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람차 / 김분홍 늪이 유원지에 걸려 있지. 위험을 알리는 경고문이 붙었지만 출렁대는 수렁에 빠진 아이들 은 온몸에 비명을 펴 발랐지. 짜릿함에 감염된 아이들은 진흙탕 속에서 괴성을 지르며 늪을 돌리고 있지. 튕겨져 나가려는 탄성이 센 공포는 펑펑 시간을 번식하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늪은 팽창을 멈추지 않지. 늪의 가장자리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무한리필 회전초밥 접시들처럼 회전하지. 장어 떼가 비명을 휘저으며 모여들었고 국산 고등어의 물결무늬 대신 노르웨이 산(産) 고등어에게 표절당한 물결무늬가 부유하지. 새우의 미래는 도착하기도 전에 굴절되었지. 이들에게도 다음 생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간장에 고추냉이를 푼 날씨에도 매미는 밤낮으로 지하에 두고 온 울음을 채굴하지. 어둠을 펼쳐 놓고 갓 채취한 노을을 볶아 김밥을 마는 요리사, 토막 난 여름이 접시 위에 쌓여갔지. 쭈글쭈글한 얼굴들이 쏟아지는 좌표 잃은 늪 - 웹진 『시인광장』 2024년 9월호 --------------------------------
* 김분홍 시인 1963년 충남 천안 출생. 명지대 문예창작과, 방송대 국문과 및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에창작과 전문가과정 수료 2015년〈국제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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