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가족 26-21, 앞으로 벌초는?
내일 부모님 산소에 갈 예정이었는데 하필이면 비 소식이 있었다.
그래도 변수가 있으니 기다려 보기로 했다.
백권술 씨도 걱정되었는지 이른 시각에 연락했다.
“선생님, 너무 일찍 전화드렸지요? 요새 장마철이라서 날씨가 예측이 안 되다 보니 날 좋을 때 산소 올라가서 약을 미리 쳤습니다. 비 오면 약을 못 치거든요. 아재한테도 그리 말씀드렸습니다.”
“고생하셨죠? 상황이 어떻던가요? 아저씨도 많이 걱정하시더라고요.”
“힘들죠. 풀이 어마어마해요. 생각보다 더 심각해서 들어가는 데도 애먹었습니다. 풀이 죽을지 어떨지 며칠 기다려 봐야 알겠지만, 사실 산소까지 가는 것도 힘듭니다.”
“작년에 갔을 때 예전과 달라서 놀랐습니다. 앞으로 벌초하는 일이 만만치는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아재도 이제는 결단을 지으셔야지, 그래가지고는 안 될 것 같아요. 아예 산소를 묵히든지, 아니면 이장하든지, 결정을 해야 되지 않나 싶어요.”
“그러게요. 결정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혹시 오후에는 댁에 계신지요?”
“아니요. 아내랑 아들 만나러 갑니다. 화요일까지 비가 온다고 해서요. 비 오면 일을 못 하니까 쉬는 날 하루 다녀오려고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아저씨 만나서 산소에 가보실 건지 의논해 볼게요.”
아저씨는 맥추 감사 예배를 마치고 댁에 와계셨다.
조카와 통화한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내한테도 그카데요. 그래도 산소에는 가봐야 안 되겠소. 궁금하기도 하고.”
아저씨는 애플수박 한 상자를 샀다.
조카 내외가 없어도 큰집에 잠깐 들러 현관 앞에 두고 올 생각이었다.
어차피 산소 가는 길목에 큰집이 있기 때문이다.
큰집 조카네 현관 앞에 수박과 2025년 평가서를 두고 돌아서면서 조카에게 아저씨 모시고 다녀간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에는 헷갈리지 않고 산소 입구를 잘 찾았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난관에 봉착했다.
도저히 풀숲을 헤치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에이, 안 되겠다. 그냥 갑시다.”
아저씨 입에서 그냥 돌아가자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못 올라가시겠지요?”
“안 돼요. 낫질을 한다 캐도 산소까지 우째 다 치겠소. 그냥 가요.”
“그럼, 앞으로 벌초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권술이도 자꾸 칸께 풀약이라도 치자 카지. 이자 벌초는 못 해요. 권술이한테도 부탁하기 미안코.”
“그렇긴 하죠. 자기 부모 산소 돌보는 것만으로도 힘들 텐데, 아저씨 일까지 자꾸 보태야 하니 저도 미안하고 죄송하고 그렇습니다.”
“그캐요. 내 생각도 그래요.”
“앞으로의 일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오늘 와서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 이후의 일은 다시 의논해서 결정하면 어떨까요?”
“그래야지요.”
아저씨는 결국 부모님 산소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메시지를 확인했는지 백권술 씨가 전화했다.
“아재, 산소는 가 봤어요?”
“아니, 못 갔지.”
“왜요? 도저히 못 가겠지요?”
“풀이 너무 짓어서 아예 못 올라가겠더라꼬.”
“산소에 풀이 좀 죽었는지 확인은 해야 되는데, 내가 며칠 있다가 다시 한번 가보지요.”
“인자 벌초하겠나?”
“그건 아재가 결단을 내리셔야지. 내가 봐도 힘들어요. 풀 죽이고 잔디 씨를 뿌리만 안 되겠나 싶었는데, 가보니까 그곳이 해가 안 들더라고요. 잔디는 무조건 햇빛을 봐야 되는데, 씨를 뿌려도 잔디가 안 올라 오지 싶어요. 놉을 쓴다 캐도 그런 데는 최소 30만 원은 달라고 할 건데. 이장하든지 묵히든지 해야지요.”
“고만 묵후지 뭐. 벌초 못 한다.”
“아재, 제 생각도 그래요. 그냥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 싶어요. 그래도 약을 친 게 있으니까, 올해까지는 내 눈으로 확인하고 가을에 보고 다시 이야기하지요. 그냥 산소만 보고 가시지, 수박은 왜 사 가지고 오셨어요? 잘 먹을게요. 고맙습니다. 아재, 조심해서 내려가요.”
“알았어. 약 친다꼬 애썼다.”
다소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부모님 산소와 관련된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은 해결할 수도, 결정을 내릴 수도 없는 일이다.
결론을 내린다고 해도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저씨도 조카와 통화하며 묵히자는 쪽으로 마음이 돌아섰지만, 자식 된 도리를 생각하면 그런 결정이 썩 내키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아저씨, 가끔 부모님 생각나면 언제라도 드라이브 삼아 왔다 가는 건 어때요? 소주 한 병 사서 산소 오르는 곳에서라도 한 잔씩 따라드리면 어떨까요.”
“그라지요. 그라만 되겠네요.”
아저씨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 그 뜻을 존중하며 조카 내외와 가족 일로 소식하며 지낼 수 있게 돕고 싶다.
2026년 7월 5일 일요일, 김향
산소 입구까지 아저씨 눈으로 직접 보고 고민하실 수 있게 동행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무거운 일이지요. 아저씨 연세에는 이런 고민을 하며 사시는군요. 박효진
아저씨께서 서운하시겠어요. 가을까지 지켜봐야겠어요. 신아름
조카분 생각이 있어도 아재 생각하며 의견을 먼저 여쭈니 감사합니다. 사람살이, 인생을 배웁니다. 잘 의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상황 살피며, 지금처럼 의논하며 함께하시기 바랍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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