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종/체사레 파베세
술 취한 사람의 어깨 너머로 집들이 놀라서 바라본다.
햇살 아래 감히 술에 취해 지나갈 사람은
거의 없다. 술꾼은 평온하게 길을 건넌다.
앞을 가로막는 별들 속으로 뚫고 지나갈 듯하다.
개라면 그렇게 갈 수 있지만, 개는 이따금 암캐를
만나면 멈춰 서서 신중하게 냄새를 맡는다.
술꾼은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다, 여자들마저도.
거리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쳐다보고 웃지도 않는다
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눈길로만 그를 뒤쫓는
많은 사람들은 그저 앞을 바라보며
욕을 퍼붓는다. 술꾼이 지나간 뒤
거리는 눈부신 햇살 아래
더욱 느리게 움직인다. 여전히 달려가고 있는
사람은 절대 술 취한 사람은 아니다
바라보는 사람 없어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하늘과 집들을 모호하게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술꾼은 집도 하늘도 쳐다보지 않는다.
그래도 불안정한 걸음걸이로 하늘의 햇살처럼
뚜렷한 공간을 가로지른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집들이 존재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여자들은 남자들을 바라보지 않는다. 갑자기
쉰 목소리 하나 노래를 터뜨리고, 그 노래가
허공에서 뒤쫓아오면 모두들 두려움을 느낀다.
집집마다 문들이 있지만 들어갈 필요 없다.
술꾼은 노래하지 않고 줄곧 길을 걷는다
유일한 장애물은 허공, 저 너머에
바다가 있는 게 다행이다. 술꾼은
평온한 걸음걸이로 바닷속으로 들어가, 모습은
사라진 채, 여전히 바다 밑바닥에서도 걸어가리라.
밖에는 여전히 햇살이 비치리라.
*체시레 파베세Cesare Pavese1908~1950
이탈리아 신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여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시집으로 『피곤한 노동』 소설로 『아름다운 여름』 3부작 등이 있다. 그의 대표적으로 평가받는 『레우코와의 대화』는 2006년 다니엘 위에 감독에 의해 「그들의 이런 만남들」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베니스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 읽기> 방종/체사레 파베세
예술가는 죽음을 향한 길에서도 삶의 가장 깊은 바다 밑을 꿈꾼다
술꾼은, 예술가는, 쉽사리 노래하지 않고 침묵 속에서 몸 전체로 자신을 세계 속에 열어놓는다. 파베세는 “자살은 수줍은 타살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수줍게’ 생을 마감한 이탈리아 시인이다. 그의 번역 시집 『피곤한 노동』은 절판된 지 오래다. 이성복은 그의 시가 죽을 정도로 좋다고 했는데, 도대체 언제 복간될지.
―박형준 엮음, 『당신에게 그 어떤 위로보다』, 사흘,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