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고소
당한 신승남(70) 전 검찰총장이 최근 골프장 동업자로부터 절도 혐의로 고소 당한 사실까지 알려졌다. 신 전 총장이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사실 관계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이 이런 사건에 연루된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다. 그래서
신 전 총장이 어떤 사람인지, 왜 이런 일에 연루됐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남 영암 출신인 그는 1966년 서울대
법대를 수석 졸업한 뒤 박정희 대통령 때 청와대에 특채돼 공직자 사정을 맡았던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청와대에 있으면서
사법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해 검사가 됐다. 모친이 목포에서 유명한 포목점인 ‘영암상회’를 운영해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검사가 된
그는 아쉬울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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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승남 전 검찰총장.
1993년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요직인 서울지검 3차장에 오를 때까지 그는 비교적 탄탄대로를 달렸다. 하지만
얼마 안 돼 비교적 한직인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되고 두 차례 연거푸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호남 소외’의
대표적 사례라는 말이 나왔다.
그는 당시 “내가 ‘물 먹은’ 이유만 알면 당장이라도 사표를 던지겠다”며 울분을
삼켰다고 한다. 검찰 수뇌부는 그에게 상속 재산이 많다는 이유를 내세웠으나, 그 당시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됐던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수사 상황을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인사권자들로부터 미움을 샀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뒤
‘음지 양지론’을 주장했던 김기수 서울고검장이 검찰총장에 오르면서 그는 검사장(광주고검 차장)으로 승진했고 일주일 만에 법무부
법무실장에 올랐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엔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차장에 오르며 검찰 내 최고 실세(實勢)로
떠올랐다. 1999년 대검 차장 때부터 ‘실세 차장’으로 불리며 사실상 총장 역할에 버금가는 파워를 행사했다.
김대
중 정부 말기인 2001년 5월 검찰총장에 오른 그는 불행하게 퇴임했다. 다음해 1월 친동생인 승환씨가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바로 사퇴했다. 승환씨는 이용호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고 금감원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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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9월 당시 신승남 검찰총장(앞줄 왼쪽)이 대검 간부들과 구내식당을 나서고 있다.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총장에서 물러난 이후인 2002년 7월 공무상 비밀누설과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대검 차장 시절인 2001년 새한그룹 이재관 전 부회장 관련 사건 수사 정보를 외부인에게 알려주고, 울산지검장에게
평창종건 내사를 중단하도록 한 혐의였다. 2007년 대법원은 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처럼 검사로서 명암(明暗)을 극적으로 겪은 사람이 드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해 12월 사면됐다. 변호사로
개업하는 데 문제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변호사로 거의 활동하지 않았다. “검찰 후배들에게 사건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사실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그로선 굳이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와 가까운 한 검찰 간부는
“그가 검사장으로 승진한 1995년에 등록한 재산만 70억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행보가 결국 그의 발목을 잡게 됐다고 그의 지인들은 말한다. 그가 골프장 등 여러 사업에 상당한 돈을 투자하면서 각종 분쟁에
얽히게 됐다는 것이다. 골프장 여직원으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도, 골프장 동업자로부터 절도 혐의로 고소 당한 것도
결국 그가 사업에 눈을 돌리면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차라리 변호사 생활을 했으면 더 나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