 쓸수록
더 많은
온라인상의 접촉이 이루어지지만
진정한 오프라인의 관계나
친밀한 느낌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분명
온라인 접촉으로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은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면적인
사회적 관계 없이는
그나마도 사라져
곧
다른 것으로 대체될 것이다.
"대면 접촉이 없을 경우
감정적 친밀함은
1년에 15퍼센트씩 사라진다.
따라서
5년 정도면
가깝게 지내는 150명 가운데
가장 먼 사이가 되어버린다"
- 로빈 던바, 진화심리학자
얼굴을 마주 대하자
사르데냐에서는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들은
나이든 어른들을 모셔야 한다는 의무감보다
사랑과 헌신, 존경심을 보이는 데서
기쁨을 찾는다고
현지에서
장수의 비밀을 연구하고 있는
조반니 페스 박사는 말한다.
저자는
이런 현상에서 착안해
제목을
'빌리지 이펙트'로 지었다.
우리 몸의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암 완치율을 네 배나 높이고,
치매에 걸릴 확률을 낮추고,
평균수명을
15년 이상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 답은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거리낌없이 나누는 '수다'다.
심리학자 수전 핀커는
진지하고 직접적인 관계,
즉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인간의 접촉이 우리의 교육 행복,
그리고
장수와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흥미롭게 전개해나간다.
아직도
스마트폰의 노예를 면치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을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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