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도 안 되었는데 아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각자 조그마한 물통과 갈아입을 옷이 든 가방 하나씩 매고서...
전 ㄱ인이 7시에 ㅇ배를 드리고 소풍을 가기로 한 날(250125)인데 그 시간부터 오는 것을 보니 어딜 가나 제일 기다리고 또 부지런한 것은 아이들인 모양이다.
1년에 한 번 있는 소풍인데 이들이 가고 싶은 곳은 무조건 물가, 그런데 물 있는 곳은 최소 3시간 이상 거리이니 늦어도 점심시간에는 도착해야 한다.
늦어도 그 시간에 도착해야 하는 이유는 점심으로 치킨 브리야니라는 음식을 주문해서 그걸 가져가는데 그 음식의 특성 때문이다.
그 음식을 먹을 때 좋은 점은 그 음식에 온갖 재료와 양념이 다 들어가서 다른 반찬이 따로 필요 없고 담아 먹을 접시 하나만 있으면 해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름기가 많은 그 음식을 그 뜨거운 것을 용기에 뚜껑을 닫고 장시간 방치하면 기름과 수분 때문에 음식이 빨리 상한다고 한다.
그 음식은 먹는 시간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 다르다는 식당 주인이 하는 소리이다.
그런 음식을 드럼통 반만 한 용기에 담아 가기에 시간 계산을 잘못하거나 두어 시간이 늦어지면 그 음식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는 이유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여기 Bangalore는 해발 920M, 주변에 산도 물도 없는 도시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물 있는 장소가 버스로 3시간 이상 걸리는 Sangama라는 장소이다.
개인 차량이 없으면 가기 어려운 곳이고 거기는 산속이라 휴대폰 신호도 안 잡히는 곳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야외 ㅇ배를 계획했는데도 ㅇ배 후에 소풍이 된 것은 여기 여건 때문이다.
인도에서 ㄱ회가 야외에서 ㅇ배를 드리는 곳도 없고 야외에서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봉변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우리 실로암이 몇 번 야외 ㅇ배를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차량이 적어 우리 주변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또 휴대폰도 없던 때라 어디에 신고를 하거나 우리를 반대하는 동조자들을 빨리 모을 수도 없는 여건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힌두 정권의 입김으로 힌두 문화와 힌두 종교 외에는 배타적인 분위기라서 힌두 행사 외에는 모두가 많이 움추려 있는데 야외에서 ㅇ배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ㄱ인들 대부분이 집에 수도도 없어 공동 물탱크에서 몇 일에 한 번씩 물통으로 물을 받아오거나 수도가 있어도 몇 일에 한 번 물이 나오는 집들이라서 그 물로는 샤워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라 잘해야 1년에 한 번쯤 흐르는 물에 들어갈 수가 있다, 그것도 실로암 소풍 때이다.
주변에 물이 없기 때문이고 일에 바쁜 사람들이라 흐르는 물을 접할 기회가 없는 이들이라서 1년 내내 물, 물 하는 이들인데 여기서 물이 없는 소풍은 계획하는 사람은 역적(?)이다.
그래서 멀어도 물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3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라 실로암에서 이른 아침에 ㅇ배를 드리고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도착해서 점심을 먹기 위해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가장 좋은 자리라고 큰 나무 밑에 얼른 자리 잡은 한 분은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원숭이게 과자 봉지를 뺏겼다.
물가에 있는 나무, 드럼통보다 훨씬 굵은 나무, 큰 그늘을 주지만 거기는 관광객들 때문에 원숭이도 상주하는 곳이다.
나무 뒤에서 기회를 노리던 원숭이에게 가방에 있는 과자 봉지가 보였던 모양이다.
원숭이의 능력과 꾀를 생각하면 가방을 뺏기지 않은 것이 다행이고 오히려 원숭이에게 고마워야 할 정도다.
그녀와 2M도 떨어지지 않은 나무 뒤에서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를 경계하며 과자 봉지를 열어 먹고 있다.
나무 뒤에서, 나무 위에서 급습하는 원숭이 때문에 우리는 항시 나무 기둥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는데 처음 실로암에 온 그 분은 소풍도 처음이라 그걸 몰랐던 모양이다.
점심을 먹는 동안 대여섯 명 아이들이 우리 주변을 둘러서서 손에 막대기나 돌맹이를 들고 원숭이를 쫓아내고 있다.
내가 20년 넘게 그렇게 보초를 섰더니 이제는 남자아이들이 알아서 스스로 보초를 서며 우리를 지킨다.
매번 음식이나 물건을 뺏기는 것은 대부분 여자들인데 여자들은 소리만 지르고 도망만 다닌다.
원숭이가 남녀, 노소를 잘 구분하는 것 같다.
그걸 본 일곱 살짜리 남자애가 점심을 먹은 후에는 원숭이를 지키겠다고 나선다.
밥값을 하겠다는 소린지...
한 20마리 정도의 원숭이가 우리를 헷갈리게 하려는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나무 기둥 뒤에 있다가 나무 위로 계속 돌아다닌다.
늘어진 나뭇가지를 붙들고 있는 원숭이는 언제든지 뛰어내릴 채비로 계속 기회를 보는 것 같다.
물은 아이들 허리 정도의 깊이로 적당한 흐름에 모래, 숲이 있어 너무 좋은 분위기다.
손바닥만 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니고 날씨는 구름 때문에 최고의 기온이다.
좀 더 아래쪽은 악어가 있다고 표지판이 있는데 사실인지 아무도 그 선을 넘어가지 않는다.
종일 구름 때문인지 한 시 넘어서 물에 들어간 아이들이 춥다고 네 시도 안 되었는데 모두 물에서 나온다.
모두 옷을 갈아입고는 출발 전에 행운권 추첨을 했다.
선물을 한 70점 준비했는데 아침 7시까지 온 이들에게만 번호를 주어 무작위로 번호를 집어 선물을 주니 놀러 온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한다.
먹고도 남은 수박 한 통도 추첨해서 나눠주고 나중에는 남자 청년 하나를 붙들고는 없는 번호를 부르니 여자 청년 하나가 대답한다.
‘그런 물건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요’라고...
모두들 웃고 재미있어하니 옆에서 구경하던 높은 계급으로 보이는 나이 드신 여자분이 선물을 주는 방법을 묻는다.
그냥 손에 잡히는 물건 하나 집고는 이번에 무작위로 뽑히는 번호는 이 상품이라는 것을 모두 아는데 그녀는 잠시 구경해도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ㄱ회 생활을 전혀 해보지 않았거나 단체 모임을 안 해본 것 같다.
아침 ㅇ배 시간에 오기는 했지만 7시 넘어서 온 아이들이나 어른들은 번호표가 없어서 좋은 선물은 없고 몇 점이 남은 선물로 다시 추첨해서 선물을 드렸는데 좋은 장소에 공짜로 와서 실컷 먹고 즐긴 탓인지 그 작은 선물 하나에 연연하는 것 같지는 않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남자들은 그 물에서 잡은 붕어 같은 커다란 양념한 생선을 근처 가계에서 모두 한 봉지씩 사 들고 온다.
마치 아빠가 퇴근길에 애들 준다고 과자 봉지를 들고 기분 좋게 집에 돌아가는 모습이다.
혹, 집에서 부인들이 생선 요리를 잘 안 해줘서 그렇까?
밤 8시가 넘어서 도착한 모든 실로암 식구는 오는 너무 즐거웠다고, 너무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
즐겁고 무탈하고 더 하나가 되어서 좋고... 감사한 날이다.
내년에 또 가자고 하는 것을 보니 이젠 1년 동안은 물에 가자고 조르는 이들이 없을 것 같다.
(사진은 악어 경고판, 점심, 물가, 수박, 선물 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