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박성우
한 이십 년, 가깝게 지냈던 후배가
먼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딱히 해줄 게 없던 나는
야생화농장을 하는 지인을 찾아가
벌개미취와 구절초 모종을 구했다
이거는 심어놓기만 하면 잘 살아요,
이 년 생인지 삼 년 생인지 하는
모종을 차에 싣고 후배 집으로 간 날은
아직 날이 찬, 봄이었다
어때, 적응은 좀 했어?
후배가 터를 옮긴 곳은 도심 근교였고
앞마당도 뒷마당도 제법 넓어 보였다
후배와 나는 도란도란 꽃모종을 했고
제법 정리가 된 집에서 고기도 구웠다
더 자주 연락하자고,
비록 멀리 떨어지게 되었지만
더 가깝게 지내자고,
우리는 몇 번이나 말을 주고받았던가
나는 곧 후배를 잊고 지냈고
후배도 별다른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형, 벌개미취꽃이 피었어요
형, 구절초꽃도 곧 필 거예요,
우리는 일 년에 한두 번은 연락하는 사이로
지낼 수 있게 되었고
후배도 제법 단단한 뿌리를 내린 눈치였다
* 박성우(朴城佑)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원광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졸업.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이 있음.
신동엽창작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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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의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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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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