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 과반 "강제징용 배상案, 한미일 공조 강화 계기될 것"
송광섭 기쟈양세호기쟈입력 2023. 3. 8. 17:54 댓글10개
매일경제·리얼미터 성인남녀 1006명 여론조사
양국관계 개선 공감하면서도
尹정부 해법 놓고는 편차 커
보수 59%·진보 20% "잘했다"
경협놓고는 42% "개선될 것"
전문가 "소부장 공급망 강화"
신속한 협상·日정부 협조 필수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에 대한 국민 평가가 이념 성향, 지지 정당과 연령대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나타냈다.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지녔거나 60세 이상 고령층은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을 제외한 다수 여론은 한국 측이 피해자 배상을 하는 방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40대와 진보 성향을 지닌 국민의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이와 달리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한일 경제협력에 긍정적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일 경제협력을 통해 전 세계 공급망 위기에 대처할 뿐 아니라 반도체·전기차 등 미래 핵심 산업에서 '한·미·일' 공조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많았다.
8일 매일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령대와 정치 성향 등에 따라 반응이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잘못한 결정'이라는 답변이 △40대(70.6%) △50대(64.0%) △18~29세(60.1%) △30대(59.7%) △60세 이상(44.4%) 순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잘한 결정'이라는 답변이 더 많았던 연령대는 60세 이상(51.1%)이 유일했다. 40대에선 '잘한 결정'이라는 답변이 가장 낮은 28.9%에 그쳤다.
정치 성향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자신이 보수에 해당한다는 응답자는 과반인 59.3%가 피해자 배상 해법에 대해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중도(34.8%)와 진보(20.4%)에서는 '잘한 결정'이라는 답변이 적었다. 중도와 진보는 '잘못한 결정'이라는 응답률이 각각 61.4%, 76.3%에 달했다.
이번 조치가 한일 경제협력에 긍정적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40대(68.9%) △18~29세(62.1%) △30대(56.3%) △50대(55.5%) △60세 이상(43.0%) 순으로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60세 이상만 '개선될 것'이라는 답변이 54.5%를 기록했다. 이념 성향에서도 보수(62.0%)는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가 더 많았고, 중도와 진보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률이 각각 56.4%, 75.4%에 달했다.
보수 또는 국민의힘 지지층을 제외하면 윤석열 정부의 과감한 선제 조치에 대해 비교적 냉담한 평가를 내렸다고 풀이된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중 무려 67%가 한일 관계가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관계 개선이 불필요하다는 답변은 31.3%에 그쳤다. 방법론에는 이견이 있으나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경제와 안보 관점에서 한일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형오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 조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미래를 봤을 때 정부의 선택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지 않다"며 "국가 차원으로 봤을 때 과거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더 고려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일경상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글로벌 '밸류체인(공급망)'이 붕괴됐고 보호무역주의도 확산되고 있다"며 "미·중 패권에 연관돼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통상 정책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보호무역주의로 갈수록 일본을 활용해 성장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새로운 산업 발굴이 어렵고 인구도 정체돼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는 일본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발표 이후 양국 간 협의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성은 있지만 그래도 (한일 협력이라는) 방향성은 옳다"고 덧붙였다.
원활하지 못했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의 공급망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정부 발표는 국익에 득이 되는 결정"이라며 "여러 분야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양국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부원장은 특히 "그동안 경색돼 있던 한일 공급망 분야 협력이 나아질 것"이라며 "한·미·일 간 협력 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경제당국이 신속히 협상을 진행해 수출규제 등 장애요소를 원위치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협조적인 태도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는 "한·미·일 간 반도체를 비롯해 배터리, 희토류 등 공급망에 대한 협력을 해나갈 수 있다"며 "차세대 반도체 기술 협력이 특히 중요해질 것이고 '그린이노베이션(녹색혁명)', 수소 등도 협력 포인트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송광섭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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