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속의 동공
김윤이
나를 잊지 않는 방식일 수 있다
차갑고도 향그럽다고만 알았다
끊긴 줄긴호랑거미 눈에 밟혔다고만 알았다
솔송 밑, 다리 걸쳤다고만 알았다 그러나 생각이란, 갑자기 빠지곤 하는
거여서, 송진
연하고 무른 한 방울
호박琥珀의 결정
그 긴 심부를 목적삼기 위해 내밀히. 때늦게라도. 나 하나로 멈춰주고저
어딘가? 입 안 감돌아 열기 지끈거리는 복판도로
공기와 좁혀앉은 가시거리
큰 번쩍임 매달고 시원한 피난처와 작은 대조 이루는 태양
다리를 그늘로 빼내자 햇볕이 더 빽빽해진다
빪. 합동으로 사그라지는 햇빛 아래 몸이 무쇳덩이로 졸아붙는다 공기의
끈적임이 돌연, 울컹 젖고
나만큼이나 익사하는 것쯤
…두려워하는 한낮 떠간다 … 뜨겁다
공기의 영롱함이 이렇듯 맑고 힘차다
영락없는 찬 물마루. 다만 그 안
쏙 독 단적으로 낮게 울으는 새의 입마름 듣는다 시간 들락이지 않는. 미덥지
못한 마음 깨어 단단하기를
두 눈 거짓으로 돌리고 또 한 날 저물어 정결치 못한 신발
참으로 돌아서기 쉽지 않았던 방사실에의 날들
입속말은 왜 생각의 알을 까는 거지?
무엇보다 완전히 떠나온 것이다
점차로 침윤된 시야.
똑. 대를 빼었다 뜬 눈의 눈물과
길찍하게 침묵하고 뽑아내었다 빛의 황홀하기도. 그리고 멀리가서 멈추었다
저지대 가드레일풀포기 이별쯤에서 다 어둑해졌다
김윤이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독한 연애』 『다시 없을 말』이 있음. 『여자와 여자 사이』
평론집 『메타버스 시대의 문학』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