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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김유정 신인문학상 동화 당선작]
고양이 탐정 / 정유담
고양이들은 굉장히 예민하고 속을 알 수 없는 동물이었다.
꼭 집을 나간 엄마처럼 말이다.
“쾅,쾅,쾅,쾅!”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누군가 현관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나는 이부자리에서 눈을 떴다. 아빠는 출근을 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새벽에 술에 취해 들어온 아빠 모습을 본 것 같았다. 그렇게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와 아침 일찍 출근을 했다는 게 신기했다. 문 두드리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쾅,쾅,쾅,쾅!”
다시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에잇! 귀찮아.”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다.
“강록아, 최강록! 안에 있니?”
누군가 다급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강록아! 우리 집 고양이가 없어졌어!”
“뭐? 고양이?”
나는 ‘고양이’라는 말에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재빨리 현관문을 열었다. 문밖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호래였다.
“자세히 말해 봐! 고양이가 언제 없어진 건데?”
나는 소리치던 호래보다 더 크게 물었다.
“어제 아침에. 엄마가 청소하면서 문을 열어놨는데 그 틈에 집을 나가버린 거 같아…….”
호래는 곧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말했다.
“걱정 마. 멀리 가지는 않았을 테니까.”
“응! 너만 믿을게. 넌 고양이탐정이잖아!”
호래의 말에 나는 대답하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 나는 고양이탐정.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서둘러 집을 나섰다. 8월의 눈부신 햇빛 때문에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았다.
“레오야! 어디 있니, 레오야!”
호래는 밖을 나오자마자 연신 “레오야”를 외쳤다. 잃어버린 고양이의 이름이 레오인 모양이다.
“레오는 아마 너희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도로 한복판에서 고양이 이름을 부르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야.”
“알았어. 이제부터 부르지 않을게.”
우리는 말없이 걸었다. 원래 나와 호래는 3학년 때까지 무척 친한 사이였다. 그런데 3학년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사이가 멀어졌다. 4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지만 서로 모른 척하며 지냈고 5학년이 되어 반이 갈라진 후로는 따로 만날 일이 없었다. 그런 호래가 여름방학 중에 우리 집을 찾아오다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호래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안녕하세요.”
나는 예의 바르게 호래 엄마에게 인사를 건넸다. 호래 엄마를 다시 보게 된 건 2년만이다. 내가 호래와 친하게 지내던 그 때, 엄마 역시 호래 엄마와 친한 사이였다.
“그래, 강록이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니?”
호래 엄마가 퉁퉁 부은 눈으로 물었다. 엄마들에게서만 나는 화장품 냄새가 훅 풍겼다.
“네가 고양이탐정이란 건 호래한테 들었어. 그런데……네가 정말 우리 레오를 찾아줄 수 있겠니?”
2년 만의 안부는 짧게 끝났다. 엄마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대신 호래 엄마는 의심 가득한 얼굴로 내가 레오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물었다.
“열심히 찾아볼게요.”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순간 호래 엄마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나는 호래 엄마가 원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나에게도 원칙이라는 게 있으니까.
고양이 찾는 일을 할 때, 절대로 “반드시 찾아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세상일이란 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장담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12년 인생을 살면서 그 사실 하나는 확실히 깨달았다. 2년 전, 엄마가 집을 나가버리면서 말이다.
“우선 레오 사진부터 보여주세요.”
“어, 그래.”
호래 엄마는 급히 방으로 들어가 휴대전화를 들고 나왔다. 휴대전화 안에는 온통 레오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얘가 레오야. 이게 잃어버리기 바로 전날 찍은 사진이고…….”
레오는 청회색의 짧은 털을 가진 고양이었다. 러시안 블루라고 불리는 종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 제가 레오에 대해 몇 가지 물어 볼 테니 자세하게 대답해주세요.”
나와 호래 그리고 호래 엄마는 식탁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레오의 나이와 성별, 성격과 중성화를 시켰는지 안시켰는지 등에 대해 꼼꼼히 물었다.
“그 동안 레오는 집 안에서만 생활했나요?”
“응, 그랬지. 레오는 한 번도 집 밖에 나간 적이 없어.”
“바깥 세상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거군요. 그렇다면 레오는 일단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고 있을 거예요. 아마 숨어서 밖을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인데…….”
호래 엄마는 말끝을 흐렸다. 나를 못 믿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호래 엄마는 고양이의 특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호래 엄마에게 유인용 미끼로 쓸 간식과 손전등 그리고 레오가 쓰던 이동장을 달라고 했다. 손전등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이동장 안에 간식을 넣어 들었다.
“정말 그것만으로 레오를 찾을 수 있겠니?”
“네.”
나는 최대한 짧게 대답했다. 주절주절 이야기한다고 없던 믿음이 생겨나는 건 아니니까.
“같이 갈까?”
호래 역시 불안한 모양이었다.
“아냐. 나 혼자 찾는 게 나아. 넌 집에 있어.”
“그…그래.”
나는 걱정과 의심으로 가득 찬 얼굴들을 뒤로 하고 호래네 집을 나섰다. 현관문이 쿵, 하고 닫혔다. 나는 후우, 깊은 숨을 내쉬었다.
“나를 믿지도 않으면서 도대체 왜 부른 거야?”
사람들은 모르는 걸까? 고양이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반드시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라는 걸.
11층 아파트 복도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내 코를 괴롭히던 호래 엄마의 화장품 냄새가 그제야 흩어져 사라졌다.
나는 호래네 아파트 입구에 서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이, 고양이탐정! 또 고양이 찾으러 온 거야?”
아파트 경비 아저씨였다. 나는 말없이 웃어보였다.
“무슨 수로 그렇게 고양이를 잘 찾는지 참 신기해. 또 찾게 되면 나한테도 알려줘.”
“네.”
경비 아저씨 표정은 축구 경기를 볼 때처럼 흥미진진했다.
나는 우리 동네에서 ‘고양이탐정’으로 유명하다. 우연히 고양이 한 마리를 찾아주기 시작해 5마리 정도의 고양이를 찾게 되었을 무렵부터 사람들은 나를 ‘고양이탐정’이라고 불렀다. 내가 사는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웃 동네 사람들까지 고양이를 잃어버리면 나를 찾아왔다. 지금까지 모두 15마리의 고양이를 찾아주었다. 물론 처음에는 고양이 찾는 일이 어려웠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차츰차츰 쉬워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고양이를 찾아주면 과자나 빵 같은 간식을 주던 사람들이 조금씩 돈을 주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돈을 받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많이 나를 불러주었다.
“자. 어디 보자. 레오는 성격이 소심하고 밖을 나가본 적이 없는 고양이니까…….”
원래 고양이는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레오가 숨을 만한 곳을 떠올려보았다.
“우선, 지하실부터 찾아보자.”
나는 아파트 지하실로 향했다. 손전등으로 어두컴컴한 지하실 안을 비춰보았다. 환한 바깥과는 딴 세상 같았다. 구석구석 살펴보았지만 레오는 보이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아파트 단지 옆 풀숲을 뒤졌다. 무성하게 자란 풀들이 맨 다리를 할퀴었다. 열심히 풀들을 헤치며 살펴보았지만 그곳에도 레오는 없었다. 에어컨 실외기 뒤편과 아파트 1층 밑 공간도 빼놓지 않고 살폈다. 허리를 잔뜩 구부린 채로 어둡고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을 1시간가량 뒤졌다. 하지만 레오는커녕 늘 마주치던 길고양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잠시 아파트 화단에 앉아 쉬기로 했다.
“하아. 힘들다.”
고양이를 찾는 일에는 무엇보다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고양이를 찾을 때는 지나치기 쉬운 좁은 구석도 잘 살펴보고, 한번 둘러본 곳이라도 여러 번 살피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데도 오늘은 이상하게 유난히 지치고 힘이 들었다.
‘호래 엄마를 만나서 그런가? 오늘은 엄마 생각이 자꾸 나네…….’
사실 나는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다세대 주택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우리 집 주변에서 본 길고양이들이 전부였다. 답답한 반지하방에서 딱히 할 일이 없었던 나는 집 앞을 서성거리며 지나다니는 고양이를 만나고 관찰할 일이 많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집 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집밖을 서성였던 거였지만. 그렇게 나는 엄마 대신 수많은 고양이를 만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는 나를 보면 깜짝 놀라 담을 넘어 사라졌다. 나는 아무 짓도 안했는데 고양이들은 나를 피하기 바빴다. 먹을 걸 주려고 해도 도망치기 일쑤였고, 먹을 걸 받아먹어도 친해지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고양이들은 굉장히 예민하고 속을 알 수 없는 동물이었다. 꼭 집을 나간 엄마처럼 말이다.
‘엄마는 도대체 왜 집을 나간 걸까? 아빠도, 나도 아무 짓도 안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엄마가 집을 나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엄마가 사라졌으니 직접 물어볼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엄마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일 뿐이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나는 즉시 레오가 돼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레오야. 나는 레오라고…….”
내가 레오였다면 11층 아파트에서 뛰쳐나와 일단 밖을 실컷 구경했을 것이다. 불어오는 바람도 좋고 풀냄새도 좋았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니 겁이 덜컥 났겠지. 차도, 사람들도 너무 많았으니까.
‘어디 숨을까? 아, 배도 고프고 바깥이 환하니까 너무 무서워. 어쩌지?’
레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장을 들었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다. 집을 나가도 100m이상 벗어나지 않는 습성이 있다. 레오는 소심한 성격이니까 30m내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분명 이 근처에 있어. 가까이에 있다고!”
나는 다시 힘을 내 레오를 찾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차 밑과 주차장 구석 모퉁이를 꼼꼼하게 살폈다. 나는 완전하게 레오가 되어 레오가 다녔을 만한 길목을 샅샅이 뒤졌다. 그렇게 또 한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나는 레오를 찾았다.
“냐아옹. 냐아옹.”
나는 레오가 든 이동장을 들고 당당하게 호래네 집으로 들어섰다.
“어머, 세상에! 네가 정말 레오를 찾은 거야?”
호래 엄마가 기쁘면서도 믿기지 않은 모양이었다.
“레오, 이 녀석! 도대체 어디 갔었어? 이 형이 얼마나 찾았다고!”
호래 엄마와 호래는 이동장 안에서 레오를 꺼내 서로 안아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작 레오는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정말 대단해! 역시 넌 최고의 고양이탐정이야!”
호래가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마치 예전 친했던 사이로 돌아간 것 같았다.
“지하 주차장에서 덜덜 떨며 있더라고요. 많이 놀란 모양이니까 오늘은 씻기지 말고 안정을 취하게 해 주세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아참! 내 정신 좀 봐. 잠깐만 기다려.”
레오만 쳐다보던 호래 엄마가 급히 방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우리 레오 찾아줘서 정말 고마워. 자! 수고했어.”
호래 엄마가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나는 두 손으로 봉투를 받아들었다.
“한 번 나갔던 고양이는 또 집을 나갈 수 있어요. 워낙에 호기심이 많거든요. 그러니까 앞으로 절대 현관문이나 창문 여는 걸 고양이에게 보이지 마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나는 마지막까지 당부를 잊지 않았다. 사람들은 잃어버렸던 걸 또 잃어버리는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 고맙다. 그리고……아니다. 조심히 가렴.”
호래 엄마가 말을 삼켰다.
“강록아, 정말 고마워! 잘 가!”
호래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도 짧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현관문이 쿵, 하고 닫혔다. 나는 후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내가 호래네 집에 올 일은 없을 것이다.
호래 엄마가 준 봉투 속을 들여다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있었다.
“좋았어!”
나는 신이 나 한달음에 집까지 뛰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호래 엄마에게 받은 돈을 돼지 저금통에 모조리 넣었다. 커다란 돼지 저금통 안의 지폐와 동전들이 저금통 절반쯤을 넘어서고 있었다.
“더 열심히 모아야지!”
는 모은 돈으로 나중에 엄마를 찾을 것이다. 고양이탐정은 훈련일 뿐이다. 엄마를 찾기 위한 훈련. 내가 정말 찾고 싶은 건 바로 우리 엄마다.
가족 앨범을 펼쳤다. 엄마아빠의 결혼식 사진으로 시작하는 앨범이었다. 거기엔 내가 모르는 엄마가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엄마. 나는 엄마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대부분 활짝 웃는 모습이다. 엄마는 사진 찍을 때 늘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만들어 보였다. 바지보다는 치마를 많이 입었고, 늘 단발머리였다.
나는 서랍에서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수첩에 오늘 엄마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적어 넣었다. 수첩 안에는 엄마의 이름부터 태어난 날짜, 고향, 성격, 친척관계 등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엄마가 집을 나가기 전, 난 엄마의 생일도 몰랐다. 내게 엄마는 그냥 밥 해주는 사람, 씻으라고 잔소리 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엄마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엄마가 사라지기 전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
나는 집을 나간 게 아니라 내가 엄마를 잃어버린 거라는 생각.
‘아빠도 나처럼 엄마에게 무관심했겠지. 그러니까 엄마는 아빠와 내가 잃어버린 거야.’
다시 사진 속 엄마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사진을 보며 엄마의 성격이 어땠을지, 어떤 아이였을지 생각해 보았다. 사진 속 엄마 친구들의 모습도 최대한 많이 기억 속에 남겨놓으려고 애를 썼다. 엄마는 친구들을 찾아갔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나는 매일 매일 엄마에게 관심을 쏟고, 엄마가 되어보기도 하면서, 엄마 뒤를 쫓는다. 고양이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반드시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믿는다. 언젠가 반드시 엄마를 찾을 수 있다고. 그리고 간절히 바란다. 내가 엄마를 찾을 때까지 엄마가 행복하게 지내고 있기를. 나는 눈을 감고 빌었다. 그때였다.
“쾅,쾅,쾅,쾅!”
누군가 현관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김유정 신인문학상 동화 당선소감] 정유담 (본명 정은주)
“두근두근 가슴뛰는 이야기 쓰고파”
내 책상 앞 벽에는 오랫동안 어느 작가의 수상소감문이 붙여 있었다.
그녀는 요즘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라 불리고 있었고 계속해서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었다. 오래 전, 그녀가 당선소감문에 썼던 것처럼 진짜 이야기꾼이 되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하나씩 이뤄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당선 소식을 듣고 나는 그녀의 수상소감문을 벽에서 떼어냈다. 내 수상소감문을 써야 할 순간이 비로소 내게도 찾아온 것이다.
나 역시 그녀처럼 진짜 이야기꾼이 되는 것이 꿈이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되고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아이들이 내가 쓴 이야기에 빠져 잠 못 들게 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이야기를 지으며 위로받았듯이 누구라도 내 이야기에 위로받는다면 나는 만세를 부를 것이다. 그것이 작가로서의 내 꿈이다.
쉽지 않은 꿈이지만 “한 번 잘해 봐.”라는 의미로 소중한 상을 받게 되었으니 절대로 꿈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상상할 기회와 자율성을 빼앗기고 있는 것 같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모두가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동화가 그 고민에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줄 수 있길 바란다.
상을 받는 일은 커다란 은혜를 입은 것처럼 감사하면서도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은혜는 반드시 갚아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꾸는 꿈에, 갚아야 할 은혜까지 더해 더욱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쓰겠다.
꿈을 향해 계속 달려갈 수 있는 기회와 힘을 주신 김유정기념사업회와 강원도민일보 그리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언제나 믿음으로 응원해 준 가족들과 동화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주셨던 한겨레 아동문학작가 학교 선생님들과 문우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1979년 충남 예산 출생 △예산여중 졸업 △천안여고 졸업 △한겨레 아동문학작가 학교 수료
[김유정 신인문학상 심사평] 임교순·김병규 동화작가
소재 신선함·감동 요소 결여 아쉬워
정은주(응모 때 필명 정유담) 씨의 ‘고양이 탐정’을 당선작으로 결정하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작품에 대한 두 심사위원의 평가가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먼저 주인공 어린이(최강록)의 긍정적이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창조해 낸 점을 큰 미덕으로 꼽았다. 엄마가 집을 나간 처지지만 비관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담담히 엄마를 찾기 위해 준비해가는 과정이 어린이다우면서도 놀랍도록 담담하다. 엄마처럼 까닭 모르게 집을 나간 고양이들의 생태를 탐색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점이 흥미롭고, 특히 고양이 찾기와 엄마 찾기를 절묘하게 대비시켜 놓아 문학성을 살린 것도 돋보였다. 여기다가 긴장감이 계속 팽팽히 이어지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장들이 진솔하게 전개되었으며, 여운이 짙은 결말까지 보태져 가독성까지 한껏 높여 놓았다. 또 주인공의 간절함과 진지함이 자연스레 독자들의 가슴에 파고들어 울림을 주고 있다. 신인들의 작품에서 만나기 쉽지 않는 수작이다. 문학적 기초가 갖춰진 데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까지 겸비한 새로운 동화작가를 찾아낸 성과에 심사위원으로 보람을 느낀다.
이 밖에 절제된 문장으로 어린아이가 태어나는 송아지를 받는 과정을 그린 ‘송아지가 ‘미애’하고 울었다.’와, 독특한 소재와 특이한 구성으로 죽음을 과감하게 다룬 ‘히말라야의 하룻밤’이 마지막까지 남아 당선을 겨루었다. 하지만 이 두 작품 모두 상당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라는 독자를 의식하지 아니한 듯한 자세 탓에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예심을 거쳐 38편이 본심에 올라왔는데,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새롭지 못함과 감동의 에너지 결여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무난함보다 패기로 도전하기를 기대한다.
첫댓글 매번 수고하시네요.
작품 잘 보았습니다. 응축된 간결한 문장, 흡인력 있는 이야기 전개가 압권이네요.
고맙습니다, 환타지님. ^^
구슬이 님!
따듯한 댓글 고마워요.
제가 보고 싶어 올리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