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밤 공기가 앙상한 나뭇가지를 스치며 바스락 거리는 성전뜰을 가로질러 설레이는 마음으로 성당안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않았다. 주교좌 성당 연주회, Cathedral of the Blessed Sacrament Concert 가 목요일인 어제 저녁 7시 30분에 열린다는 소식을 주보를 통해 알고나서 National Children's Choir of Australia Youth Chorale, 제목에 걸맞는 멋진 연주회가 아닐까 짐작하여 바람을 가르듯 서둘러 갔던 것이었다. 시작하기 십분전이라 대충 사방을 들러보니 이층으로 올라가는 난간이 열려있어 그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아래층 입구에서 올려다 본 이층의 성가대 자리와 대성당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된 오르간의 파이프가 보인다. 옆으로 넓은 공간이 있어 이미 명성이 알려진 주교좌 성당 성가대와 오케스트라가 자리할 수 있다. 주교좌 성당 옆으로는 남섬 음악의 본거지라고 할수있는 크라이스트처치 음악학교 ( Christchurch School of Music, www.csm.org.nz) 건물이 있는데 많은 음악가들이 클래식과 전반적인 음악 교육을 하고 있고 오케스트라와 연주가들의 명성은 호주, 영국과도 이어져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은 학교를 가지않는 토요일 주말을 이용해 이곳에서 다양한 악기의 레슨과 수준에 맞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즐기고 있다. 음악인들이 포함된 대성당 성가대와 오케스트라(Choir, Junior Choir, Orchestra)는 미사를 비롯 정기적인 행사와 호주, 미국, 유럽 등으로 공연여행도 다니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나선형의 계단이 건물 양쪽으로 나 있는데 아름답고 견고하여 감탄을 하면서 올라왔다. 이어진 계단을 보니 더 위로 올라갈 수도 있나보다. 견고하고 튼튼한 대리석으로 넓게 설계된 이층은 불빛에 반사된 천장 돔에 새겨진 무늬가 아래 매달린 거대한 샨데리아 불빛으로 인해 더욱 신비감을 자아내는 듯 했다. 아래 사진은 샨데리아와 이층복도, 큰 행사가 있을때 이곳에 의자를 놓고 참여하곤 한다. 복도라고 하기에는 넓은 장소인데 맞은편에도 있다. 위로 성가대 중심에 위치한 성당의 역사만큼 오래된 파이프 오르간, 아직 시작 전이라 악보가 펼쳐진 그대로 오르간과 위에 나란히 붙어있는 파이프에 그려진 그림이 아름다워 한장 찍어 보았다. 아래 사진은 오케스트라 공연 준비하는 아래층 모습, 이어서 고등학생들의 R. Wagner - Wedding March로 시작된 1 부 순서는 아래층에서 즐겼고 Widor - Kyrie & Gloria Mass for 2 Choirs & Organs 로 시작된 2 부는 오르간 연주를 위해 이층에서 즐겼다. 여성 지휘자를 향해 조각처럼 서 있던 정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젊고 힘찬 목소리를 자랑한 남녀 호주 합창단, 대성당 전임 지휘자인 Don Whelan씨의 화려한 지휘로 연합 합창을 한 대성당 성가대와 어린 고등학생들의 웅장하고 노련미 넘치는 노래들은 좋은 앙상블을 이루었는데 관객들이 그리 많지않아 개인적으로는 호젓해서 좋았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다. 무료 입장이어서 그랬을까...... 어쨌던 관객 수에 상관없이 규모보다 내용이 알찬 뉴질랜드 스타일 연주회였다고 할 수 있겠다. 오르간 연주를 바로 옆에서 보니 지난 3월 이곳을 방문 연주회를 가졌던 영국의 세계적인 오르간 연주자 Thomas Trotter 씨의 타운홀 공연이 생각났다. 두손과 두발을 각기 따로 현란하게 놀리며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있는 재능을 보여 주었던 그의 연주에 모두들 탄성을 질렀었는데 인생이 음악임을 외모에서 알수있는 이 분과의 대담에서 그의 공연을 거론하니 대번 대단한 사람이라고 칭찬하며 말문을 연 온화한 Graham Hollobon 씨, 후진양성을 하셨고 지금은 은퇴하여 가끔씩 연주를 한다고 겸손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짖궂은 질문으로 캔터베리 명소인 옥타곤 라이브(Octagon live) 의 오르간과 비교하여 어느것이 좋으냐고 여쭸더니 당연 이 오르간이라고 너털웃음으로 대답 했는데 이는 오르간 원래의 쓰임새인 반주를 옛부터 지금까지 충실하게 이행해 올 수 있게 관리를 잘한것도 있겠지만 오래된 이 오르간에 대한 애정어린 칭찬으로 들려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소박하고 멋진 공연이었음에 흡족한 마음이 되어 몇 부분을 영상에 담아 편집해 보았다. 성가대 모습을 이층에서 담다가 예전 사제서품식때 크리스 신부님이 중앙의 십자가 상을 향해 저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 엎드려 있었을 때가 문득 떠 올랐다. 그때 이층에서 본 장엄하고 엄숙했던 광경은 보던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로 감동의 파장을 몰고와 모두들 눈물을 찔끔거리며 떨리던 몸과 마음으로 축복을 빌어 드렸었다. 이 고풍스러운 성전 앞에 서면 언제나 공기처럼 투명하게 떠 도는 위엄과 성스러움으로 한없이 낮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러나 그 안에서 피어 오르는 은은한 안개같은 평화스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제대앞에 선 합창단이 마지막 곡으로 부른 미사곡 중의 Sanctus & Agnus와 후미의 오르간 파이프의 떨리는 공명들이 어우러진 성전은 환상적인 이원효과를 창조해 냈다. 마치 거친 소용돌이를 돌고돌아 이윽고 고요하고 편안해진 강을 따라 흐르는 달빛이 주는 평화로운 느낌같은....... 오랜만의 밤 나들이였다.
Gabriel Faure - Cantique de Jean Racine Howard Goodall - The Lord is My Shepherd Widor - Kyrie & Gloria Mass for 2 Choirs & Organs Widor - Sanctus & Agnus from Mass 동영상에서 들려주는 곡들. |
출처: 평화로운 키위촌 원문보기 글쓴이: Veron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