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북부산악지대에서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을까?
아름답기로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카라코람산맥을 관통하는
카라코람하이웨이를 따라 숨어있는 수많은 마을에는 문명과 거리가 먼 중세인들이 살고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어디에서 왔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데
대체로 수백년에서 수천년 전에 중앙아시아 이란 혹은 인도에서 이주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카라코람하이웨이의 파수 북쪽 어느 마을을(해발 2,844m) 찾아가서
마침 추수 중 빵과 차와 함께 잠시 쉬고있는 가족을 만났다.
귀여운 아이들을 보니 괜찮은 인물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가족사진을 찍고는 슬그머니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왼쪽부터 어머니, 아들, 숙모, 며느리(제수씨), 조카들로 여기는 3 - 4대의 대가족이 한 집에 모여 산다.
스마트폰을 보고 재빨리 고개를 돌리는 여성
어 나를 찍는 건 아니지요?
아 좀 찍지 말아요.
어 정말 찍어버리네?
쳇.
얘, 며눌아. 너만 찍지 말고 우리 같이 사진 좀 찍자.
어머니, 저는 지금 이 그릇들 씻어야 돼요.
그러는 거 아니다.
아이 뭘요. 어머니 혼자 찍으세요.
아이고 참 아저씨도 한 고집하시네요.
그런데 이 사진은 언제 주기나 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오늘 찍은 사진은 내년에 와서 드리겠습니다.
내년이라고요?
그 짧은 시간동안 외지인과 현지인은 카메라를 두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함께 웃었다.
그래서 다음에 만날 사람이 또 생겼는데 지금까지 오지에서 주고 받는 것 없는 사람에 대한 기대치의 유효기간은 비교적 길었다. 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호흡이 힘든 고원의 발품, DSLR에 24 - 70mm, 14mm 렌즈와 스마트폰 카메라의 감가상각과
한 장 인화하는데에 100원이 드는 사진이 다음해에 인천공항을 떠나 인도차이나 반도를 지나 서남아시아 파미르고원 오지 마을에 오면 그 사진은 이를 주고 받는 사람간의 비용을 알 수 없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주류인 세상에서 사진은 넘쳐나지만 종이에 인화한 RGB 색상의 조합물을 굳이 아날로그적 산물이라고 말할 정도로 사진은 더 귀해졌다.
구도를 잡고 빛과 불필요한 배경을 감안해서 앵글을 맞추며
찍는 사람의 자세나 표정을 생각하느라
찍을 때는 경황이 없어서 느끼지 못하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면
기꺼이 모델이 되어준 그 사람의 밝은 표정에 솔직한 감정이 담겨져있을 때
그 사람은 나의 카메라를 경계하지 않았구나 알게 되는데
이 모두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일이다.
여러해가 지나더라도 그런 사진은 주인을 찾아가서 꼭 전해주는 편이다.
고원에서는 귀한 음식을 먹어도 늘 정신이 몽롱하고 힘이 없다.
첫댓글 저는 🐦 가슴이하서요... ㅎㅎ
저도 그렇습니다 ㅎㅎ
외진 오지의 순수함이 보이네요.
한달살기하면 좋겠어요......산들
자연도 사람도 아름답고 순수한 곳
그냥 거기서 살고 싶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