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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말한 적이 있겠지만, 우선 너무 게임 쪽에서만 이 소설을 봐주시지는 말기 바랍니다.... 일단은 게임과 꽤 많은 차이가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첫번째 챕터는 주로 마을사람과의 대화입니다. 아마도 대화를 유의깊게 보시면, 게임상에서 npc들과 대화하는 내용과 상당히 비슷하단걸 알 수 있을 겁니다. 뭐, 그렇게 하다가 보니까 약간 어색한 부분들이 있을 수도 있을테니, 그점 양해 바랍니다. 그리고, 전투씬은 아마 두번째 챕터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입니다. (사실 제 주종목은 전투씬이죠... 그렇다고 잘하는건 아니지만... ㅡㅡa) 참, 그리고 로그캠프는 게임보다는 약간 넓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 알아 두셨으면 합니다. 그럼......
제 1장. 새로운 모험
(1) Rouge Encampment
넓고 조용한 평원. 워낙 넓어서 그런지 주변으로부터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마치 평화로워 보이는듯한 평원에 무언가가 날아가고
있었다.
지금의 분위기로 판단해 보자면 참새같은 그런 부류의 새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 날아다니고 있는 그것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박쥐처럼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우선 몸체가 컸고, 긴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과 난폭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고,
긴 꼬리에도 가시처럼 무언가가 나 있었다. 그것은 이 평원을 가끔씩
지나
다니는 상인이나 사람들을 습격하곤 했던, 지금의 분위기와는 상관이
없는
매우 위험한 몬스터중의 하나였다. 결국 모양만 박쥐인 셈이다.
이러한 정체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는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해내면서
평원상공을 활공하고 있었다.
피융
"크에엑!!"
그때, 그렇게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던 몬스터에게 난데없이
화살하나가 날아들더니 몬스터의 몸을 꿰뚫고 말았다. 그리고, 몬스터는
듣기에도 애처로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그렇게
화살을 품에 안고 바닥에 떨어져 내린 몬스터를 누군가가 뛰어넘어서
달리고 있었다.
"헉, 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평원을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그 사람…… 아니,
그녀는 달리는 종종 뒤를 돌아서 들고 있던 활을 이용해 화살을 날려
댔다.
그때마다 그녀의 뒤를 쫓아오던, 방금 애석하게 생을 마감한 몬스터와 똑같이
생긴 몬스터들이 한두 마리씩 바닥으로 추락했다.
"하아, 하아……."
그렇게 상당히 긴 시간을 달리던 그녀는 힘에 겨운 듯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멈춰 섰다. 들고 있던 활을 헌신짝처럼 내팽겨치고 등에서 날카로워
보이는 스피어를 빼어 든 그녀는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 자신의 뒤를
쫒아
오고 있는 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를 따라오던 10여마리의 박쥐같은
놈들은 어느새 4마리로 줄어들어 있었다.
"키에엑!!"
멈춰 선 그녀를 발견한 몬스터들은 괴성을 내지르며 마치 동료들의
복수
라도 하려는 듯 그녀를 향하여 달려들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그녀도
몬스터
들을 향해 달려들며 크게 스피어를 휘둘렀다. 그러자 단번에 두마리의 몬스터
가 미처 비명도 내지르기 전에 몸이 두동강으로 갈려져 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몬스터가 갈려져 나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뒤로 물러나며 정면으로
달려드는 몬스터를 향해 스피어를 찔렀다.
푸욱
듣기에도 섬뜩한 소리가 나면서 그 몬스터는 스피어에 얼굴부터 꿰어져
버렸다. 순식간에 세마리의 몬스터를 처치해버린 그녀는 뒤늦게 자신의 왼쪽
으로 누런 이를 자랑이라도 하는듯,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드는 몬스터를
발견했고, 최대한 빠르게 몸을 피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몬스터의 이빨은
그녀를 물지 못했지만, 몬스터의 꼬리가 그녀의 팔을 스쳐가면서 꼬리의
가시같은 것이 그녀의 팔을 긁었고, 그녀의 팔에는 깊지는 않지만 길게 상처가
났다. 하지만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 몬스터의 몸도 두동강을
내버렸다.
투욱
마지막 몬스터의 시체가 땅으로 떨어져 내리면서 잠시동안 몬스터들의
괴성으로 가득했던 평원에는 다시금 침묵이 찾아왔다.
"휴우……."
비교적 쉽게 많던 몬스터들을 처리해버린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아직까지도 스피어에 꿰어져 있는 몬스터를 기분 나쁘게 한번 바라
보고는 몸을 부르르 떨며 그 몬스터를 떨쳐 내어 버렸다. 엄청나게
깔끔을 떠는 듯한 모습으로…
잠시 가만히 서있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허리춤의 벨트에서 붉은색의
약병, 힐링포션(Healing Potion)을 꺼내어 들었다. '퐁'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약병의 마개가 빠져 나오고 그녀는 왼팔의 상처를 잠시
살펴보고는 그곳에 조심스레 포션을 발랐다. 그 모습이 아까 그 무섭던
여자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조금 쓰라린지 이맛살을 약간
찌뿌리던 그녀는 남은 물약을 모두 마셔 버렸다. 원샷으로…….
"하아, 힘들다……."
그녀는 약간 높은 톤의 목소리로 한마디를 중얼거리고는 아까 바닥에
버렸던(?) 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멀리 희미하게 보이고있는
무엇인가를 향하여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주변은 온통평원. 군데군데에 나무가 몇 그루씩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완전히 평지였다. 이렇게 완전한 평지도 보기 힘들었다. 그런 평원의
한쪽엔 무언가가 자리잡고 있었다. 뒷쪽으로는 강물이 흐르고 주변은
통나무를
세워서 만든 벽으로 온통 둘러싸여 있는… 그 곳은 바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었다. 무엇을 경계하여서 만들었는지, 그 곳은 마치 작은
요새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견고해 보였다.
그런 요새의 하나 밖에 없는 문. 지금은 열려 있는 그 곳으로 한 사람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 사람은 움직이기 편하게 다리와 팔만을 제외한
부분
만을 가려주는 갑옷을 입고있었고 등뒤에는 길다란 스피어를, 손에는
활을
들고 허리춤엔 화살통을 메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풀어 헤치면 멋있을
듯한 금발머리를 뒤로 모아 묶은 채로 마을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마을 안에는 그녀와 비슷하게 편한 차림을 하고있는 여전사들이 꽤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녀를 한번 힐끗 보고 의외라는 듯의 표정을
지어 보이고 그냥 지나갈 따름이었다. 그녀는 마을의 중간쯤에까지
와서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이곳이… 로그캠프(Rouge camp)인가……."
그녀의 입에서 예의 약간 높은 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그녀가 로그캠프를 잠시 둘러보고 있을 때, 그녀를 발견한 한 사람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시오? 처음 보는 사람이로군요. 혹시 모험가입니까?"
그녀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을 쳐다 보았다. 펑퍼짐하게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용병같은 일을 하는 사람 같지는 않았다. 이베르는
짧게 대답을 해주었다.
"보면 몰라요?"
그 말에 그는 잠깐 어이없어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다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혼자 오셨나 보군요. 여기까지 혼자 온 것을 보니, 보통 실력은 아닌
것 같은데… 아, 제 소개를 하죠. 전 상인인 워리브라고 합니다. 이
곳 로그캠프에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신세를 지고있죠."
간략하게 소개를 마친 워리브는 그녀를 바라보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런 그의 손을 쳐다보던 그녀는 귀찮아 하는듯한 표정을 짓더니 얼마
후 입을 열었다. 물론 그의 손은 무시하고……
"…전 이베르라고 해요. 쌍둥이바다(Twin Sea)에 있는 섬에서 왔죠."
그녀의 말에 워리브는 무시당해서 허공에서 놀고있는 자신의 오른손을
보며 말했다.
"아… 쌍둥이바다의 섬이라면… 혹시 아마존이십니까?"
"알면 됐어요."
상당히 쌀쌀맞은 말투였다. 하지만 워리브는 이젠 신경 쓰지 않는
듯,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셨군요. 그런데 왜 이렇게 험한 곳에 혼자 찾아온 겁니까?"
그런 워리브를 이베르는 다시금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시 뜸을 들이던
이베르는 간결하게 한마디 했다.
"알거 없어요."
"……."
…말문이 막힌 듯 했다.
워리브가 말이 없자 이베르는 이번엔 자신이 질문을 했다.
"당신, 여기서 일어난 일들 잘 알고 있죠?"
"아… 물론이죠…"
어벙한 워리브의 대답…
"그럼 그 얘기 좀 대충 해줘요. 난 잘 모르니깐."
이번엔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워리브…. 불쌍하다.
"아니, 그럼 아무 것도 모른다는 말이오? 이제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간 사람들도 살아 돌아오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는데, 아무 것도
모르고 갈려고 했었소?"
"누가 아무 것도 모른대요? 악마들이 날뛰는 거잖아요. 그거 알면
된거지, 뭘 더 바래요? 그리고, 지금 모르니깐 물어 보는거 아녜요.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고 얼른 대답이나 해줘요. 빨리 가게."
가시가 박혀 있는 이베르의 말에 워리브는 찍소리 못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휴우… 알겠소. 그럼 가르쳐 드리리다. 에… 일단 트리스트람 마을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오."
고개를 끄덕이는 이베르를 보면서 워리브는 말을 이어 나갔다.
"어떤 사람들은 공포의 군주인 디아블로가 다시금 부활하여 세상을
다시 공포의 늪으로 빠뜨리려하고 있다고도 하더군요. 그러니까 벌써
디아블로의 부활이 실현됐다는 것이지. 하지만 아직 부활한 것 같지는
않다오. 아무튼, 몇주 전에 이 길목을 어떤 방랑자가 지나갔다오. 그
방랑자는 저기 로그들이 지키고 있는 동쪽 산을 지나쳐 갔다고 합디다."
워리브는 한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저녁 무렵이라서 산이
보일 리가 없었다. 이베르가 살짝 얼굴을 찌푸렸지만 워리브는 그녀가
얼굴을 찌푸리건 말건 계속 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참, 웬 빼빼하게 마른 사람도 함께였다지. 뭐, 아무튼 언뜻 보면
그것은 별일 아니겠지만, 그를 본 사람들이 그 방랑자의 뒤를 사악한
기운이 쫓는것 같다고들 하더군요. 난 본적이 없으니까 별로 믿지는
않지. 뭐, 그 다음은 당신도 들었다시피 그 방랑자가 지나간 직후에
몬스터들이 출현해서 마을을 파괴하기 시작했고, 로그들이 지키던
수도원의 문도 폐쇄되었죠. 그 직후에 수도원의 일은 나도 잘 모릅니다.
아무튼 그때부터 나는 이 캠프에서 머물기 시작했죠. 여기 캠프 바깥이
안전해 질때까지 나는 계속 이 캠프안에 남아있을 생각이라오. 트리스트람을
집어삼킨 어둠이 우리한테 까지 오기 전에 루트 골레인(Lut Gholin)으로
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 만약 당신이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같이
데려가 주도록 하죠. 참, 그리고 폐쇄된 수도원의 이야기나 나머지 더
자세한 이야기들은 아카라라는 여자에게 가서 물어보도록 하시오. 그녀가
이 캠프의 지도자일 테니까… 어쨌든, 이제 내가 할 이야기는 다 했으니까
일있으면 가쇼. 부디 살아 남길……."
마지막에 걱정 같지 않은 걱정을 하는듯한 말을 한 워리브는 이베르의
곁을 떠났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이베르는 약간 못마땅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어쨌든, 워리브에게 대강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자질구레한
얘기는 다 빼고 중요한 것만 아주 간단하게 머릿속에 정리한 뒤, 아까
그가 말한 아카라라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녀의 입에서
한마디 말이 아주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제길."
한참을 헤메던 그녀는 금방 지나쳐간 로그가 가르쳐 준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 이베르는 뭐라고 중얼대고 있었다.
"가르쳐 주려면 제대로 가르쳐 줘야지 말해 놓구선 그냥 가냐…."
물론 이 말은 워리브를 향한 것이었다.
그렇게 계속 조잘 거리던 그녀는 마침내 찾던 것을 발견한 듯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목표를 향하여 빠르게 다가갔다.
"당신이 아카라인가요?"
그러자 등을 돌리고 있던 사람이 뒤돌아 이베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처음 보는 분이오만…. 아, 모험가입니까?"
"예. 전 이베르라고 해요. 쌍둥이 바다에서 온 아마존이죠. 당신이
여기의 지도자라는 말을 들었는데요."
단도직입적인 이베르의 말을 들은 아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다른 분들의 격려 덕에 이 자리에 있죠."
"아~ 그럼 제대로 찾아 온건가? 어떤 이상한 사람 때문에 헤매다가
겨우 찾았네……."
워리브는 졸지에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어지러운 때에 당신같은 젊은 모험가가 활동하는 것을 보니
좋군요."
기지개를 펴는 이베르를 보면서 아카라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제가 초면에 실례를 한 것 같군요. 아시겠지만, 제 이름은 아카라
입니다. 사이틀리스 아이(sightless eye) 수도회의 대사제이지요. 인사가
좀 늦은 것 같지만 우리 캠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대접이 누추해서
유감스럽군요."
"어, 대사제요?"
이베르는 그녀가 대사제였다는 말에 약간 놀란 듯했다.
"예. 저의 주제에 맞지 않는 직책이지요."
"겸손하시군요… 근데, 수도원의 이야기를 조금 들려 주실수 있나요?
아까 워리브를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말투였다.
"아, 예. 물론이죠. 수도원의 이야기라면… 결론부터 말해, 우리가
대대로 지켜 왔던 동쪽으로 통하는 관문인 성채는 사악한 여사제
안다리엘에게 빼앗기고 말았죠. 안다리엘… 디아블로라는 위대한
악마를 부활시켜 지옥의 힘을 일으키려고 했던 그녀는 세력의 확장을
위해서 우리 로그들이 방심한 틈을 타, 사원의 지하통로로 자신의
괴물들을 이끌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우리 교도들이 그녀의
손에 잡혀 버렸어요. 그녀가 무슨 끔찍한 일을 꾸밀지 몰랐지만… 소수
만이 살아남은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죠. 오히려 우리가 잡힐
상황이었으니까요. 결국 저희는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도망쳐 나왔죠."
계속 말을 이어 감에 따라서 아카라의 얼굴에서 미소가 점점 지워져
갔다.
"나는 아직도 이일을 믿을 수 없답니다. 그 악마는 수많은 우리 자매들을
순식간에 적으로 만들어 놓고 우리들은 우리의 보금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이제 우리 수도회의 최후의 수호자들은 모두 죽거나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지요. 이젠 이 곳, 로그캠프가 우리의 최후의 보루랍니다."
거기까지 말한 아카라는 이베르를 바라보았다. 이베르의 표정도 어느새
진지해져 있었다.
"이베르라고 했던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이베르를 보며 아카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를 도와줄 수 없겠습니까? 부디 이 끔찍한 저주를 풀 방법을 찾아
주세요. 만약 그런다면 우리 수도회의 영원한 헌신을 당신에게 약속하리다."
이베르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잠시 조용한 침묵이 그들 사이에 흘렀다.
얼마 후, 이베르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워리브를 대할 때와는 역시
다른 모습이었다.
"걱정마세요. 제 힘닿는데 까지 도와 드릴 테니까요. 어차피 저는 그것
때문에 이 곳에 온 것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영원한 헌신이니 뭐니 하는
것은 저에게는 필요없어요. 차라리 그 힘으로 수도회나 다시 재건하세요."
그런 이베르의 말에 아카라는 감명을 받은 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
"아아… 감사합니다. 그럼 일단 제가 한가지 임무를 부여해 드리지요.
지금 당신은 이곳, 로그캠프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우선 이곳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는게 중요합니다."
이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제가 부여하는 임무를 해결해주세요. 얼마 전, 카샤에게
들은 것인데, 자신의 로그정찰대가 저 황무지 어딘가의 동굴에 암흑의
짐승들과 무덤에서 되돌아온 자들이 있다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
짐승들이 우리 야영지를 공격하려는건 아닌지 걱정이 돼요… 당신은
그
장소를 찾아내서 그 역겨운 짐승들은 물리쳐 주시면 됩니다."
"뭐, 간단한 거네요. 그럼 금방 처리하고 올께요. 걱정하지 마세요."
자신만만하게 말한 이베르는 곧장 뒤를 돌아서 로그캠프를 빠져 나가려
했다. 그 때, 뒤에서 아카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디 조심하세요. 그리고… 위대한 시선이 당신을 지켜 줄 것입니다."
대답없이 아카라의 곁을 떠난 이베르는 로그캠프의 문앞에 섰다. 잠시
그 곳에 서있던 이베르는 자신이 들고 있던 활의 시위를 튕겨 보았다.
'팅~'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리자, 이베르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허리
춤의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를 꺼내어 활에 걸었다. 그리곤 눈앞에 펼쳐진
평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출발해 볼까?"