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이 외교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의 불출석 문제로 5시간이나 미뤄졌다고 합니다.
야당은 "국회를 능멸했다"며 불참 장관들을 공격했지만, 외교부와 통일부는 "사전에 협의했고, 허가를 받은 사안"이라고 맞서자, 더불어민주당은 이후 사전 승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직원의 실수"라며 "안 오겠다는 의도가 불순한 것"이라는 뒤끝을 남겼습니다.
'야당의 주 무대'로 불릴 만큼 대정부질문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갈팡질팡하며 '이례적이고 황당한 해프닝'만 남겼다는 비판이 나오나 봅니다.
사건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불출석에서 비롯됐는데, 두 장관은 서울에서 진행 중인 ‘2024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 회의(REAIM 고위급 회의)’ 참석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김 장관은 여기에 캐나다 국방장관과 공동 주최하는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 회의와 미국·호주·독일 등 18개국의 장·차관 및 대표들의 환영 만찬을 예정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국회 무시(의 선)를 넘었다"며 분개했는데, 전날 늦은 저녁 일방적으로 국회에 불참을 통보했다며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외교부와 통일부, 국민의힘이 곧장 반박 자료를 내놓으며 상황이 반전됐다는 것입니다. 두 장관들이 사전에 대리참석 양해 확인서를 제출했고, 이 서류에 박 원내대표의 직인이 찍힌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조 장관은 지난달 30일, 김 장관은 취임 당일인 6일 서류를 제출했고, 민주당은 각각 3일, 9일에 서류를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단순 실무자 착오'로 수습에 나섰습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원내대표실 실무자가 처리해야 할 서류가 너무 많다 보니 실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되레 "도장을 찍은 것은 (장관들이 일정이) 끝나고 오라는 의미"라고 쏘아붙였습니다. 이후 여야 원내대표 간 협의에 따라 대정부질문은 5시간 연기됐다고 합니다.
지금 이 모습이 2024년 대한민국의 국회의 현실입니다.
<“국회의원들은 우리보다 많이 배우고 잘난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정치인들은 우리 같은 사람도 잘 안 쓰는 막말을 마구 하더라. 그런 사람들이 국민의 대표라니 창피하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얼마 전 민생 현장을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라며 한 말이다. 그는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며 “막말과 폭언, 인신공격 등을 하는 나쁜 국회의원을 강하게 제재하자”고 했다.
‘국회의원 윤리실천법’을 제정해 영국이나 미국 의회처럼 서로를 향한 증오 표현은 법으로 금지하고, 독일 의회처럼 모욕적 발언을 하는 경우엔 국회의원 면책특권도 적용하지 말자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그가 이 말을 하는 중에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선 고성과 야유가 쏟아졌다.
전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연설할 때도 여야 의원석에선 서로를 향한 유치하기 짝이 없는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있습니까”라는 박 원내대표의 말에 여당은 “네”라고, 야당은 “아니요”라고 외쳤다. 이날 방청을 와서 이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보던 초등학생 120여 명 앞에서 어른들의 낯이 뜨거워지는 순간이었다.
22대 국회에선 막말과 폭언이 어느덧 ‘뉴노멀’이 되어가고 있다. 당장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꼬붕”과 “빌런” 공방 속 파행됐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전날 자신을 ‘빌런(악당)’이라고 부른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그런 악당 위원장과 같은 공간에서 회의하는 여러분은 악당의 꼬붕이냐”고 하면서다. 결국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논의는 하지도 못했다.
비슷한 시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는 ‘나치’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계엄령 의혹’을 비판하며 “야권의 선전 선동이 나치의 방식과 비슷하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나치는 척결과 타도의 대상인데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민주당을 폄훼하나”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도 2일 이 대표 등을 향해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의 선동정치를 닮아가고 있다”고 했다. 왜 먼 나라 한국 땅의 정치인들이 서로를 나치라고 저격하는지 독일 사람들이 들으면 황당할 것 같다.
2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레닌’과 ‘또라이’의 대결이 펼쳐졌다.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이 이 대표를 레닌과 비교하며 비판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또라이”라고 맞받은 것. 회의는 결국 파행됐고,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 역시 뒷전이 됐다.
결국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기한 내에 채택되지 않았고, 대통령은 그냥 임명했다. 이럴 거면 대체 국회 인사청문회를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든다.
22대 국회의원들에게 품위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사회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만이라도 갖추자는 거다. 요즘 초등학생도 학교에서 폭언을 하면 즉각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로 회부돼 징계를 받는다.
하물며 왜 국민 세금을 받고 일하는 어른들이 수준 미달의 폭력 장면만 보여주는가.>동아일보. 김지현 기자
출처 : 동아일보. 오피니언 광화문에서, [광화문에서/김지현]서로 “빌런” “꼬붕” “또라이”… 기본도 못 갖춘 국회
대한민국 국회가 정말 국해(國害) 가 되고 있고, 그 의원들은 국해의원(國害議員)이라고 해도 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청래의 꼬붕이 아니라 그 위 사람의 꼬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더 많이 배우고 잘 난 사람’이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몇 분이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런 작자들을 의원으로 뽑아 준 국민들 책임도 클 것입니다.
국회회의장에서 그들이 뱉아내는 ‘꼬봉’이니 ‘또라이’니 하는 말들이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회의원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누구 하나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아니 우습게 알 뿐일 겁니다.
대한민국 국회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묻고 싶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