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요즘 왜 이렇죠” 개미들 송곳 질문
‘삼성전자 주주 500만 시대’ 첫 주총
16일 오전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주주들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1600여 명의 주주들이 참석한 이날 주총에서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달라는 날카로운 지적들이 이어졌다. 수원=뉴시스
16일 오전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3기 정기주주총회.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0만 명을 넘은 상황인데도 1600여 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작년 900여 명의 두 배 가까운 인원이었다. ‘동학개미’ 열풍으로 삼성전자 주주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04만 명. ‘주주 500만 시대’의 첫 주총이기도 했다. 주주들은 삼성전자의 경영활동 전반과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수뇌부를 향해 ‘송곳 질문’을 쏟아냈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반도체(DS)부문장(사장)은 다양한 주제에 대한 주주 질의에 직접 답변했다.
주주들은 특히 지난해 9만 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최근 7만 원 안팎으로 떨어진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후드티셔츠, 트레이닝복, 청바지 등을 입은 MZ세대 주주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 등의) 노력해 달라”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과도하다”고 주문했다.
한 부회장은 “주주 가치를 제고해 더 크게 기여할 방안을 고민하겠다”며 9조8000억 원 규모의 배당 계획을 내놨다. 이날 오전 9시부터 3시간가량 진행된 주총 현장에서 발언권을 행사한 주주는 모두 25명이었다. 과거 시민단체 회원 등 일부 주주가 경영진을 향해 강한 비판을 할까 봐 서둘러 마무리하곤 했던 예년 주총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을 통해 메타버스와 로봇 등 신규 사업을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신사업 발굴을 통해 성장 모멘텀(추진력)을 확보하겠다”며 “메타버스와 같은 신기술 분야의 기회 발굴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로봇에 대해서도 “다양한 로봇 영역에서 기술을 축적하고 사업화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로봇사업 조직은 2020년 말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출범한 뒤 지난해 말 ‘로봇사업팀’으로 격상됐다. 삼성전자 측은 연내 삼성의 첫 로봇이 공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발열 억제를 위한 성능제한 기능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한 남성 주주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22’를 홍보하면서 GOS로 인한 성능제한을 크게 알리지 않았던 것에 대해 “과대광고를 했다는 논란이 있다.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따졌다. 한 부회장은 “고객 여러분의 마음을 처음부터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뒤 연단 앞으로 걸어 나와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을 ‘주주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연례행사’로 꾸미려 했다고 한다. 격식에 얽매인 딱딱한 행사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것이다. 주총장 바깥에는 주주들을 위해 마련한 ‘포토존’ ‘응원메시지 월’이 운영됐다. 주주들이 월에 남긴 응원 메시지는 주총이 진행되는 중 수시로 장내 화면에 띄워졌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등은 일부 사내이사의 선임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일부 주주도 공개적으로 일부 이사의 선임을 반대하면서 미묘한 긴장감도 흘렀다. 이날 이사 선임을 비롯한 모든 안건은 80% 이상의 찬성률로 모두 원안 가결됐다.
삼성전자의 신임 이사회 의장에는 사외이사인 김한조 전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이 선임됐다. 한국외환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을 거친 김 신임 이사회 의장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은 두 번째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이다.
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