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이야기] (48) 고딕 성당의 기본 구조 (1)
포인티드 아치(첨두 아치, pointed arch)
지금까지 소개한 초기 고딕 성당들은 ‘수직화’와 ‘경량화’라는 서로 반대 방향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다양한 구조적 실험을 하였습니다. 건물이 높이 올라갈수록 벽체는 두꺼워지기 마련인데, 이를 거스르는 두 마리 토끼몰이는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상충하는 두 개의 구조 원리가 유기적으로 융합되면서 독창적인 구조로 변신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새로운 구조는 로마네스크와 고딕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제 상스와 생드니 그리고 누와용, 라옹,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 나타난 초기 고딕의 주요한 구조 요소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고딕 성당의 대표적인 요소는 포인티드 아치(pointed arch)입니다. 아치(arch)는 고대 로마가 개발한 중요한 건축 구조물입니다. 가구식 건물의 경우, 수평 부재(상인방)와 수직 부재(기둥)의 결합으로 개구부를 형성합니다. 여기서 개구부의 크기를 결정하는 요소는 상부에 걸리는 하중인데, 개구부의 폭이 늘어날수록 하중은 커지고 어느 한계점에 이르면 무너지게 됩니다. 하지만 상인방을 아치 형태로 만들면 하중이 분산되기 때문에 더 넓은 개구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미 고대 로마 이전에도 아치는 있었지만, 공공건물과 교량 같은 대형 건축 토목 산업에 적용하여 이 기술의 구조적 효용성을 극대화한 것은 로마의 업적입니다. 따라서 아치 구조는 중세 초기의 로마네스크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 됩니다. 로마네스크 성당 서쪽 파사드의 주출입구는 커다란 아치와 아키볼트로 되어있으며, 네이브월의 1층도 아치의 연속으로 아케이드라고 불립니다.
이러한 로마네스크 시대의 아치는 반원 형태였는데 몇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원 아치는 상부의 하중은 분산시켰지만, 수평력이 발생하여 기둥을 밖으로 밀어내게 되었습니다. 기둥 바깥쪽에 두꺼운 버팀벽(butress)을 세운 것은 그 힘을 상쇄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건물이 높아질수록 기둥과 벽체는 점점 두꺼워져야 했던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하중에 의한 수평력 자체를 줄이는 방법이 연구되었는데, 그것이 포인티드 아치입니다. 위로 뾰족한 모양을 한 이 아치는 반원 아치에 비해서 수평력이 감소되어 버팀벽의 두께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수직화와 경량화의 모순이 극복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포인티드 아치의 또 하나의 장점은 아치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만나는 횡방향 아치와 종방향 아치의 폭이 다를 때, 반원 아치의 경우에는 아치의 높이가 정해져 있어서 두 아치의 높이를 일치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포인티드 아치는 높이의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두 아치의 높이를 일치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포인티드 아치는 다음 회에 설명할 리브 그로인 볼트와 결합되면서 건물의 구조적 효율성을 극대화시킵니다. 또한 아치의 뾰족한 형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향한 신앙심을 고양 시켜줍니다. 실제로 포인티드 아치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2021년 3월 28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