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년 11 월 12 일 토요일 흐림
단식의 명현현상을 아슬아슬하게 견뎌낸 풀향기 아내가
아침에 일어나 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인 땔감을 보고
탄성과 함께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하였다.

나무가 얼마나 컸는지
단 네그루를 베었을 뿐인데
한달동안 때도 될 땔감이 졸지에 마련된 것이다.
귀농 초기에 하루 땔 땔감도 없어서
전전긍긍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여기저기 넘쳐나는 땔감들로
우리 삶의 성장을 실감해 본다.

요즘 혼자 밥해먹는 재미가 쏠쏠한 재홍이가
오늘도 도라지 캐는 힘든 작업을 도맡아 하고 있다.
재홍이가 어제 저녁 직접 만들어 먹는 한끼를 소개해본다.
생채를 유난히 좋아하는 본인의 식성대로
다른 반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생각만으로 맛이 흠뻑 든 무우를 채썰어
소금 새우젓 생강 고춧가루 마늘 양파를 고루 넣은
놀라운 맛의 생채를 만들고
계란에 소금 후추를 넣고 거품 안나게 저어서
버터를 넣은 후라이팬에 버터가 녹기전에 계란을 부어
굳기전에 잘 풀어가며 한쪽으로 기울여
후라이팬 손잡이의 3 분의1 지점을 손으로 내리쳐 만드는 오믈렛도 준비하고
멸치, 다시마, 새우로 진하게 육수 내어
들기름에 미역 볶아 육수 부어 끓이는 미역국도 끓여내고
가자미를 비닐 봉지에 넣고
밀가루 소금 후추 계피가루를 넣어 잘 섞어가며 뒤적여
버터와 샐러드유 를 반씩 두른 후라이팬에 구워
레몬즙과 와인(복분자주) 를 뿌려 먹는 뫼니에르 까지
은근히 우려했던 평소의 게으른 심성은 어디로 가고
이것저것 직접 많이도 만들어
누룽지까지 준비하여
어찌나 맛깔스런 밥상을 차려내고 맛있게 먹는지
배고파서 힘이없는 풀향기 아내를
거의 초죽음을 만들어놓기에 이르렀다.
오늘 점심나절엔 단식을 하는 풀천지를 대신하여
귀농 후배 집들이를 가서 잘 차려진 음식을 푸짐하게 먹고 온 터라
기분이 더 좋을수밖에 없을 것이다.

괜히 단식을 따라하느라
쓸쓸하기 그지없는 풀향기 아내와 재현이는
이것저것 먹는 얘기들을 도란도란 나누며
배고프면 물로 허기를 달래며 당귀 손질에 한창이다.
풀향기 아내가 한마디 한다.
음식과 술을 안먹으니
무슨 일이 이렇게 지루한지 모르겠단다 ~
그래도 혼자 신이 난 재홍이보다
단식을 결행한 풀향기 아내가
앞으로 더욱 건강하게 맛있는 음식을 즐길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건강의식이 조금 나은
재현이는 멀쩡한데
우리 집에서 가장 음식습관이 않좋은 풀향기 아내는
역시나 스스로의 에너지를 태워야 하는 단식 앞에서
거의 초죽음이 되다가
그래도 바로 회복이 되어 간다.
건강을 지켜내려면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하여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반드시 병이 들기 마련이다.
잘 먹기 위해서
더욱 건강하기 위해서
단식을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급한 일을 얼른 하고 모든것이 얼기 전에
거름도 빨리 만들어두어야 한다.

엄청난 아름드리 아카시아 나무들을 말끔히 베어버리고 나니
풀천지 전체 전경이 훤하게 살아난다.

저녁이 되자
재홍이는 또 콧노래를 부르며
맛있는 저녁을 해먹고 있는데
처량한 심정의 풀향기 아내가
마지막 저녁을 넘기지 못하고
풀천지에게 재홍이가 끓여놓은 누룽지 국물을
조금씩 나눠먹자며 간절이 청해 온다.
일부러 단호하게 사정없이 소리지르자
쏙 들어가버리고 말았지만
오늘 저녁 참는대로
건강에 대한 더 큰 보답을 받게 될것이다.

당귀를 일일이 썰어 차로 만드는 일도
보통 정성을 요하는 일이 아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몸에 좋은 당귀차를 만들어
풀천지와 인연있는 분들과 함께 나누면
건강한 삶에 조그만 보답이 될수 있을 것이다.

일년동안 잘 숙성된 당귀차도 있으니
올 겨울 내내 풀천지 당귀차로
따뜻한 건강을 안아가시길 바래본다.
건강을 지켜가는 일은
오늘 하루의 습관에 달려잇다.
사랑하는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가려면
자기 몸이 싫어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기로 하자.
달콤한 유혹이 그대의 입맛을 속일지라도...
첫댓글 찬스가 맞아떨어져 정말 횡재를 하셨군요...^^
재홍님만 혼자 펄펄 나는것 같은 느낌...
그 누룽지 국물 참말로 맛있었을텐데요...^^
애를 쓴 한전 직원들 덕분이었지요.
제홍이는 3 일 동안 스스로의 신념을 충분히 즐겼답니다 ~
누룽지 국물에 침 흘리는 풀향기 아내를 재미있어 하면서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