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외교에서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기는 너무도 어렵습니다. 그야말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는 상황입니다. 시골 어떤 집에 개와 고양이가 서로 공존하고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밥을 제공하던 사람이 사라지면 그 개와 고양이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배고 고프면 서로를 공격하고 잡아 먹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동물의 세계라고 폄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 그리고 국가 더 나아가서 국제사회에서는 그런 현상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더욱 악랄하게 약육강식의 세계가 펼쳐지게 마련입니다. 자기의 나라에 도움이 되면 아군이고 자기의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은데 슬슬 피곤하게 들이대고 불편을 주면 그때부터 바로 적군이 되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오래 갈 것도 없습니다. 지금부터 80년전인 1941년 12월 어느 일요일 새벽 일본은 항공모함에 전투기를 대거 동원해 기습적으로 미국의 하와이 진주만을 급습합니다. 수많은 전함이 물속에 가라앉았고 사용 가능한 전투기는 몇대에 불과했습니다. 일본은 기습에 승리했다면 축하주를 마셨지만 그로 인해 미국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1945년 8월 원폭 두방에 일본은 손들 들었습니다. 그렇게 4년동안 미치도록 치열하게 싸운 미국과 일본이지만 그 이후 어떻습니까. 미국인이 일본인에게 그렇게 많이 죽고도 미국과 일본은 지금 둘도 없는 동맹국이 되었습니다. 미국입장에서는 일본이 북동아시아에서 소련의 팽창을 막아줄 대리인이라고 판단했고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제 2의 제국을 꿈꾸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한국과 베트남은 어떤가요. 베트남 전쟁때 한국군은 베트남에 파병돼 북베트남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습니다. 이른바 베트콩들의 마을을 급습해 수많은 인명을 해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한국군도 베트콩에 의해 많은 희생자가 생겼습니다. 사실 미국의 요청과 한국의 당시 상황속에 한국과 전혀 관련도 이해관계도 없는 곳에서 살벌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마치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사돈의 나라라며 대단한 교류를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입장에서는 베트남에서 얻어올 것이 많았고 베트남에서도 한국의 대기업들에 의해 경제적 부흥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전쟁때 중국은 한국에게 철천지 원수같은 존재였습니다.하지만 어느날부터 중국행 바람이 불더니 한때 중국아니면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말도 나왔을 정도 아니였습니까.
지금 세계를 신냉전체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미일 동맹에 맞서 북중러의 관계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부터 생긴 상황입니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상당수 세계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가했습니다. 러시아가 스스로 경제 난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항복을 받아내자는 속셈이었습니다. 절체절명에 놓인 러시아를 돕겠다고 나선 것은 바로 중국입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적국관계이며 미국과 중국도 적국관계입니다. 적군의 적군은 바로 우군이라는 아이러니한 구도가 또 다시 현실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손을 잡습니다. 아무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가해도 중국에 의해 다 해결되어 버렸습니다. 생필품도 중국으로 부터 제공받았고 러시아는 중국에 석유와 에너지 그리고 식량을 제공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판단이 허무하게 진행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러시아의 경제는 오히려 더 윤택지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려 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대리전을 치르는 우크라이나만 정말 속 터지게 생겼습니다.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상황에 놓였습니다. 얼마전 우크라가 러시아 본토를 침공한 것도 휴전에 대비해 어느정도 내밀 수 있는 카드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는데 아주 악수를 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콩알 하나 움켜지려다 수박을 놓치는 결과는 도출했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러시아의 외진 오지마을을 점령했지만 진작 우크라는 러시아에게 거대한 대도시들을 빼았겼으며 병참과 물자 보급이 조만간 끊어지면 항복직전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때 우크라에 러시아와 전쟁을 부추겼던 영국은 지금 뒤로 완전히 물러나 있으며 지상군까지 파견해야 한다며 나서던 프랑스는 우크라 지원국가운데 10위에 해당할 만큼 거의 우쿠라에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 유럽연합을 믿고 러시아와 대리전을 감행한 우크라의 젤렌스키만 바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금 대선이 코앞에 닥쳐 과감한 판단을 내릴 형편이 아닙니다. 미국 민주당후보나 공화당후보가 내세운 작전이 되려 부메랑이 되고 대선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한데 우크라 도울 상황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유럽연합과 미국은 적당히 휴전을 하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벌여 경제 회복의 계기로 삼고 싶어하는 마음이 굴뚝같을 것입니다. 내놓고 표현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만 말입니다. 우크라의 젤렌스키는 국쏟고 온몸을 데이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순진한 것인지 어리석은지 모를 젤렌스키는 냉엄한 국제사회의 약육강식의 룰을 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영원한 우방은 어디입니까. 외교전문가들은 한국의 영원한 우방은 한국밖에 없다고 표현합니다. 일시적인 우방은 존재해도 영원한 그리고 변치않는 우방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말입니다. 미국도 한국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니 우방국으로 여기지 한국자체가 변변치 못하고 능력없고 자신들에게 기대기만 하려고 하면 지금같은 동맹관계를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북중러에서 중국과 러시아도 언제 어떤 사안으로 원수국이 될 지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 북러관계가 북중관계보다 더 밀착되어 있다고 하지만 언제 어떤 계기로 상황이 급변할 지도 정말 알 수 없는 형국입니다. 자국의 힘을 키우고 자국민들이 유사시에 똘똘 뭉쳐 적에 대항할 의지와 각오를 다지게 할 능력있는 정치지도자가 존재하지 않고서는 나라를 제대로 보전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은 인류가 탄생한 이후 전세계 역사속에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2024년 9월 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