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기관들은 충청도 사람들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일반 여론조사에선 표준오차를 ±5% 정도 두는데, 충청도 여론조사는 ±12%까지 넓혀잡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지난 2015년 2월 열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심문에서 증인으로 나온 강희철 충청
향우회 명예회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인준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지만, 그 여운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총리 출신 지역인 충청도의 존재 가치와 충청도 사람들의 기질이 인구에 회자되면서 새삼 관심을 모았다.
충청도 민심은 이 총리의 부동산 투기 논란, 병역 기피 의혹 등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여타 지역의 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11일 현재 대전·충청 권역의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여론은 찬성 33.2% 반대 57.4%였다.
그랬던 것이 그날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희철(67)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의 "충청도에서 총리가 났는데 호남 분들이 (문제를 제기) 하잖아요”라는 말 한마디에 발칵 뒤집어졌다. 이튿날인 12일 여론조사에선 찬성 66.1%, 반대 31.2%로 불과 하루 만에 급반전했다. DJP연합으로 김대중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도움을 줬다는 채권의식을 갖고 있는 충청도인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완구 총리 불가론에 뚜껑이 열린 것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 대표 후보 입장에서 “(총리 후보로) 호남 인사를 발탁했어야 한다”고 말해 충청도 민심은 가뜩이나 열을 받은 참이었다. 호남고속철도의 서대전역 경유가 야권과 호남의 반발로 무산됐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던 터다. 급기야 충청도 곳곳에는 "충청 총리 낙마되면 다음 총선 대선 두고보자!!!"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내걸렸다.
실제로 충청도 출신 총리들을 과거 야박하게 대했던 제1 야당은 정권 교체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지난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이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를 국무총리로 지명했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끝내 동의해주지 않았다. 이후 김종필 총재는 여당(국민회의·자민련) 단독으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킬 때까지 6개월 동안 총리 서리 신세로 지내야 했다. 그리고 충청도인들은 2002년 대선 때 어김없이 한나라당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했다. 충청도 출신인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충청권에서 영남 출신인 민주당 노무현 후보보다도 표가 덜 나오는 참담한 패배를 겪어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9월 충청도 공주 출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국무총리로 지명했을 때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던 민주당도 혹독한 앙갚음을 당해야 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끈질기게 딴지를 걸었고, 급기야 정세균 당시 대표는 '인준 불가' '협조 불가'를 공언하고 나섰다. 그 결과 민주당은 2012년 대선에서 이미 등을 돌린 충청도 표심을 되돌리지 못해 정권 교체에 실패했다. 이완구 총리 반대 입장을 견지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일각에선 이런 전례들을 들어 내년 총선에서 충청권은 이미 날라간 걸로 봐야한다는 얘기가 새나오고 있다.
15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한 주택가에 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느긋하고 엉뚱한 듯 하지만 결코 녹록치 않은 충청도 사람들의 기질을 비유한 우스개 소리들이 많다. 그 중 하나는 이렇다.
서울 사람이 차를 몰고 충청남도 공주에 갔다가 앞서가던 충청도 차가 너무 느릿느릿 가길래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렸단다. 그랬더니 사거리 신호에 걸린 그 차에서 덩치 우람한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와 서울차로 다가와서는 손짓으로 운전석 창문을 내리라고 하더란다. 서울 사람은 공연히 경적 울렸다가 흠씬 두들겨맞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며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었단다. 그랬더니 그 충청도 덩치가 아주 느긋하게 하는 말, "그러케 바쁘믄 어저께 오지 그랬시유"하더란다.
유머책에 나오는 딴 이야기 하나 더.
충청도에 사는 한 아주머니에게 입금을 해줄 일이 있어 전화로 계좌번호를 물었다. 그런데 아줌마가 불러주는 계좌번호가 이상하게 길었다. '29649632967296...' 숫자가 너무 길다고 했더니 아줌마 왈...뭔 소리유? 4개 밖에 안불렀는디유... 다시 부를께유. 2구유 4구유 3이구유 7이구유..."
또다른 충청도 소재 이야기.
한 전라도 사람이 정읍에서 장사를 하다 몽땅 날리자 자살하려 마음을 먹고 죽기 전에 장항의 누님이나 한 번 만나보려고 대전에 가서 버스를 탔다. 한 여름이었는데, 이 버스가 만고강산 유람하듯 여기서도 손님 태우고 저기서도 손님 내려주고 하며 마냥 가더란다. 그러다가 멈춰서서는 당최 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운전기사가 시동을 켜둔 채 버스에서 내려 무슨 일인가 싶어 내다보았더니 개울로 내려가 세수를 하고 올라오더란다. 그래도 어느 손님 하나 궁시렁대지 않았다. 다시 출발해 가다가 마주 오는 버스와 마주치자 두 기사는 창문을 열고 고개를 맞대고 “어휴 덥구먼” “왜 이리 찐댜” 하면서 긴하지도 않은 얘기를 마냥 늘어놓는데, 그 버스 두 대에 가로막혀 뒤로 죽 늘어선 차들 역시 어느 하나 경적을 누르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 아닌가. 그는 무릎을 치며 충청도에 와서 장사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자살할 생각을 접고 충청남도 홍성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800원이면 충분히 이문 남을 것을 900원으로 매겨놓고, 흥정이 들어오면 100원을 깎아줄 요량으로 판을 벌였다. “이거 얼마유?”하면 “900원유”라고 했다. 그런데 충청도 사람들은 아무 흥정도 군소리도 않고 느릿느릿 “그래유” 하며 돈을 꺼내 주고 사갔다. 그는 이렇게 장사가 쉬운 곳이 어디 있겠냐며 대박 꿈에 신이 났는데, 한 달이 지나자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쫄딱 망했다. 그새 그 가게는 비싼 집이라는 소문이 다 나버린 것이다. 충청도 사람들은 일단 참고 당해주기는 하지만 두 번 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빗댄 이야기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충청도 사람들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일반 여론조사에선 표준오차를 ±5% 정도 두는데, 충청도 여론조사는 ±12%까지 넓혀잡는다고 한다. 충청도 사람들은 자기 속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드물고, 무슨 질문을 받더라도 직설적으로 곧바로 대답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총선이나 대선 때 충청도 지역 취재를 다녀온 기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지역 민심은 택시기사들이 가장 잘 알 것 같아서, 그리고 택시 기사들은 대부분 말이 많은 편이어서,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기사분들에게 이것 저것 물어봤다고 한다. 그런데 충청도 택시 기사들은 거개가 “글씨유. 잘 모르겄는디유” 한 마디 하고는 묵묵부답하기 일쑤라고 한다.
“○○○ 후보(서울)가 좋습니까, △△△ 선생님(호남)이 낫습니까. 아니면 ▧▧▧ 총재가 당선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 후보는 충청도 출신이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나요?”
그러면 잠자코 있다가 한 마디 “다들 훌륭한 분이라고 하대유” 하고 만다. 결국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별다른 취재를 하지 못한 채 요금을 계산하고 내리려는데 뒷통수에 대고 택시 기사가 툭 한 마디 던지더란다. “그래두 ▧▧▧를 찍어야지유.”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후보자의 징병검사 기록을 들고 질의하고 있다./뉴시스
다음은 이완구 총리 인사청문회 도중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진선미(48)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증인으로 나온 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과 주고받은 질의 응답의 일부.
진선미 의원 : 저는 땅 한 평 없이 전세, 월세 살아요. 그런데, 그 엄청난 부동산을 확인을 안한다 말예요? 기억해야 됩니다. 뭐라고요? 답하세요!
증인(강희철) : 아, 여보세요.... 그걸 일일이 다 기억해야.... 의원님은 나이가 젊으셔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제 나이에는 15년 전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